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공연구소 Public Policy Institute for People
leftmenu notice
leftmenu bottom
notice
언론보도

제목 시사인: 친재벌 MB정부의 '반재벌' 정치쇼
번호 503 분류   뉴스 조회/추천 1303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11년 05월 16일 16시 57분 53초
‘친재벌’ MB정부의 ‘반재벌’ 정치쇼
‘친재벌’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가 돌연 ‘재벌 개혁의 주체’가 되려 한다. 연기금 주주권 행사를 통해 재벌 가문의 아킬레스건인 계열사 지배권을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따른다.
 
[190호] 2011년 05월 02일 (월) 11:06:52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4월26일 열린 한 토론회에서, “대기업-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이나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등의 문제에 대해… 공적 연기금이 보유한 주주권 행사를 통해 접근하겠다”라고 말했다. 행정이 아니라 주주(소유자)로 나서 대기업 경영 행태를 바꾸겠다는 것이 ‘곽승준 발언’의 요체이다. 이 말을 두고 한바탕 소란이 일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내 대기업의 대주주라 할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연금공단) 적립금을 이들 기업의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오른쪽 표 참조). 그러나 그간 연금공단은 주주로서 권리 행사에는 매우 소극적인 편이었다. 오히려 재벌 가문의 그룹 지배권을 안정시켜주는 ‘백기사(우호 지분)’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이런 연금공단에게 재벌 가문의 지배권을 견제시키겠다는 말이다.

금산분리 완화 등 친재벌 정책 펼치더니

‘곽승준 발언’의 배후에는 그동안 정부-재벌 가문 사이의 애증 관계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친재벌’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재벌을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 집권하자마자 대규모 감세를 감행했고, 출자총액제한제를 완화했다. 특히 금산분리 완화는 재벌이 새로운 영역, 즉 은행산업으로 진출할 가능성을 열어주었을 뿐 아니라 순조로운 ‘3세 상속’을 위한 제도적 장치이기도 하다. 또한 사실상 강력한 외환시장 개입으로 원화 가치를 절하시켜 대기업 수출을 지원했다.


   
ⓒ뉴시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4월26일 한 토론회에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곽 위원장은 “쌓아놓은 내부 유보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연결시키는 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재벌을 비판했다.


그런데 이 같은 친재벌 정책은 곧바로 정권의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왔다. 수출 실적이 좋아져도 그 성과는 고용 확대가 아니라 재벌 경영진·주주·해당 기업 노동자들에게 귀속될 뿐이다. 대기업들은 끊임없는 하청 단가 인하로 중소기업을 압박했을 뿐 아니라 중소 유통업에까지 세력권을 확장했다. 중소 유통업은 고용 부문에서 퇴출된 시민들의 ‘마지막 비상구’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반시장주의’라는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행정지도나 정치적 압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석유 등 생필품 가격 인하를 압박하기도 하고, 공정사회라는 기치 아래 하도급법 개정안(납품 단가 조정, 중기 특허 보호)이나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벌 오너들은 냉소적이거나 심지어 이를 비웃기까지 했다.

곽승준 위원장은 4월26일 기조연설에서 삼성의 문제점을 여러 번 거론했다. 예컨대 삼성이 “기존 휴대전화 시장에 안주해온 결과 아이폰 쇼크에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라는 것이다. 이는 재벌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기도 하다. 이날 배포된 미래기획위원회 보도자료는,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 대기업의 거대 관료주의를 견제하고 시장의 공적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적시했다. 재벌 대기업의 지배권 안정과 영업 자유만 보장하면 경제 발전이 보장되는 것처럼 처신하던 이명박 정부의 핵심부에서 나왔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주장이다.

곽승준 위원장의 기조 연설에 나타난 ‘재벌관(觀)’은 더 파격적이다. 예컨대 재벌들은 “쌓아놓은 내부 유보금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연결시키는 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의 내부 유보금은 2011년 현재 300조~4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돈을 혁신과 투자에 쓰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혁신과 투자에 게으르다보니 하청업체 납품대금 후려치기나 중소 유통업 진출 같은 비생산적인 행태를 거듭하고, 이에 따라 “경제 전체의 창의력과 활력이 약해졌다”라는 것이 곽 위원장의 판단이다.

그래서 그가 내놓은 대안이 바로 연금공단의 대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다. 정부(연금공단)가 대기업 혁신의 촉진자 구실을 맡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연금공단은 대기업에 혁신을 강제할 만큼 충분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현재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서 보유 지분(5.00%)이 이건희 회장(3.38%)보다도 많다.”

