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공연구소 Public Policy Institute for People
leftmenu notice
leftmenu bottom
notice
언론보도

제목 시사인: 사상최대 복지예산 81조 진실 공방
번호 335 분류   뉴스 조회/추천 1537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09년 12월 08일 11시 11분 56초
사상최대 복지예산 81조 진실공방
통수권자의 친서민 정책 의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시장 방문 횟수가 아니라 예산이다. 2010년 예산안이 공개된 이후 복지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것도 그래서다.
 
[116호] 2009년 11월 27일 (화) 20:55:45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통수권자의 친서민 정책 의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시장방문 횟수가 아니라 예산이다. 2010년 예산안이 공개된 이후, 보수와 진보 사이에 복지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것도 그래서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복지병 망국론’을 외치던 한나라당은 이제 당사에 “사상 최대 복지 예산 81조원”을 자랑하는 현수막을 크게 내걸었다. 4대강 예산을 둘러싸고 예산 심의가 늦어지자 “복지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는 발목잡기”라고 보수 언론이 야당을 비판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반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야당, 진보 언론은 “자연증가분을 빼면 복지 예산이 오히려 줄었고, 특히 예산 지원이 절실한 저소득층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라고 비판했다. 81조원 중 국민연금 등 제도적 자연증가분 3조원을 빼면 지난해 추경예산 수준인 80조4000억원을 크게 밑돈다는 얘기다. 지난 11월12일 참여연대는 2010년 보건복지가족부(복지부) 예산안 분석자료를 내고, 기초생활보장비 6800억원, 긴급복지 1000억원, 한시생계구호 4180억원,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 900억원, 결식아동 급식지원비 541억원 등 특히 서민층에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예산이 줄줄이 깎였다고 발표했다. 진보 언론도 복지 관련 예산 삭감현황을 연이어 보도했다.

   
11월26일 ‘민생예산네트워크’가 주최한 민생예산촉구 국민대회 모습.
다시 기획재정부(재정부)가 발끈했다. 복지 예산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정부의 친서민 정책기조를 뒤흔들 수 있는 만큼 방어도 적극적이었다. 재정부는 11월19일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복지 예산이 삭감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요지는 크게 보아 세 가지다. 첫째, 2009년 추경예산은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이례적·한시적 편성이었던 만큼 추경예산이 아니라 본예산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맞고, 그렇게 보면 언론이 지적한 예산 항목 대부분은 줄어들지 않았다. 둘째, 예산안만 보면 삭감된 것처럼 보이는 몇몇 항목은 기금 지출까지 포함한 총지출 규모로 보면 오히려 늘었다. 셋째, 2009년 추경예산에 편성된 긴급지원 예산이 절반 이상 남아 사실상 추경예산이 과잉 편성이었다.

지난 3월 추경예산은 생색내기용?

숫자만 보면 맞는 얘기다. 2010년 예산안 내역을 보면 2009년 추경예산 대비 대폭 삭감을 하더라도, 본예산보다는 약간이라도 증액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복지 예산이 줄었다”는 비판을 받을 것을 의식한 모양새다. 한시생계구호, 긴급복지, 결식아동 급식비, 에너지 보조금 등 저소득층을 직접 지원하는 예산은 한시적 임기응변이었으니만큼, 2010년 예산에 또다시 반영할 이유가 없다는 재정부의 반론은 원칙상 틀린 것은 아니다. 예산을 펑펑 써서 국가채무가 늘면 그 역시 문제 아니냐는 항변도 곁들인다.

