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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제목 경향: 노동자 인정 못받는 돌봄노동자, 노동권 보장/4대보험 적용해야
번호 435 분류   뉴스 조회/추천 1845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10년 10월 18일 23시 47분 46초
[고용난민 시대, 일자리 없나요?]노동자 인정 못받는 돌봄노동자, 노동권 보장·4대보험 적용해야

ㆍ‘불량 일자리’ 전락 사회서비스 실태와 대안

강모씨(34·여)는 가정보육시설의 교사생활을 1년 남짓 하다 최근 그만뒀다. 점심시간이면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7~10분 만에 점심을 먹고 아이들을 돌보느라 만성 위장장애에 시달리는 동료들도 있었다. 하지만 손에 쥐는 급여는 1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 강씨는 보육교사에 의한 아동폭력 사례에 대해 “솔직히 그 심정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라며 “아이들이 좋아 일을 시작하지만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다 보면 스스로가 ‘괴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4년째 장애인 활동보조 일을 하는 박규선씨(58)는 하루 10시간, 주 6일씩 월 240시간이 넘게 일하지만 중개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떼이고 4대보험료를 뺀 실수령액은 110만원에 불과하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그간 새로운 고용창출원으로 주목돼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사회서비스가 가장 뒤처지는 만큼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사회서비스에 대한 공적책임을 강화하기보다는 시장에 맡겨둠으로써 ‘나쁜 일자리’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의 개선은 뒷전인 채 양적 확대에 치중한 결과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5월 내놓은 사회서비스 육성 및 선진화 방안에서 돌봄서비스 제공기관을 지정제에서 등록제로 문턱을 낮추겠다는 방침이어서 서비스의 질이 더 낮아질 우려가 커졌다.

고령, 여성이 많은 돌봄노동자들은 어깨·허리 결림 등 근골격계 질환은 기본이고, 잦은 밤샘 근무, 폭력에 시달린다. 주당 53시간 일하면서도 월 120만원에 못 미치는 이가 대다수다. 중간에서 적지 않은 수수료를 떼이는 불법 파견노동과 비슷한 상황이다. 사업자로 분류되면서 4대보험이라는 안전망에서도 제외돼 있다.

국내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는 2008년 7월 13만6000명에서 지난해 5월 49만명으로 2.6배 급증한 뒤 현재는 50만명을 넘었다. 그러나 취업자는 12만명 선에 불과하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가 올 5~7월 요양보호사 424명(시설 249명, 재가 175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재가요양보호사 응답자의 45.45%는 월급이 60만원 이하라고 답했다. 2010년 2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85만8747원보다도 적다. ‘희망간병’의 차승희 사무국장은 “간병 쪽도 파견·용역업체가 늘면서 회사에 기본으로 내는 회비, 옷값 등을 떼면 월급이 줄어들어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는 데 정부나 여야 정치권, 시민사회에서 큰 이견은 없다. 그러나 좋은 일자리가 되려면 임금, 시간 등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다. 현행 근로기준법과 고용·산재보험법 등은 ‘가사사용인’ ‘가사서비스업’을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근로자임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한다. 다만, 정부 주도의 사회서비스 바우처사업 참여자 등에 한해 근로기준법과 4대보험 적용이 부분적으로 적용된다.

사회공공연구소 제갈현숙 연구위원은 “요양보호사, 가사도우미 등도 개인고용이건, 국가 바우처사업 형태이건간에 임금을 받는 노동자”라며 “노동자 신분을 보장하고, 사회보험을 제공해야 옳다”고 말했다. 가사서비스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최근 확대되는 단시간 근로 및 비정규직 보호 논의에도 빠져 있다. 근로장려세제(EITC) 등 근로빈곤층의 소득보전, 고용지원을 위한 정책대상에서도 가사서비스 노동자는 제외된다.

국내외에서 사회서비스 노동자를 위한 권리 찾기는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돌봄연대는 김상희 민주당 의원과 공동으로 돌봄노동자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국제노동기구(ILO)는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가사노동협약’을 추진 중이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박현미 책임연구원은 “돌봄노동자의 여건 개선에 따른 혜택은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에게 돌아온다”며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은 물론 저출산 문제 해결이나 간병 부담 해소 등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직업알선도 체계를 잡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영리법인이나 파견업체가 늘면서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더 악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 알선 실태를 파악하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돌봄서비스를 민간에 맡기지 말고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지출규모가 2008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0.95%로 OECD 평균(23.7%)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출여력도 큰 편이다. 예를 들어 가사서비스 이용요금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 서비스 수요를 늘려나가거나 서비스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저소득층을 위해 쿠폰제를 도입하는 등 정부가 안정적인 일감을 공급해 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수요를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간병서비스 이용료를 건강보험 급여항목에서 제외시키려 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보육부문 일자리도 장시간 노동·저임금 등 상황이 좋지 않다. 여성가족부의 2005년 조사에 따르면 국공립 보육시설 교사의 월급여는 146만원인 데 비해 민간 보육교사는 92만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리는 등 보육도 공공서비스화하는 게 양질의 보육 관련 일자리 증대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보육여건 강화는 일자리 창출 차원을 넘어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지원 부족이 출산을 꺼리는 주요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평균 국공립 보육시설 비율은 전체의 5.5%로 턱없이 낮다. 전체 영·유아의 71.6%는 보육료 지원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초·중·고교의 보조교사와 방과후 교실을 늘리는 것도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의 하나다. 사교육비를 아끼면서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일자리 문제를 푸는 방안이다.

문화 관련 서비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중·고교 과정에 음악 교육을 늘리거나 기초자치단체들이 지역연구소를 만들어 커뮤니티의 발전에 기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낮시간으로 제한돼 있는 박물관 등 공공문화시설의 관람시간을 연장할 경우 공공 서비스 인력도 늘어나고 소비자들의 문화접근 기회도 커진다.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돌봄노동으로 사회서비스 일자리 문제를 풀기에는 한계가 큰 만큼 문화·지식서비스 쪽에서도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서의동·권재현·김지환(경제부), 전병역(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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