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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부자 감세안’이 국회에 제출된 2008년 12월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서민과 노동자를 외면하는 정부·여당의 정책을 비판하는 상황극을 하고 있다.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yongil@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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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재정 확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우선적으로 2012년부터 시행될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감세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요구가 정치권 안팎에서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 그러나 ‘감세 철회’ 이후 본격적인 증세 방안을 두고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어떤 명목의 세금을 더 거둘 것인지에 대한 해법 찾기가 만만치 않은 과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올해나 내년도 국회에서 2012년으로 예정된 추가 감세안이 폐기될 경우 2012년 1조3000억원을 시작으로 2013년부터 해마다 3조7000억원씩 세수 증가 효과가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미 시행 예정인 감세를 철회하는 것인 만큼 일종의 ‘증세’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예고된 감세안을 철회하는 것만으로는 열악한 복지 재정을 충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적극적’ 증세 방안 논의의 핵심은 어떤 계층에서 부족한 세수를 더 확보할 것인지로 압축된다.
그동안 가장 많이 거론돼온 방안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세금을 더 걷는 이른바 ‘부자 증세’다. 지난 2002년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선후보가 ‘부유세’ 신설을 공약한 이후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예를 들어 순자산 규모가 일정액을 넘는 부유층의 보유 자산에 대해 누진세를 물리자는 것이다. 이는 스웨덴과 핀란드, 프랑스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방안이다. 소득세·법인세 최고 과표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높이자는 방안도 ‘부자 증세’로 볼 수 있다. 감세로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줄어왔고 현행 세제가 대기업에 유리한 구조로 짜여 왔다는 점을 고려해, ‘넉넉한’ 계층을 상대로 세금을 더 걷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일부 복지 전문가들은 부유층뿐 아니라 중산층한테서도 세금을 더 걷는 방안이 효과적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보편 복지’를 추구하려면 증세 대상에도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포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는 누구에게나 닥쳐올 사회적 위험을 제도로 보호하자는 것인데 특정 계층에만 세 부담을 지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세율 인상이나 별도 세목 신설보다는 각종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같은 비과세·감면 제도를 상당 부분 축소해 세수를 늘리자는 쪽이다. 김낙회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관은 “임시투자세액공제와 같이 특정 집단에 혜택을 줘온 감면 제도를 줄이면서 과세 기반을 넓혀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형수 한국조세연구원 재정분석센터장은 “똑같이 공제 혜택을 없애더라도 누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고소득층이 더 많이 내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어떤 방식이든 증세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감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감세 철회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도 증세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세율 인상 등은 자본의 국외 유출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증세 방안으로 목적세 신설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용 목적이 불분명한 ‘보통세’보다는 ‘사회복지세’ 등 지출 목적이 분명한 ‘목적세’가 세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에서도 한때 지출 목적을 출산 촉진과 아동 양육 등에 한정하는 ‘저출산세’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복지 확대에 적극적이었던 참여정부에서도 증세를 포함한 재원 마련의 문제에 대해선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큰 틀에서 증세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