하지만 복지 전문가들은 “올해 3월 추경예산 편성 때는 ‘긴급했던 필요’가 불과 몇 달 만에 해소됐다는 얘긴가?”라고 반문한다. 민주당 보건복지위 허윤정 전문위원은 “빈곤층은 경제위기의 충격은 가장 먼저, 경기 회복의 혜택은 가장 늦게 받는다. 내년에도 저소득층의 생계가 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시 예산이라 해도 당분간은 지속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예산분석 보고서에서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 903억원도 전액 삭감됐는데, 겨울 난방비를 걱정해야 하는 저소득층의 사정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긴축’을 해야 할 번지수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저소득층 생활 안정으로 4조2000억원을 배정했던 지난 3월의 추경예산이 결국 생색내기용이었을 뿐 연속성 있는 정책 의지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예산만 보지 말고 기금 지출까지 함께 봐야 한다”라는 해명도 문제다. 전용이 엄격하게 법으로 제한된 예산과 달리, 기금은 총지출 규모의 20% 내에서 국회 동의 없이 전용이 가능하다. 예산 지출을 줄이고 기금 지출을 늘리는 것부터가 사업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얘기다.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는 ‘사상 최대 복지예산’을 자랑하는 현수막이 걸렸다(위).
각론으로 들어가면 황당한 사례도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정부가 정작 저출산 대응 예산을 109억원 삭감했다는 보도에 대해, 재정부는 “건강증진기금으로 이관된 사업 256억원을 포함하면 오히려 예산이 147억원 늘었다”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체외수정·인공수정 시술비를 지원하는 난임부부 지원 사업(256억원)이 건강증진기금으로 이관된 것은 맞다. 문제는, 저출산 대응 정책은 건강증진기금의 사용 목적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강증진기금은 흡연자들이 내는 부담금으로 만드는 기금으로 금연 홍보, 보건 관련 연구개발, 국민 건강 증진 사업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증진법에 명시돼 있다. 법조항 어디에도 출산장려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다. 복지부는 “(난임부부 지원이) 넓게 보아 예방적 건강 증진 성격이 있다”라고 했지만 궁색해 보인다. 예산 지출을 기금 지출로 전환하는 ‘꼼수’를 쓰다보니 나오는 무리수다.

예산 줄이려고 엉뚱한 기금에 사업 떠넘겨

재정부는 또 추경예산에서 1000억원을 늘려 모두 1533억원을 편성한 긴급복지 예산 집행액이 9월 말 기준 484억원에 불과하다며, 추경예산이 과잉 책정됐던 것이지 올해 예산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역시 반론이 만만찮다. 사회공공연구소 오건호 연구실장은 “실제로 그 돈이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가 아니라, 정부가 그 돈을 쓸 생각이 얼마나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음 해에 복지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면, 올해부터 집행을 까다롭게 해서 집행실적을 떨어뜨리는 것은 관료조직의 오래된 ‘기술’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들어 저소득층이 복지 혜택을 받는 게 까다로워진 사례는 많이 알려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친서민’을 내세운 정부가 왜 이리도 복지 예산에 인색하게 굴까. ‘예산 먹는 쌍둥이 괴물’ 4대강 사업과 감세 정책 탓에 국가 재정이 휘청거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0년 4대강 사업 관련 예산은 6조7000억원, 예산정책처가 추산한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액은 2010년 한 해에만 13조2000억원(전년 대비)이다. 단 두 가지 정책으로 나랏돈 20조원이 말라버린 셈이다.

결국 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부족한 복지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요구는 또다시 뒷전으로 밀릴 전망이다. 오건호 연구실장은 “외환위기 당시의 일시적 재정적자와는 달리 올해의 대규모 재정적자는 감세에 따른 것이어서 장기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재정건전성 문제가 향후 중요한 정치적 변수가 될 수 있고 정부도 큰 선거가 있는 2012년 이전까지 균형재정을 맞추려 노력할 것이다. 복지 예산이 이명박 정부 임기 내내 제자리걸음을 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덧말
이름 비밀번호
도배방지
이 게시판은 도배방지 기능이 작동중입니다. 아래 보이는 문자열을 직접 입력해 주세요.
문자는 마우스로 복사할 수 없습니다.
직접 입력
쓰기 목록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