연금공단의 주주권 행사는 일종의 정부 개입이지만, 상당한 대의명분을 가진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주주가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 친화적인’,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연금공단은 이미 상당수 재벌 그룹 주요 계열사에 막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연금공단이 총지분의 5% 이상을 보유한 대기업만 현재 139개이다(아래 상자 기사 참조). 물론 연금공단이 재벌 가문의 지배권을 박탈하는 사건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추상적 가능성’만으로도 재벌 가문에 엄청난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예컨대 연금공단은 보유 주식을 사고파는 방법으로 대기업 주가를 변동시킬 수 있고, 지배권을 노리는 다른 대주주에게 넘겨버릴 수도 있다. 혹은 재벌 오너가 치명적인 경영 실패를 저지르거나 비위가 폭로되는 경우, 다른 주주들을 규합해서 지배권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 더욱이 연금공단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돈은 총적립금의 17.5%에 불과하다. 연금공단이 마음만 먹으면 대기업 주식을 얼마든지 늘려갈 수 있다는 의미다.


   
ⓒ조우혜
국민연금공단은 삼성전자 주식을 5% 보유한 2대 주주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 가운데)은 곽승준 위원장의 연기금 주주권 행사 발언에 대해 “별로 신경 안 쓴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현재 재벌들의 가장 큰 과제는 ‘3세 상속’이다. 이후 수년 동안 재벌 오너들은 수많은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3세에게 물려주기 위해 상당한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 재벌 가문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 기업들에 연금공단은 적잖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그룹의 경우, 가장 중요한 기업은 삼성전자이다. 삼성전자는 삼성SDI를 통해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런 계열사 중 하나가 삼성물산인데, 이 회사 역시 다른 상당수 기업을 지배한다. 그런데 이런 지배계통을 따라 만만치 않은 연금공단의 지분이 오너 지분에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건희 회장 가문 쪽의 지분이 15.57%인데 연금공단도 5%를 보유하고 있다. 연금공단은 삼성SDI에 7.11%(이건희 가문 측은 20.49%), 삼성물산에 7.94%(이건희 회장 측은 14.04%)의 지배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더해 삼성전기(7.11%), 삼성엔지니어링(8.04%), 삼성중공업(5.04%), 삼성화재(6.04%), 호텔신라(6.12%) 등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다른 재벌 계열사에서도 연금공단은 2~3대 주주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연금공단은 유사시 한국 자본주의의 구조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거대 금융 투자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재벌’적인 이 계획은 오히려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먼저 이명박 정부가 재벌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국민 정서를 이용해, ‘포퓰리즘’을 펼친다는 시각이다. 예컨대 연금공단이 주주권을 행사해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내년 봄은 총선 직전이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여권 일부의 집권 전략일 가능성을 경계한다. 진보신당 강은희씨는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을 압박하기보다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세금 관련 대타협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곽승준 위원장의 제안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보통 주주권 행사란 원론적으로 해당 회사의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래기획위원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곽 위원장은 연금공단의 기금 운용을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가입자 대표(노사, 지역 등)를 배제하고 금융투자 전문가로 채울 계획도 가지고 있다. 수익성 위주로 연금을 운용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연금 운용이 곽 위원장이 제시한 가치(대기업-중소기업 균형 발전, 대기업의 투자 증대)와 어긋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의 기업 가치를 올리려면 오히려 고용을 더욱 유연화하고 하청기업의 단가를 내리며, 리스크가 많은 장기 대형 투자는 삼가는 편이 낫다. 그래서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곽 위원장이 언급한 기금운용위 개편은 그가 제시한 목표와 모순적이다. 뭔가 왜곡하거나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한다.

“개혁 의지 있다면, 조용히 재벌 팔 비틀어야”

이찬근 교수(인천대)는 “대기업에 대한 연금공단의 영향력 행사는 당연하다”라고 전제하면서도 곽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부적절하고 촌스럽다”라고 평가한다. “이토록 떠들썩하고 공격적으로 연금공단의 시장 개입 의지를 밝히는 것은 외국 자본 등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다. 진정한 개혁 의지가 있다면 (대기업의) 팔을 비틀더라도 말 안 하고 비틀어야 했다.”


   
또한 한국 보수 세력의 특성으로 볼 때 ‘낙하산 시비’만 증폭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주변 세력들이 공기업은 물론 민간 기업의 요직에까지 대거 투하된 경험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가 연기금을 통해 기업에 대한 강력한 압박 수단을 보유하게 될 때 삼성전자나 현대차의 CEO 임명까지 좌지우지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미래기획위원회는 연금공단의 주주권 행사 계획을 강행하겠다며, 기금 운용의 가이드라인 설정 등 구체적 작업만 남았다는 입장이다. 손영채 미래기획위원회 과장은 “제도나 법을 바꿀 필요는 없다. 위원회가 측면에서 지원하겠지만, 연금공단이 원칙대로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덧말
이름 비밀번호
도배방지
이 게시판은 도배방지 기능이 작동중입니다. 아래 보이는 문자열을 직접 입력해 주세요.
문자는 마우스로 복사할 수 없습니다.
직접 입력
쓰기 목록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