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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제목 주간경향: 공기업 민영화, 결국 FTA 손 안에?
번호 540 분류   뉴스 조회/추천 1203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11년 12월 09일 17시 40분 54초

[특집| 한·미 FTA]공기업 민영화, 결국 FTA 손 안에?

2011 12/13주간경향 954호
ㆍ외국자본 진입 한번 허용하면 되돌릴 수 없어

“새로운 금융개혁(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은 한·미 양자간 경제관계를 위해서도 그 시기가 적절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금융서비스 개혁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자통법 개정안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다뤄진다면 기획재정부의 개혁 추진에 유용한 촉매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노력이 동시에, 그러나 직접 연관이 되지 않는 방법으로 진행되도록 해 민족주의가 재정부의 개혁정책에 반론이 되지 못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지난 9월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2006년 3월3일)의 한 부분이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는 당시 한국 정부가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을 통해 자발적으로 금융서비스 분야를 개방하는 데 대해 “재정부가 작은 ‘빅뱅’을 시작했다”고 평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한국의 자발적인 개방과 한·미 FTA가 무관하지 않다는 미국의 인식이다.

12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한·미 FTA 무효 야5당 및 범국본 합동연설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자발적 자유화와 FTA 연계 인식’
지난 11월 22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된 이후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FTA가 공기업 민영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한·미 FTA가 발효되더라도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선 정부가 권한을 행사한다”고 말한다. 또 일부 공기업에 대해선 외국인 지분 제한도 명시돼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미 FTA는 공기업 민영화와 아무런 관계가 없을까.

정부의 설명대로 한·미 FTA 자체가 한국 정부가 공기업을 민영화하도록 강제하고 있진 않다. 한·미 FTA 부속서Ⅱ(미래유보)는 공기업 민영화, 공공서비스 영역을 민간에 넘기는 것에 대한 정부의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미래유보에 포함된 영역은 한국이 협정 발효 뒤에도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의 자발적 자유화(민영화) 조치가 한·미 FTA와 결합하면 답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은 “한·미 FTA 협정문 상에서 유보(정부의 규제 권한 유지)로 분류돼 있더라도 한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개방하고 미국 기업이 그 산업에 참여한다면 그때부터 한·미 FTA의 투자, 공공독점 등 각종 조항들이 여지없이 괴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한 미대사관의 외교전문을 보더라도 미국은 한국 정부의 자발적 자유화와 한·미 FTA가 연계될 수 있다는 인식을 내비치고 있다. 결국 현재 협정문상 막아둔 부분이라 해도 정부가 자발적으로 그 ‘봉인’을 해제하면 얼마든지 한·미 FTA의 효력이 미치는 영역으로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발적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인천공항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영화가 관철될 경우 외국인 주주에게 소유권이 넘어가진 않더라도 총지분의 30%까지 팔 수 있게 된다. 또 경쟁적인 가스 도입을 위한 ‘가스산업 선진화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6년 내놓은 ‘한·미 FTA의 정치경제학’이라는 보고서에서 ‘포스트 FTA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미 FTA 자체뿐 아니라 FTA 이후의 경제 체질 강화 전략인 포스트 FTA 전략을 조기에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보호 및 간섭을 폐지하고, 대외개방과 자유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지향해야 한다. 특히 서비스 부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진입과 퇴출,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FTA가 아니더라도 자발적으로 자유화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가 만약 자발적으로 민영화 조치를 한다면 이를 되돌리긴 어렵다. 미국 투자자에게 넘어간 지분을 재국유화하는 조치가 투자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수용’에 해당해 투자자에게 막대한 보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발전설비 분야 민영화되면 외국인 몫 30%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직접수용에 따른 보상을 해야 할 뿐 아니라 해당 투자자의 향후 기대수익도 침해할 수 있어 간접수용에 따른 보상까지 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결국 물어줘야 할 액수가 굉장히 클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민영화를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직접수용은 투자자의 소유권을 직접 정부에 이전시키는 것이고, 간접수용은 직접수용과 같이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조치가 투자자의 재산권을 직접수용과 유사한 정도로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FTA는 정부의 조치가 간접수용에 해당할 경우 투자자에게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한·미 FTA 부속서Ⅱ(미래유보)는 ‘내국민대우(내외국인 차별금지) 의무’를 유보하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향후 정부가 만약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미국 자본이 아니라 국내 자본에 먼저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로선 공공서비스 분야의 민영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자발적으로 봉인을 풀어 외국 자본의 진입을 허용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올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발전설비 분야는 앞으로 완전한 민영화가 진행될 경우 이미 외국인 투자자의 몫으로 30%가 허용돼 있는 상태다. 협상 때 한국 법령에 있는 내용이 한·미 FTA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지만 역진방지(래칫) 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에 ‘30% 허용’의 의미가 달라지게 됐다. 한·미 FTA가 없었다면 국내 정책적 판단에 따라 발전설비에 대한 외국인 소유지분 비율의 총합(30%)을 자유롭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한·미 FTA에 이 내용이 포함됨으로써 정부는 허용 비율을 30%보다 더 낮출 수 없게 됐다.

정부는 2001년 전력산업의 민영화를 위해 발전 부문을 한국수력원자력과 5개 발전 자회사(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와 분리했다. 현재 한전이 100% 이들 자회사 지분을 갖고 있다. 5곳 발전 자회사는 현재 1곳당 10.1~11.7% 정도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어 30% 기준을 적용하면 외국인 투자자가 2곳 정도를 인수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최대 주주가 될 수 없다는 제한도 없기 때문에 통째로 인수할 수도 있다. 결국 한·미 FTA 타결 전에 정부가 ‘발전부문 민영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개방한 수준을 되돌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공공부문은 정부 스스로 적극 문호를 여는 자발적 개방 대상이지, 협상에서 지켜낸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환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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