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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제목 한겨레: 얼음장 방에 온수는 사치....이들의 겨울은 '사투
번호 539 분류   뉴스 조회/추천 1419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11년 12월 09일 17시 38분 46초
얼음장 방에 온수는 사치…이들의 겨울은 ‘사투’
‘에너지 빈곤’ 산청마을 가보니
비닐집 빼곡…38가구 거주
천장에 솜 껴도 추위 못막아
노인은 관절 굳고 우울증
암 환자도 전기장판 안 켜
120만가구 에너지 빈곤 추정
“정부, 정확한 조사뒤 대책을”
 
 
한겨레  
 
 
서울시 서초구 서초3동, 고급 빌라와 주택들이 즐비한 골목을 따라 콘크리트 계단을 몇 개만 올라가면 산청마을이 나온다. 주거용 비닐하우스가 빼곡하게 모여 있는 강남의 대표적인 판자촌이다.

산청마을은 1960년대 초까지 화훼단지였지만, 그 뒤 박정희 정부가 넝마주이·부랑자 등을 이곳에 강제이주시키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53가구 120여명이 모여 살던 이 마을에는 지난해 11월 화재가 나 21가구가 불에 탔다. 마을 주민 몇몇은 이사를 갔고 지금 이곳에는 38가구 67명이 살고 있다.

 

지난 5일 밤 이 마을의 마을회관인 공용 비닐하우스를 찾았을 때, 그곳엔 누비옷을 입은 주민 7명이 모여 앉아 있었다. 연탄난로가 있긴 했지만, 따뜻한 기운은 멀리 퍼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비닐하우스 밖을 솜으로 덮고 그 위에 다시 비닐을 씌워도 추운 날씨를 이길 순 없다고 했다. 그래도 지난 3년 동안 ‘사랑의 연탄’ 등에서 연탄을 나눠준 덕에 걱정을 덜었다고 한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60대 이상 노인들로 청소나 경비, 식당일 등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박아무개(73)씨는 올해 5월 산청마을로 이사를 왔다. 한달 수입은 기초노령연금 9만1200원이 전부다. 한데 10월 전기요금만 1만9940원이 나왔다. 취사용으로 쓰는 4만5000원짜리 액화석유가스(LPG) 한 통은 세 달에 한 번씩 갈아줘야 한다. 한 달 에너지 사용료가 3만4940원으로 월소득의 38%나 된다. 이마저 항상 불을 꺼놓고 다니고, 전기장판 없이 살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절약에는 부작용이 따랐다. 방이 추워 몸을 웅크리다 보니 관절이 굳어 뻣뻣해졌다. 박씨는 요즘 연탄 가는 일도 힘들다고 한다. 항상 불을 꺼놓은 어두운 방에 있다 보니 우울증도 찾아왔다.

 

 
»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산청마을의 한 주민이 6일 오후 전등을 켜지 않아 어두운 집에서 연탄난로를 살펴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아무개(63)씨는 위암에 걸린 남편, 실직자인 아들과 함께 산다. 남편이 사업을 하다 부도를 내는 바람에 3년 전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그는 한 대형마트 직원식당에서 일하며 한 달에 100만원을 번다. 월급에다 남편의 기초노령연금 9만1200원을 보태도 살림은 빠듯하다. 이씨의 10월 전기요금은 6만2590원이었다. 여름엔 작은 에어컨을 가끔씩 틀어 9만원이 넘게 나온 적도 있다. 이씨는 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몸이 차가우면 안 되니까 전기장판을 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은 전기요금 걱정에, 이씨가 나가고 나면 전기장판의 전원을 내렸다. 이씨는 그게 가장 마음 아프다고 했다.

 

기자와 함께 산청마을을 찾은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산청마을 같은 판자촌 사람들은 겨울이 두려운 에너지 빈곤층”이라며 “쪽방과 고시원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에너지 빈곤층을 연구하고 있는 송 위원은 “실태조사를 하러 찾은 한 고시원에서는 추가비용 1만5000원이 없어 전기장판을 쓰지 못하고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임대주택의 경우 온수를 오랫동안 안 써서 수도관이 얼거나 방 2개 중 한군데만 난방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전기요금·난방비를 포함한 에너지 사용료가 소득의 10%를 넘는 이들을 에너지 빈곤층이라고 하는데, 전체 가구의 7.8%인 120만가구가 에너지 빈곤층으로 추정되고 있다. 송 위원은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정부의 정확한 실태 조사조차 이뤄진 적이 없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저소득층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검토하고 있지만,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자격을 갖추지 못한 저소득층에게 이 제도는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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