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고집 '진보의 미래'에서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정책은 재정으로 통한다. 그 중에서도 복지의 비율이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나라들을 재정의 크기 순으로 나열하면 보수의 나라와 진보의 나라 스펙트럼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이 과연 얼마나 진보적인 정책을 펼쳤는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이명박 대통령과는 국정운영 철학에 큰 차이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국가재정을 요약·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대략 1000조원이다. 우리나라 국가재정 규모는 GDP의 34% 수준. 340조원이다. OECD 평균 45%와 비교하면 국가재정 규모가 110조원 가까이 적다는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규모 감세 덕분에 국가재정 규모는 올해 31% 내년에는 30%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세수가 줄면 지출도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 덕분에 복지예산이 크게 줄어들었다.
OECD 기준 우리나라 복지지출 비중은 GDP의 9% 수준, 90조원 정도다. OECD 평균 20%와 비교하면 110조원 가까이가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소장은 이 책에서 "그게 바로 진보정권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복지지출을 최소한 선진국 평균 수준으로 늘리려면 감세가 아니라 오히려 증세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재정지출을 통제하고 자연증가분을 제외한 복지예산을 대거 삭감했다.
우리나라에는 30개 세금이 있다. 지난해 국민들이 낸 세금은 212조원인데 가장 큰 세금은 부가가치세로 46조원이다. 법인세가 36조원, 소득세가 34조원이다. 이 삼총사가 전체 세금의 71%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핵심 문제는 간접세 비중이 크다기 보다는 직접세 수입이 적다는데 있다. 직접세가 GDP의 12%, 간접세는 9% 정도인데 OECD 평균은 각각 15.5%와 11%다.
여기에다 국민연금 보험료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더하면 총직접세율은 17.5%로 늘어나는데 OECD 평균은 24.6%다. OECD 평균 대비 70조원 이상 직접세 세수가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법인세는 OECD 평균 수준이지만 소득세 비중(4.5%)이 선진국(9%)의 절반 수준인데다 사회보장기여금 비중(9%)은 선진국(21%)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오 소장은 묻는다. "세금을 조금 내서 우리는 행복한가."
오 소장은 "진보적 국가재정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안은 이렇다. OECD 평균 수준으로 국가재정을 늘리되, 실천적으로 복지지출을 110조원 늘리는 목표를 잡는다. 총직접세 비중을 GDP 대비 17.5%에서 선진국 수준인 24.6%까지 늘려 70조원을 확충하고 나머지 40조원은 국방비와 건설토목 지출을 줄이는 지출구조 개혁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게 오 소장의 계산이다.
오건호 지음 / 레디앙 펴냄 /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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