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공연구소 Public Policy Institute for People
leftmenu notice
leftmenu bottom
notice
언론보도

제목 주간현대: 문화를 돈으로만 계산....
번호 361 분류   뉴스 조회/추천 2142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10년 02월 09일 14시 07분 29초
<심층추적>국립극장 민영화 추진 어쨌기에 “문화를 돈으로만 계산…걱정된다!”
대한민국 대표 공연장 지금 몸살중…연극인 출신 문화부 장관 뭐하나?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극장의 법인화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문화예술의 공공성을 지킬 것이냐, 행정 자율성을 줄 것이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국립극단 노조측은 극장측이 법인화 문제를 노조의 의견 수용 없이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극장측은 법인화로 인해 예산이 없기 때문에 단원들을 정리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이에 노조측은 침묵시위를 전개, 파업까지 불사할 각오를 다지고 있어 대립이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 지난해 12월29일 열린 중식보고 및 집회에서 극단 노조들이 모여 법인화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지혜 기자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법인화 문제로 미술계뿐 아니라 문화예술계가 시끌시끌하다. 국립 문화예술기관의 법인화 문제는 지난해부터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거론되면서 문화예술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등 논란이 돼왔다.

문화예술의 ‘자율성과 전문성 강화’냐, ‘공공성 훼손 상업성으로의 치중’이냐를 놓고 법인화에 대한 찬반이 대립되는 가운데 남산에 위치한 국립극장도 법인화의 갈림길에서 극장과 극단노조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극단 전원이 법인화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히며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까지 벌여, 향후 논란이 뜨거워질 조짐이다.

법인화 논란 가속화

국립극장의 단원들은 섣부른 법인화에 대해 ‘전원 반대’를 표명하고 나섰다. 극단 운영을 수익성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생기는 공공성 약화, 작품의 질 저하, 예산 절감 효과를 노린 객원 단원 활용 등 파행 운영 등으로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또한 수익창출이 높은 상업성 공연에만 치중해 기초 순수예술의 활동이 저하되고 수입확보를 위한 관람료 인상으로 그 피해를 고스란히 관객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석채 극단 운영위원은 “공공기관은 고품질의 공연을 선보여 국민의 문화 향유권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법인화가 되면 관람료가 인상돼 서민은 볼 수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전통 문화는 현재 대중화되어 있지 않은데다 마니아층이 별로 없어 관객 확보가 어렵다”며 “법인화는 극장 경쟁력 강화가 아닌 존립 여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각종 연구결과에서도 예술기관의 법인화에 따른 문제점이 드러나 예술단원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이 발표한 ‘문화예술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적 제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법인화로 운영된 공공예술기관과 예술단은 수익성 공연 위주 대관, 기획공연 축소, 신규채용 동결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한 사회공공연구소가 2008년 3월 발표한 ‘국공립 예술기관 운영 평가 및 공공성 강화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공립 예술기관이 법인화가 되고 나서 재정자립도는 높아졌으나 소위 ‘팔리는’ 프로그램만 선호해 문화다양성을 저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자립도가 높아진 이유도 관람료 상승, 대관료 인상, 대관 비율 상승 등 공연 외적 수입이 주를 이루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물론 법인화의 장점도 있다. 법인화가 될 경우 운영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의 설명이다. 현재의 국가관리 체제에서는 기부금을 받을 수 없지만 법인화가 되면 민간부문에서 기부와 지원이 활성화될 수 있으며 자율성 확대로 기획공연의 창의성을 살릴 수 있다는 것.

유인촌 문광부장관은 지난해 10월 ‘2009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문화부장 세미나’에 참석해 “기부를 받으려고 해도 지금의 제도에서는 기부금품모집금지법 위반이 되기 때문에 기부를 받을 수 없다”며 “민간 부문의 기부와 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법인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통 문화 위축 우려

국립극장은 국가가 그 나라 민족예술 발전과 연극문화를 국가차원에서 보존·진흥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설립됐다. 이에 국립극장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수익성으로 평가한다면 흥미 위주의 시장에서 힘의 논리에 의해 전통 문화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통 예술은 관객확보나 수익성 창출이 어려워 국가가 육성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창극단 소속 윤석안 국립극단 지부장은 “어떻게 문화를 돈이 되는 것과 돈이 안 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겠냐”며 “과거가 없이는 미래도 없다”고 탄식했다.

