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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프레시안: 철도노조 죽이기 끝은 철도민영화?
번호 35 분류   조회/추천 5298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09년 12월 14일 23시 25분 40초
리포트

MB정부 '철도노조 죽이기'의 끝은 '철도 민영화'?

[오건호 칼럼] "철도공사 적자는 '과도한 인건비' 탓이 아니다"

기사입력 2009-12-14 오후 3:08:08

 

철도가 심상치 않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부정하더니 오랜 진통 끝에 백지화되었던 철도민영화마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단 '불법파업'으로 몰자!

자진출두한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에게 어제(13일)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철도운행을 하지 않았으니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번 철도파업은 절차와 목적에서 완벽할 정도로 적법한 행위였다. 철도노조는 법이 정한 모든 절차를 따랐고, 단체행동도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 이에 사법당국은 정부정책에 반대한 '정치적 목적'의 파업이었다는 공소장을 작성하려 하지만 철도선진화 핵심내용들이 고용관련 사안이어서 이것도 쉽지 않을 듯 하다.

정부의 습관적인 '불법파업 몰아붙이기'는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2003년 철도노조 파업에서도 정부는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불법파업이라며 공권력까지 투입했다. 지루한 법정 공방을 거친 3년 후 대법원은 이 파업에서 '노정합의 약속을 어긴' 정부의 책임이 60%라고 판결했다. 사후적으로나마 파업의 정당성에서 노조가 판정승한 셈이었지만, 불법 파업 공세를 통한 정치적 효과를 정부가 이미 거둔 후였다. 이번에도 나중에 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당장의 불법 공세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게 정부의 셈법이다.

▲ 이번 철도노조 파업은 위법성을 찾기 어려운 합법파업이지만 정부는 '정치파업'이라는 이유로 '불법파업'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뉴시스

영업적자가 인건비 과다 때문이라고?

이명박 정부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철도파업 무력화에 이어 내친 김에 철도민영화까지 나가려 한다. 정부가 발표한 철도선진화의 핵심은 '2007년 기준 영업적자를 내년까지 절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철도민영화 추진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철도공사는 2007년 6414억 원이었던 영업적자를 내년에 3000억 원대로 줄이고 2012년부터 흑자로 전환해야 한다.

어떻게 영업적자를 줄일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선 철도적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마무리한 다음 날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의 진단은 이렇다. "우리나라 철도는 인건비가 버는 돈의 57~58%를 차지하고 있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과연 그런가? 우리나라 철도는 공공요금 통제를 받는 사회서비스이다. 현재 KTX만 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으로 요금이 책정되어 있고, 나머지 일반철도와 화물철도는 원가보상율이 45%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만 생각하면 돈이 안 되는 시골지역 노선은 폐지하는 게 맞다. 한국철도에서 영업적자가 반복되는 이유는 그만큼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래도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다. 맞다. 철도의 문외한인 전직 경찰청장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방만'이라면 이 문제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만약 노동자의 방만을 말하는 것이라면 이건 검증이 필요하다. 세계철도협회가 내놓은 주요 철도국가의 자료를 보아도 한국철도의 노동생산성은 일본을 제외하곤 서구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표> 주요국가 철도의 노동생산성 비교

  한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 일본
1인당수송량
(백만인톤km)
1.38 0.73 0.75 0.71 1.73
자료 : 철도청, <UIC 세계철도통계연감>, 2006년)

철도에서 정말 인건비 비중의 적절성을 알고 싶다면, '정부정책'에 의해 정해지는 매출액이 아니라 비용 항목인 영업비용이나 총비용과 대비하는 게 옳다. 2008년 기준 인건비(기본급, 제수당, 성과급, 급여성복리후생비의 합계)는 영업비용 대비 43.4%, 총비용 대비 33.2%이다. 정부책임자가 57~58%라는 부적절한 수치로 여론을 호도하는 건 곤란하다.

철도공사 적자의 진짜 원인,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

우리나라 철도에서 영업적자가 해소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철도공사 영업구조보다는 정부의 재정 책임 방기에서 비롯된다. 철도산업에 독특하게 존재하는 공공서비스보전금(PSO)과 선로사용료 문제를 살펴보자.

공공서비스보전금(PSO: Public Service Obligations)은 철도공사가 시민에게 철도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정부가 철도공사에게 지급하는 보전금이다. 예를 들어, 작년에 영동선을 운영하는 데 소요된 비용은 1176억 원이었지만 영업수입은 581억 원이었다. 이렇게 PSO는 이용자가 많지 않은 노선에도 열차를 운행해 발생한 비용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제도로서 외국에서도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2007년 철도공사에서 발생한 PSO 금액은 4229억 원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2850억 원만 보전해 나머지 1379억 원이 철도공사 영업적자로 넘어 갔다. 2008년에도 1026억 원이 과소지급되었다. 과거 국유 철도청 체제부터 매년 되풀이되는 악습이다.

