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에게 이름뿐인 ‘성인지 예산제’ 사회공공연구소 "시행 첫해, 적용대상 정부사업 2.5%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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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한 성인지 예산제에 대해 "재정전략이 빠진 채 형식적인 자료만 제출해 성인지적 관점을 흉내 내는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소(소장 강수돌 고려대 교수)는 7일 "여성 비정규직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모성보호와 사회보험 수혜 범위를 정하는 성인지 예산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노동조합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이날 ‘성인지적 재정전략 없는 성인지 예산제’ 이슈페이퍼를 통해 “정부가 제출한 성인지 예산서는 정부사업 총 8천여개 가운데 195개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금액 면에서도 정부 총지출안 292조원 중 2.5%인 7조3천억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성인지 예산서가 빈약한 배경은 정부사업 가운데 기금사업을 제외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금사업은 정부 총지출안(292조원)의 30.5%를 차지한다. 기금사업은 특히 노동자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노동부의 올해 총지출안 12조3천억원 가운데 91%가 기금사업이다. 모성보호 육아지원·육아휴직장려금 등 고용·산재보험기금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오건호 연구실장은 “성인지 예산서에 기금사업이 모두 제외되면서 가장 타격을 받은 부처가 노동부”라며 “기금사업 제외로 인한 피해는 결국 여성노동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성인지 예산제가 애초 취지에 맞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성인지적 재정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성인지적 정책방향과 재정부문 원칙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어 "성인지 예산서에 담기는 사업내용도 대폭 보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처럼 남녀 수혜율 정도만 간단히 기록된 1쪽짜리 형식적인 보고서가 아니라 해당사업에 관련한 성별 격차의 원인과 해소방안 등이 모두 서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구소는 "성인지 예산서가 원칙적으로 정부의 모든 재정사업을 대상으로 확대돼야 하며, 세입 분야에 대한 분석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실장은 “시민사회가 나서 정부와 국회가 포괄하지 못하는 성인지 예산의 한계를 지적하고 공론화해야 한다”며 “특히 노동계가 사업장 모성보호의 범위나 공공기관 간접고용의 폐해 등 여성 비정규직의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들이 성인지 예산서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Tip] 성인지 예산제
국가재정이 성평등을 증진하는 방향에서 운영되도록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미리 평가해 정부 예산에 반영하도록 한 제도다. 지난 2006년 제정된 국가재정법은 정부의 예산이 성별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한 보고서인 ‘성인지 예산서’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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