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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경향: 시론- 왜 인천공항을 팔려는 것인가
번호 34 분류   조회/추천 1811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09년 12월 14일 23시 20분 59초
[시론]왜 인천공항을 팔려는 것인가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일정이 발표되었다. 전체 지분 중 15%를 내년에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내후년 이후 34%를 내놓아 총 49%를 매각하는 계획이다. 대한민국 관문인 인천공항을 파는 일은 모든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국가적 대사다. 그런데 논리가 엉성하다. 국토해양부가 밝힌 이유들을 살펴보자.

첫째, 정부는 민영화가 인천공항이 ‘세계적인 공항으로 성장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도대체 지금 인천공항이 어떤 상태인데? 이미 세계적인 공항이다. 인천공항은 지난 4년간 국제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연속 1위를 달성한 최고 공항이다. 경영에선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될 만큼 우량 조직이다.

둘째, 정부는 ‘민간지분 참여를 통해 시장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보통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주장되는 시장기능은 경쟁 도입을 의미한다. 그런데 인천공항을 둘러싸고 경쟁체제는 구축되지 않는다. 수도권에 다른 국제공항이 존재하지 않는 한, 누구든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동북아 다른 나라 국제공항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그러한 경쟁은 지금 공사체제에서도 이미 형성되어 있다.

셋째, 정부는 ‘민영화를 통해 경영시스템을 선진화’하겠다고 한다. 민간자본이 참여하면 경영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런데 국제공항의 경우 소유지분 구조와 경영 효율과는 그리 상관관계가 없다. 싱가포르공항, 홍콩공항 등 세계적 우수공항 대부분이 공적 소유라는 사실은 정부의 주장을 뒤엎는다.

넷째, 정부는 외국인 지분을 30%로 제한하겠다고 한다. 경영권이 외국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30%도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몫이고, 외국인 지분은 일단 허용되면 한국통신(현 KT)처럼 이후 확대되는 속성도 가지고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에서 외국자본이 대한민국 ‘가’급 국가보안시설에 관여하는 건 곤란한 일이다.

다섯째, 정부는 ‘주식 분배가 인천공항의 성장과실을 국민과 공유하는 일’이라고 한다. 이 때 국민은 누구인가? 해외투자자를 포함한 주식 매입자들이다. 이들의 이윤배당을 위해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사람은 누군가? 공항 이용자들이다. 묻고 싶다. 정부가 대변해야 할 사람들이 극소수 주주인가 공항이용자 국민인가?

결국 인천공항 민영화 논리에선 ‘민간이 참여하면 효율적’이라는 맹목적 주장만 남는다. 민영화의 본질은 공항운영원리를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인천공항은 이용자들에게 다른 선택이 없는 자연독점 부문임을 주목해야 한다. 운영자는 수익 원리를 동원하고 이용자는 다른 선택권이 없을 때, 인천공항은 민간자본의 돈벌이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공항시설의 공익적 사용, 요금의 적정 수준 유지, 사회적 약자 배려 등 공항이 지녀야 할 공공성은 존중되기 어렵다. 그런데도 왜 인천공항을 팔려는 것일까. 마침내 정부가 진짜 이유를 실토한다. ‘지분 매각을 통해 매각대금이 확보돼 국민의 조세부담이 감소된다’고 말이다. 이미 내년 예산안에도 매각수입 5909억원이 잡혀 있다. 말이 좋아 조세 경감이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편법 조치다. 도대체 누가 부자 세금 깎아 주고 4대강 사업 벌이느라 생긴 적자를 국민의 자산 팔아 메우라고 했는가. 대한민국의 하늘 관문이 정권의 사유물은 아니다.

<오건호 |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입력 : 2009-12-09 17:58:09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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