노조측은 “법인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가 된 후 법인화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준비가 되지 않은 법인화 논의는 전통 예술 자체를 사장시킬 수 있다는 것으로 “국악이나 창극 연극 무용 등 전통 예술은 아직 시장경쟁력이 약해 자유경쟁 체제 속에 던져지면 상업성에 치우쳐 본래 기능이 흐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술성을 유지하면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까지는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노조측은 “행정과 예술은 별개의 것”이라며 “법인화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예술에 맞는 법인화 모델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극단 단원들은 가장 큰 걱정거리는 현재 전용극장이 없다 보니 법인화되면 공연 시 극장 대관료를 지불하고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전용극장, 사무실, 연습실, 무대소품 제작실, 무대소품 보관실 등이 필요한데 이런 부지 시설을 건축하는데 800억 정도 예상된다고 한다.

그러나 법인화에 대한 예산은 50억 뿐이며 품목 또한 인건비와 공연예산사업비에 책정됐을 뿐 전용극장에 대한 품목은 없다. 전용극장 문제와 예산에 대한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문광부에 문의하자 “이제부터 준비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예술에 맞는 정년제 필요

물론 문광부에서 법인화를 강요하고 있는 것은 배우들의 경쟁력 강화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립극단을 ‘철밥통’에 비유하며 배우 ‘종신제’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국립극단은 공연마다 ‘상시평가제도’를 운영하는데 3년 동안 연달아 경고 3회면 물러나게 된다. 그러나 4년 전에 제도가 도입된 후 퇴출된 배우는 한 명도 없어 사실상 ‘종신제’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경쟁이 없고 발전이 없는 공무원 조직” “한정된 단원으로 작품을 만드는 까닭에 배역에 어울리지 않는 배우가 역할을 맡는 등 작품의 질도 하락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국립극단을 두고 ‘실버극단’이라는 별명마저 생길 정도로 단원의 평균 연령이 높다. 현재 국립극단 단원 23명의 평균 연령은 53.2세. 장모씨(86), 백모씨(85)를 비롯해 60~80대 단원이 8명(35%)이고 2002년 들어온 이모씨(35)가 막내다. 대부분 입단 20~30년이 넘은 단원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극장측은 2009년 12월 외부활동 금지 조항, 성과급 연봉제, 휴가 축소 및 근무일 조정 등이 포함된 운영개선안을 제시했다. 특히 극장측과 노조측의 의견 차이가 가장 큰 부분은 평가제와 정년제이다.

단원평가는 대체로 현 제도와 같이 상시평가제도로 하되 1년에 한 번씩 오디션제를 추가로 실시한다. 상시평가제도와 오디션제를 병행해 경고 2회 시 단원신분을 정단원에서 준단원으로 변경, 3회 시 현행과 같이 퇴출된다. 또한 국립극단·국립창극단·국립국악관현악단은 60세, 국립무용단은 55세로 정년제를 실시한다.

아울러 정년을 초과하거나 임박한 기존단원에 대해서는 정년연장의 경과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퇴직자는 명예단원으로 3~5년 더 근무할 수 있다.
 
반면 노조측은 “현재 실시하고 있는 상시평가제도로 그 극을 맡은 예술감독이 각자 성향에 맞춰 평가하기 때문에 알맞은 평가가 나온다”며 “상시평가제도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감시를 소홀히 한 극장측 잘못이지 단원들에게 떠넘길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 운영위원은 “극장측은 젊은 피 수혈이라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지만 극단에 들어온 지 1년 된 배우와 30년이 넘는 배우의 기량 차이는 확연하다”며 “오디션제를 실시하는 것은 기량평가 명목으로 노조를 탄압하려는 태도”라고 밝혔다.

