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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제목 매노: 청년유니온 출범 1년, "락마를 보았다"
번호 487 분류   뉴스 조회/추천 1655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11년 03월 04일 14시 04분 10초

청년유니온 출범 1년 "락마(樂魔)를 보았다"

듣보잡’에서 유의미한 세력으로 … 다음달 세 번째 설립신고

 

#. 2009년 11월. 김아무개(28)씨는 한 공기업에서 6개월 인턴으로 일하고 난 후 실업급여 103만원을 받았다. 그 돈으로 학원을 등록해 취업준비를 하던 중 정부가 실업급여를 반환하지 않으면 재산을 가압류하겠다고 통보했다. 정부의 홍보와 달리 토요일이 근무일수에서 제외돼 고용보험 가입기간 180일을 채우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김씨는 난데없는 빚이 생겼고, 또 다른 청년들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인턴기한을 연장했다. 이들은 청년유니온에 상담을 요청했다. 청년유니온은 구직자를 두 번 울리는 졸속행정을 처음으로 이슈화했다.

 

#. 지난해 8월.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조아무개(21)씨는 청년유니온의 캠페인을 통해 자신이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씨는 청년유니온과 함께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편의점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끝에 미지급 급여와 밀린 수당까지 전부 받을 수 있었다.

#. "무심한 세상에 청년유니온이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최근 청년유니온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의 요구로 '30분 배달제'가 폐지되자 한 누리꾼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감사인사를 전했다. 경찰청은 피자업체들과 배달원들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 공동으로 교통안전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캠페인은 패스트푸드·치킨 등 프랜차이즈 업계와 영세 중국요리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너희가 노동운동을 알아?"

편의점 아르바이트·청년인턴·피자배달원…. 주변에 항상 있지만 투명인간이었던 청년노동자들이 청년유니온을 통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청년유니온은 지난해 3월 창립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사회적 반향과 달리 노동계의 반응은 덤덤했다.

"노동운동을 해 본 적이 있나요?" "노동조합이 뭘 하는 곳인지 아세요?" "단결해야 할 노동운동을 왜 나누려고 하세요?"
청년유니온 출범 당시 창립멤버들은 이 같은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우리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이었습니다. 필요하다는 건 알았지만, 저희도 청년유니온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막막하고 불안해서 매일 피가 말랐어요. 일단 청년들이 아프다고 소리라도 내게 만들어 보자는 것이 목표였어요."

조금득 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은 노조 출범 당시가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유니온 창립 당시 사회에서는 촛불집회가 막 끝난 뒤 거리로 나서지 않은 20대에 대해 이른바 '20대 개새끼론' 논쟁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청년들은 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2009년 8월 경기도의 한 술집. ‘아르바이트 천국’이라는 별명을 가진 조 사무국장과 학원강사였던 김영경 위원장, 핸드폰비가 없어 연애를 못하는 휴학생 등이 모여 서로 위로하는 모임을 만들어 보자고 모의를 했다. 반복되는 실업과 불안정한 노동에 대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였다. 청년유니온은 그렇게 태어났다.

그때부터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당장 함께해야 할 주체인 청년들을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양하다 보니 정리된 이론도 없었다. 노조 운영비를 마련하는 현실적인 문제부터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청년유니온이 정치적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이고, 구직 중인 실업자는 조합원이 될 수 없다며 설립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청년유니온은 다음달 초 세 번째 설립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청년유니온, 누구냐 넌?

지난해 9월 청년유니온은 '락마(樂魔)를 보았다'는 후원의 밤을 열었다. 행사 제목은 '헤살(일을 짓궂게 방해하는 짓) 놓는 요사스러운 방해물을 즐기다'라는 뜻으로 난관을 즐겁게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후원회 제목처럼 청년유니온은 지난해 유의미한 활동을 벌이며 적지 않은 관심을 모았다.

같은해 11월 청년유니온에 한 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왔다. 아줌마 모임의 회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중년여성이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을 보고 연락한 것이다. 서울행법은 청년유니온이 노동부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설립 반려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취업준비생·구직자·실업자 또는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도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일시적 실업자와 구직자도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는 의미 있는 판결을 이끌어 낸 것이다.

