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노인병원에서 장기입원 환자를 돌보는 50대 간병인 A씨. 그는 하루 12시간씩 환자를 돌보지만 한 달에 25일 이상 근무해야 15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유료 직업소개소에서 환자를 배정해 주지 않을 때는 수입이 100만원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직업소개소에서는 일자리를 알선한 대가로 꼬박꼬박 월 6만원씩 소개료를 챙겨간다. 노동부 장관이 올해 고시한 법정 소개료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지만 법을 잘 모르는 A씨는 직업소개소가 요구하는 대로 돈을 낼 수밖에 없다.
파출부, 간병인 등의 일자리를 알선하는 유료 직업소개소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전국 5500여곳의 유료 직업소개소 가운데 상당수가 구직자에게 법정 소개료보다 많은 금액을 수수료로 챙기고 있지만, 최근 3년간 정부의 단속 건수는 70건에도 못미친다. 현재 국내 파출부가 22만여명, 간병인의 일일 활동 인구가 3만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18일 노동부에 따르면 직업안정법 상 올해 노동부 장관이 고시한 유료 직업소개소의 일자리 알선 수수료는 월 3만 5000원이다. 법을 어겨 구직자에게 수수료 외의 금품을 받으면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그러나 서울 등 수도권 유료 직업소개소들은 대부분 월 6만~7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간병인의 경우 수수료 외에 유니폼 값과 교육비를 따로 받는 곳도 있다. 서울의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병인은 “직업소개소에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매달 내는 6만원의 수수료 외에 유니폼 값 명목으로 14만원을 따로 낸다.”면서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법에 수수료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불법이라는 사실을 안다 해도 을(乙)의 입장에 있는 우리가 어떻게 불만을 말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노동부는 매년 유료 직업소개소의 수수료 부당 징수에 대한 단속지침을 정해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하고 있지만 단속 건수는 극히 미미하다. 노동부가 집계한 수수료 부당징수 적발 건수는 2006년 30건, 2007년 7건, 2008년 23건, 지난해는 6월 현재 9건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유료 직업소개소의 전체 위반행위 적발 건수는 3000건을 넘어선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 일자리 안정을 위해 파출부, 간병인 등 소외된 서비스업종을 서둘러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말 복지부가 간병서비스 제도화 등 청사진을 내놨지만 여전히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 이상윤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환자와 1대1 계약으로 이뤄지는 간병인 서비스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해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면서 “무료직업소개소 등 비영리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을 통해 저소득층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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