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2일 “내년 복지예산이 사상 최고”라고 말하며 정치권의 복지예산 논란에 가세했다. 하지만 한 나라의 복지 수준을 평가하는 가장 일반적인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예산의 비중은 올해부터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겨레>가 기존 복지예산 추이와 정부의 ‘2010~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종합해 추산한 결과,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에서 복지예산(추가경정예산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였다. 하지만 올해는 이 비중이 7.0%로 줄어든 뒤 내년 6.9%, 2012년 6.9%, 2013년 6.8%, 2014년 6.6%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복지예산 비중 감소 추세는, 정부가 복지예산 증가율을 국내총생산 증가율보다 낮게 잡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올해 명목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8.4%에 이르지만, 복지예산 증가율은 1%밖에 되지 않았다. 정부는 2011~2014년의 국내총생산 증가율 역시 해마다 평균 7.6%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복지예산 증가율은 2011년 6.2%(국회에서 6.3%로 조정), 2012년 7.6%, 2013년 5.7%, 2014년 4.3%로 매년 지디피 증가율과 같거나 이를 한참 밑돌도록 설정했다.
지디피 대비 복지예산 비중은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 나라의 복지 수준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지표로 간주되고 있다.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국가 전체의 소득 수준과 견줘 복지로 얼마나 지출하느냐, 즉 전체 지디피 중 복지지출이 얼마나 되느냐가 가장 표준적인 지표이며 국제비교에도 가장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와 여당에서는 정부의 총지출(전체예산) 대비 복지예산의 비중이 올해 27.7%에서 내년 27.9%로 높아진다는 점을 내세워 복지에 중점을 두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구 교수는 “전체 예산 대비 복지예산 비중도 보조지표로 쓰일 수는 있지만 이는 각 정부의 재정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지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정부가 앞으로 5년간 정부의 총지출을 얼마나 하고 복지·교육 등 분야별 예산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담은 재정 계획표다. 따라서 현재 정부의 정책의지는 지디피 대비 복지예산 비중을 계속 줄여나가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예산은 참여정부에서 짠 예산이고, 지난해 예산은 금융위기 충격에 따른 비상예산의 성격이 짙어서 사실상 현 정부의 정책의지가 반영된 예산은 올해부터라고 볼 수 있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복지예산에 대한 유의미한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0년 이래 지디피 대비 복지지출이 감소한 해는 세 번밖에 없는데 모두 갑작스런 성장률 변화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다”며 “올해부터 5년간 계속 복지예산 비중이 감소한다는 것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기조를 변화시킨 결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