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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철도파업, 언론의 5가지 거짓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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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14일 23시 17분 10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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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노조 불법파업으로 매도… 공공 서비스 민영화 본질 은폐 |
철도파업, 언론의 5가지 거짓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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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09일 (수) 15:09:40 |
이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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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사에 기록될 일대 사건이다.” 조선일보는 3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파업을 철회한 소식을 전하면서 “노조가 법과 원칙 앞에 손을 들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파업을 무기로 사측을 압박해 양보를 끌어내던 민주노총 방식의 투쟁적 노동운동이 전혀 먹히지 않은 사실상의 첫 번째 사례“라고 강조했다. “노동운동사의 변화를 보여주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다른 신문들 보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시민은 참아줬고 정부는 원칙 지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파업만 하면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적당히 타협하던 예전 정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며 정부의 강경대응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시민들이 정부 방침에 동조한 것은 노조에 더 큰 부담이었다”면서 “철도노조의 파업철회는 시민과 정부에 대한 사실상 백기투항이었다”고 규정했다.
한국경제는 “민주노총의 기반이 급속도로 흔들리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 신문은 “철노노조가 사실상 백기투항함으로써 향후 투쟁일정이 차질을 빚게 돼 연말 총파업 성사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일보는 “노사 모두 얻은 건 하나도 없고 국민 신뢰만 잃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양비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이번 파업으로 수출이 1일 평균 689억 원, 총 5천억 원 이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첫 번째 거짓말. 파업철회, 과연 백기투항인가.
대부분 언론이 철도노조의 참패로 규정하고 있지만 철도노조 내부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6일 1차 파업에 이은 2차 파업이었다. 그리고 철도노조는 3차 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최대 99%의 파업 참여율을 보인데다 사상 최장기간인 8일의 파업기간 동안 조합원들의 이탈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 또한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했으면서도 여전히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는 이유다.
노조가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파업의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24일 철도공사가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면서 시작됐다. 철도공사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전체 직원 3만908명 가운데 5115명을 해고한다는 계획이다.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 철도공사는 노조가 파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이상 대화를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결국 3차 파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철도노조 선전국 백남희 국장은 “정부가 노조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확인시켜줬다면 노조는 정부의 거센 압력에 맞서 1주일 이상 파업할 수 있다는 단결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백 국장은 “이번 파업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온 공기업 선진화 반대 투쟁의 연장선에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노조가 무기력을 극복하고 파업대오를 결속하고 있다는 건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거짓말. 누가 불법을 저지르고 있나.
상당수 언론이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철도공사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논란의 여지가 많다. 철도공사가 불법파업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노조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경영판단의 문제로 쟁의행위의 요건이 안 된다는 것, 그리고 공기업 선진화에 반대하는 것도 파업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 업무방해 또는 경영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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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파업 일주일째를 맞은 철도노조가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파업투쟁 승리를 위한 서울지구 조합원 총력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노동과 세계 이명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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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나 노조는 파업 절차를 제대로 밟았으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8일 파업을 충남 지방노동위원회가 합법이라고 판정한 것도 노조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민변 관계자도 “파업의 주체가 분명하고, 조정절차와 조합원 찬반투표 등 모든 절차를 거쳤으며, 필수유지업무에 필요한 인원을 제외하고 파업했고 폭력적인 수단도 사용하지도 않아 불법이라고 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철도공사가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직위해제한 것이 불법이 될 수도 있지만 이를 지적한 언론은 거의 없다. 철도공사는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파업 참가자의 50%까지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명백한 단협 위반이다. 충남 지노위는 이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한 바 있다. 일부 언론에서 철도공사의 경제적 손실을 강조하면서 노조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는 합법·불법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세 번째 거짓말. ‘귀족노조’는 파업하면 안 되나.
철도노조를 가장 괴롭혔던 건 연봉 6천만 원의 귀족노조라는 편견이었다.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이 “나보다 연봉을 더 받는 매표원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노조를 압박하기도 했다. 대부분 언론이 철도공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썼지만 구체적인 데이터를 밝힌 곳은 없었다. 일부 언론은 철도노조의 조합비가 연간 110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일단 연봉 6천만 원은 경영진과 고위 사무직을 포함한 철도공사 전체 직원의 평균이다. 실제 현장 노동자들의 연봉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게 철도노조의 설명이다. 게다가 여기에는 시간외 근무수당과 성과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기본급은 5급이 4500만 원 수준이고 6급과 7급은 3200만 원, 2300만 원 수준이다. 부족한 기본급을 시간외 근무수당으로 보전하는 구조다.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은 “설령 ‘귀족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라도 노동자들의 요구는 결국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지적한다. 연봉이 6천만 원이든 1억 원이든 노동자는 끊임없이 노동 조건의 개선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 소장은 “그게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다른 직장 노동자들과 더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더 좋다”면서 “하향 평준화가 아니라 상향 평준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 번째 거짓말. 철도노조 적자는 누구의 책임일까.
고액연봉과 함께 철도노조를 공격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가 철도공사의 천문학적인 규모의 영업손실과 부채다. 철도공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7374억원, 부채는 8조2천억 원에 이른다. 언론에서는 노동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철도공사의 경영부실은 과도한 대부분 경부고속철도(KTX) 관련 건설·운영부채와 이자부담에서 비롯한다. 노조는 선로사용료와 공익서비스보상금(PSO)를 적정수준으로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철도공사가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인 57% 가량이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말을 인용하고 있지만 매출액 대비가 아니라 비용 대비 인건비는 33.2% 수준밖에 안 된다. 반면 유지보수 비용의 70% 이상을 정부에 선로 사용료로 납부하고 있는데다 정부가 보전하는 PSO는 지난해에만 1694억 원이나 미지급 된 상태다.
철도노조는 정부가 정책적 적자만 보전해줘도 영업손실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일본은 철도 건설부채의 84%를 정부가 인수했고 독일은 100%, 프랑스는 82%를 정부가 부담했다.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13% 밖에 안 된다. 그 부담을 고스란히 철도공사가 떠안고 노동자들에게 구조조정 압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인천공항철도의 건설부채를 철도공사에 넘기는 방안까지 추진되고 있다.
다섯 번째 거짓말. 공기업 선진화로 포장된 민영화 음모.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은 공기업 선진화였다. 정부는 철도공사의 영업손실을 2010년까지 50% 수준으로 축소시키고 2012년부터는 흑자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만약 목표가 미달될 경우 경쟁체제를 도입해 사실상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장 출신인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은 인력 감축을 유일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2천 명 이상 신규 인력충원이 필요한 상황인데 5천 명 이상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레이건과 대처처럼 (노조와) 단호하게 맞서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영국에서는 철도를 민영화 이후 재국유화했던 사례도 있었다. 당장 철도공사가 영업손실을 줄이려면 원가 보상률이 44% 수준인 철도 운임을 크게 늘리는 수밖에 없다. 그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는 이야기다. 1인승무가 확대되고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면서 안전사고 위험도 늘어나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소 오건호 실장은 “철도의 수익적 운영은 철도의 공공성과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오 실장은 “철도의 영업손실과 부채는 경영부실이나 높은 인건비 부담 때문이라기 보다는 공공 서비스의 사회적 적자라고 봐야 한다”면서 “사회 전체가 보상할 의무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인력 구조조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지향적인 투자가 필요할 때라는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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