조금득 사무국장은 "한 중년여성이 청년유니온의 판결을 봤다며, 아줌마들도 노조를 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문의를 해 왔다"며 "노조설립 투쟁이 우리 사회 전반의 보편적 권리와 가치를 찾아가는 문제라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최저임금 실태조사와 청년 가계부 공개·최저임금 캠페인·30분 배달제 폐지 등 청년 다수가 경험하는 노동실태를 파헤쳐 눈길을 끌었다. 노동·취업 상담과 노동인권교육도 일상적으로 진행했다. 우리 사회에서 긍정적 변화를 일으킨 20~30대 개인과 단체에 수여하는 ‘한국청년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조합원이 바라본 청년유니온, "10점 만점에 6점"

 ⓒ 매일노동뉴스

창립 당시 50여명이었던 조합원은 이달 현재 210명으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청년유니온을 '백수노조'라고 칭하지만, 조합원 중 실업자나 구직자는 14%에 불과하다.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대학(원)생이 28%로 가장 많고, 비정규직이 22%, 정규직이 14%를 차지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연령별로는 10대가 1명, 20~24세가 40명, 25~29세가 73명, 30~34세가 73명, 35~39세가 23명이다. 이들 중 74%가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청년유니온이 최근 실시하고 있는 조합원 조사 중간집계 결과(78명) 이들은 주로 언론이나 인터넷 서핑을 통해 가입했다. 조합원들은 청년유니온이 앞으로 주요하게 다뤄야 할 중장기적 의제로 아르바이트와 인턴 등 불안정·불합리한 노동환경 개선(30%)을 꼽았다. 이어 19%가 ‘국내 최초 세대별 노조로서 정체성 확립 및 비전 제시’를 선택했다. 올해 청년유니온이 집중해야 할 사업으로는 42%가 노조설립과 노동법 개정 운동을 택했다. 조합원들은 청년유니온이 더 발전하기 위해 조합원들과의 의사소통(56%)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청년유니온을 처음 접했을 때 조합원의 호감도는 10점 만점에 8.3점이었다. 하지만 현재 조합원으로서 만족도와 소속감은 각각 6.6점과 6.1점으로 초반보다 낮았다. 조사를 책임지는 황희남 문화팀장은 "지난해는 사업방식이 언론노출을 통한 기획과 이슈파이팅 위주로 진행됐다"며 “조합원과 소통하고 실질적인 조직화를 하는 데 미흡해 조합원 만족도가 떨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청년유니온의 과제는 모든 노조의 과제"

청년유니온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새로운 모델에 대해 노동계·시민사회단체 안팎에서도 관심이 많다. 청년노동의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소외됐던 청년대변자로서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활동이 경이로웠다"며 "다양한 청년을 품을 수 있는 정치사회 세력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정치·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운동을 하는 만큼 청년유니온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모든 노조의 과제”라고 말했다.

청년층노동문제해결을위한노동조합인‘청년유니온’회원들이지난해3월 13일 서울 중구 청어람 아카데미에서 열린 창립식에서 창립선언문을 읽고 있다. 정기훈 기자 ⓒ 매일노동뉴스

청년유니온이 유의미한 세력으로 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제언도 이어졌다. 황영미 전국여성노조 위원장은 명확한 정체성 확립을 주문했다. 전국여성노조는 일반노조로 청년유니온과 유사한 형태를 갖고 있다. 황 위원장은 "시민사회단체인지 노조인지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할 때"라며 "노조로서 대정부 교섭과 투쟁을 벌여 청년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실질적인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더 넓은 연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정호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은 "언론플레이 중심의 활동은 한계가 명확하다”며 “고등학교 졸업자들의 실업 문제 등 더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실질적인 조직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만의 운동이 돼서는 안 된다는 충고도 있었다. 불안정 노동의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현재의 구조로는 청년유니온이 문제 해결 능력을 갖기 어렵다"며 “이들이 실질적인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청년노동 문제를 방치하면 앞으로 더 큰 사회적 갈등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청년유니온의 목소리가 제도권으로 반영될 수 있게 오히려 정치권과 정부가 나서 법적인 지위를 부여해 돌파구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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