한편 선로사용료는 철도공사가 열차를 운행하면서 선로를 사용한 대가로 정부(철도시설공단)에게 지불하는 금액이다. 선로사용료는 KTX 건설비용, KTX 선로사용료, 일반철도 선로사용료로 구성되는 데, 그 규모가 과중해 철도공사가 받는 경영압박이 매우 크다. 이 중 KTX 건설비와 일반철도 선로사용료가 문제이다.

철도는 국가의 기본 교통인프라이다. 그래서 철도건설비는 정부가 직접 책임지는 게 옳다. 외국의 경우 고속철도 건설비는 국가가 50~100%를 책임지는데 반해 한국은 35%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철도공사는 나머지 65%의 고속철도 건설비를 매년 선로사용료 형식으로 부담해야 한다. 일반철도 선로사용료의 경우에도 전체 선로유지보수비의 70%를 철도공사가 부담하는데, 이 역시 너무 무겁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렇게 PSO 미보전금, 과도한 선로사용료 부담금이 전체 철도공사 영업적자의 절반을 웃돈다. 정부가 철도를 적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머지 영업적자는 친환경성, 정시성, 안전성 등 철도가 지닌 사회경제적 부가가치를 존중하고, 철도가 21세기 성장산업으로 떠오르는 추세를 감안하면 감내할 수준으로 여겨진다. 정부만 제 역할을 해준다면 한국철도는 괜찮은 철도이다.

정종환 장관, 철도민영화 신호탄 발표

현재 철도공사는 정부의 철도선진화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다음 두 가지를 추진하고 있다.

첫째, 인력 감축. 철도공사는 2012년까지 5115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이는 전체 정원 3만2092명의 15.9%에 해당하는 규모로, 다른 공기업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구조조정안이다.

둘째, PSO 현실화 및 선로사용료 감면. 철도공사는 지금처럼 정부가 기본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내년 영업적자는 2007년 보다 더 많아지고, 2012년에도 수천억 원의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책임 이행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중 철도공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인력감축 뿐이다. 철도공사 이사회는 올해 4월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원안을 뒤집고 올해 안에 5115명을 모두 감축하는 수정안을 의결했다. 대단한 충성이다. 반면 신규인력 충원은 보류했다. 경의선 복선전철 개통, KTX 경부선 2단계 준비 등으로 올해 632명을 비롯해 2012년까지 2165명이 충원되어야 하는데, 신규충원은 별도 검토한다며 인력충원을 미루고 있다. 이번 철도파업에서 철도노동자를 분노케 만든 항목 중 하나이다.

과연 정부가 PSO를 모두 보전하고 선로사용료도 현실화해 줄까? 전망은 회의적이다. 내년 예산에도 이것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못하고, 이후에도 그렇게 갈 듯 하다.

올해 51조 원의 재정적자를 초래한 이명박 정부는 2013년까지 재정 균형을 달성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지 못하면 부채를 늘린 정권으로 몰려 2012년 대선에서 정권재창출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가 예전에도 해주지 않았던 PSO 완전 보전, 선로사용료 현실화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한 이유이다.

설상가상으로 철도공사는 인천공항철도마저 인수했다. 예측수요의 고작 7%의 이용객을 지닌 애물단지 철도가 이후 철도공사 영업수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철도공사에 혹이 하나 더 붙은 꼴이다.

이제 한국철도는 어디로 갈 것인가? 마침내 지난 12월 4일 국토해양부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대강의 방침을 선보였다. 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며 사실상 민영화 신호탄을 쏘았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강행하더라도 내년에 철도 영업적자 축소 목표가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철도선진화계획에 이미 담겨 있는 여객, 화물별 회계분리를 발전시켜 사업별로 철도를 쪼개는 민영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철도죽이기, 노동자이면서 시민인 우리도 자유롭지 않다

사실 철도의 주인은 이용자인 우리 시민들이다. 지금 철도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작 주인은 어디에 있는가? 더 이상 정부의 철도노동자 죽이기, 철도산업 망치기 작업을 방치할 수 없다. 두 가지 계기를 살려야 한다.

첫째, 이번 철도파업에서 불거진 불법성 논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금 사법당국은 난처한 처지에 몰려 있다. '무리수'를 둔 것이다. 일단 불법으로 몰아붙이고 사후에 그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는데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정부가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의 적법 행위마저 불법으로 모는 정부의 '위법' 행위를 바로 잡아야 한다.

둘째, 시민들과 철도노동자의 연대가 절실하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민이면서 노동자이다. 철도노동자의 헌법적 권리가 훼손되는 순간 우리의 노동권도 안전하지 않다. 또한 우리나라 철도, 지하철만큼 저렴한 요금에 괜찮은 서비스가 유지되는 나라도 드물다. 이러한 철도가 민영화될 위험에 처해 있다.

철도노조가 지금 이명박 정부라는 골리앗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 여기에 노동자이면서 시민인 우리 역시 자유롭지 않다.

/오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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