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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제목 한겨레: 몰아치는 민영화, 공공서비스가 흔들린다
번호 535 분류   뉴스 조회/추천 994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11년 11월 24일 17시 58분 25초

몰아치는 민영화, 공공서비스가 흔들린다

 
 
 
하니Only  
 
지난 9월15일 유례없는 정전이 발생했다. 예고 없는 정전 사태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서고 공장이 멎는가 하면, 병원에서는 응급 환자의 수술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평소 5% 이상이었어야 할 전력 예비율이 이날은 24만㎾까지 떨어져 0.35%대로 내려갔다. 전력의 수요 예측과 공급을 책임지는 전력거래소는 늦더위에 이상 고온으로 전력 수요·공급 예측이 빗나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전력산업의 발전부문을 매각하려고 2001년 4월 화력 부문을 5개사로 쪼갰고, 경쟁 관계인 5개사가 보령, 삼천포, 하동 화력발전소에 각각 문제가 생겼다는 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아 유기적인 대처가 불가능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제한송전이 이뤄진 것도 전기산업 민영화에 따른 분할·경쟁 체제가 원인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전력산업의 민영화는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한-미 협정이 외국인이 한국전력공사의 40%, 발전 설비부문의 30%, 배전·판매부문의 50%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화력발전 5개사의 설비용량은 10.1~11.7%에 그쳐 지분 30%으로도 2~3개 발전회사를 외국인 투자자가 매입할 수 있다.

 

전기요금과 직결된 배전·판매부문도 50%까지 외국인 지분이 가능해져 정부가 요금을 규제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예컨대 아르헨티나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의 가스요금 인상을 거부했다가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 회부된 적이 있었다. 스페인 회사가 아르헨티나 가스부문 민영화에 참여해 가스회사를 설립했는데,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자 아르헨티나 정부가 달러 대 페소화의 고정환율제를 파기했고, 페소화의 폭락으로 스페인 회사는 큰 영업손실을 입었다. 투자손실을 만회하려고 스페인 회사는 가스가격 인상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아르헨티나 정부가 거부해 결국 법정 다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가스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소매부문은 민영화된 상태라 한-미 협정이 발효돼 외국자본이 본격 유입되면 가스요금을 지방조례로 정하는 현재 제도가 투자자-국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 한-미 협정문에는 민영 지정독점기업은 물론 공기업도 요금을 매길 때 ‘상업적 고려’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가스 도매공급가격은 한국가스공사가 책임져 전국이 동일하지만, 소매공급은 민간 사업자 33곳이 민간독점 체제로 운영해 인구 규모나 배관망에 따라 가스요금이 차이가 난다. 수도권 등 인구밀집지역은 보급률이 높고 싼 요금을 내지만 지방 중소도시는 보급률이 낮으면서 비싼 요금을 내는 추세다. 지난달 10일 현재 서울의 기본요금(주택용)은 ㎡당 840원이지만, 강원 춘천시는 950원에 이른다. 이러한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에너지 복지제도를 확대하려면 지자체의 요금조정 정책이 중요한데 한-미 협정이 발효되면 외국 투자자의 도전 탓에 이마저도 불가능해질 수 있는 셈이다.

 

철도산업에 도입된 공공서비스 의무보조금(PSO)도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업적 관점에서 제공하지 않을 수송서비스를 철도가 의무적으로 제공하면, 정부가 보상하는 제도로,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이 대략 40% 정도의 요금 할인 혜택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철도산업이 고속철도(KTX) 등 수익성 위주로 재편되고, 한-미 협정에 따라 2005년 7월1일 이후 건설·운영되는 노선에 외국자본이 진출하면 이 제도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원가 이하로 운영하는 서울 메트로, 도시철도공사, 대전·대구·부산 지하철도 낮은 요금을 계속 부과하면 경쟁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외국 투자자에게 제소당할 수 있다.

 

외국자본의 힘은 완전 민영화된 케이티(KT)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나라 가계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크지만, 대통령이 나서도 통신요금 인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케이티의 외국인 지분이 49%에 이르기 때문이다. 1조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는 평균 56%가량의 고배당을 챙겨갈 뿐, 통신비를 인하하거나 설비투자비·연구개발비에 지출하지 않는다. 되레 2003년에 5505명, 2009년에 5992명의 직원을 퇴출시켜 인건비 비중을 15%대에서 13%대로 줄였고, 매출 대비 투자비율도 민영화 이전(26%)의 절반(14%) 수준에 그친다. 이해관 케이티 새노조위원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재공유화인데 한-미 협정이 발효되면 역진방지조항에 걸려 민영화를 되돌릴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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