정년제에 관해서는 “예술에는 정년이 없지만 조직은 정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년제 도입은 찬성한다”며 “하지만 공무원의 정년을 예술에 갖다 붙일 것이 아니라 예술인에 맞는 정년제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극장측에 조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극장측은 “개인의 기량을 평가하고자 할 뿐 탄압이라고 볼 수 없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연단체별 공연자문협의회’를 구성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단원 능력에 따른 경쟁 체계를 마련해 전속단체의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년제에 대해서도 “창극, 무용 등의 공연은 활동성이 중요시 되기 때문에 나이 드신 분은 아무래도 힘들다”며 “새로운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갈등 격화돼 ‘멱살잡이’까지

극장측과 노조측의 갈등은 ‘멱살잡이’로 비화하기도 했다. 발단은 연극 준비를 위해 분주했던 단원 전원의 출근카드에 ‘지각 사인’이 찍힌 것.

단원들은 관행적으로 연출가의 스케줄, 분장 시간 등을 고려해 ‘근무탄력제’를 실시하고 있었는데 극장측에서는 공연 4시간 전인 10시에 출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원을 지각으로 처리했다. 절차 없이 정해진 근무시간을 임의대로 변경하는 것은 질서가 무너진다는 이유에서다.

항의하는 과정에서 단원 중 한 사람이 농담 삼아 “그럼 공연하지 말라는 것이냐”라고 했더니 “공연하지 마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격분한 단원이 멱살잡이를 한 것.

노 운영위원은 “단원들은 한 번의 공연을 위해 존재한다. 하루하루 공연을 위해 에너지를 집약해서 사용하는데 6시간을 근무하지 않았다고 해서 당일 공연을 준비하는 단원들에게 지각 통보는 말도 안 된다”며 “예술을 국민들에게 더 잘 보여주기 위한 행정이 아니라 감사에 걸리지 않기 위한 행정”이라고 비꼬았다.

노조는 지난해 12월29일 법인화를 반대하는 중식보고와 집회를 가졌으며 31일에는 극장측의 답변을 요구하기 위한 피케팅을 전개했다.

공연에 들어가기 전 10분 동안 입구에서 마스크를 쓴 채 피켓을 들고 서 있었던 것이다. 윤 지부장은 “예술인을 소모품으로 보는 태도”라며 “이렇게 되면 원하지 않지만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국립극단 노조측은 19일 ‘국공립 예술기관 공공성 확보 및 국립극장 발전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법인화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국립극장의 발전방향’, ‘국립극장 전속단체의 법인화에 전제되어야 할 문제’ 등에 대해 이형환 중앙대 국악교수, 이태주 연극 평론가, 유민영 단국대 석좌교수 등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토론회에서 “법인화는 시기상 맞지 않다”며 “충분한 검토와 토론을 통해 단체 특성을 고려한 법인화가 이뤄져 예술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윤 지부장은 “그동안 국립극단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인정하며 고쳐야 할 필요는 있다”며 “하지만 전통 문화가 위축돼버리면 나라의 정체성도 흔들린다. 적절한 수준의 활성화 방안을 찾아 많은 관객이 오게 하고, 좋은 작품을 올리며, 전통 문화를 지키는 것이 국립극장의 사명”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재 국립극장의 법인화는 예산이 통과되고 예순 추진 과정에 있으며 노사협회를 주최해 극단원들을 정리해고할 예정이다. 국립극장의 권영호씨는 “법인화가 되면 극단 예산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당장 단원들에게 줄 수 있는 급여가 없다”며 “일단 정리해고를 한 뒤 강의를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의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간현대>문지혜 기자 dndn1010@hanmail.net

  
덧말
이름 비밀번호
도배방지
이 게시판은 도배방지 기능이 작동중입니다. 아래 보이는 문자열을 직접 입력해 주세요.
문자는 마우스로 복사할 수 없습니다.
직접 입력
쓰기 목록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