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서민생활과 밀접한 정책과제 변질되거나 표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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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 관계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인수위 시절에 약속한 서민정책 가운데 일부는 지켜졌지만 많은 정책과제가 변질되거나 사라졌다. <경향신문> |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정책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능동적 복지’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평생 복지기반 마련 ▲예방·맞춤·통합형 복지 ▲시장기능을 활용한 서민생활 안정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라는 전략목표 아래 핵심·중점과제 23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인수위가 약속한 정책과제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서민정책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사이 변질의 과정을 거쳤다.
인수위는 평생복지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표 아래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통합을 약속했다. 기초노령연금은 기초연금으로 전환해 고소득층 노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노인에게 지급하며, 국민연금은 기초연금액을 제외하고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기초노령연금의 사각지대가 줄어들고, 연금의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사회공공연구소 오건호 실장은 “현재 기초노령연금액은 국민연금 기본연금액의 5%로, 이명박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액을 인상하기로 약속했다. 기초노령연금 인상은 기초노령연금법 부칙에도 나와 있다”면서 “하지만 결론적으로 선거성 공약에 그쳤다. 기초노령연금액을 인상하려면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인지 정부는 기초노령연금을 인상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 곽정숙의원실은 “2008년부터 2028년까지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 기본연금액의 10%로 인상해야 하는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2007년 기초노령연금 도입과 연동해 개정한 국민연금 급여율 삭감은 재빠르게 시행되고 있다. 국민연금 급여율은 연도별로 차근차근 삭감하면서 기초노령연금 인상은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기초노령연금은 지난해 1월 70세 이상의 노인에게 지급했고, 같은 해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과 재산을 평가해 지급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인상 이뤄지지 않아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는 ‘약속을 지켰어도 욕을 얻어먹는’ 정책과제다. 이명박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취한 방법이 의료급여 대상과 의료급여 혜택을 줄였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예로 차상위계층에게 혜택을 주던 한시적 의료급여 대상자가 줄었다. 6세 미만 어린이가 병원 입원 때 치료비 전액을 건강보험 급여로 처리하던 것도 10% 부담으로 바뀌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이명박 정부는 의료급여 대상자와 건강보험 혜택을 줄이는 방법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화를 취했다. 게다가 법으로 정한 건강보험 재원 국고지원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희귀성질환 보장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수십억원의 예산만으로 가능한 소소한 부분이다. 1989년 건강보험이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된 이래 건강보험 보장성이 약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10월12일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건보공단 국감에서 “이명박 정부의 민간의료보험 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인해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이 2005년 수준으로 축소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07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4% 정도였지만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은 62.2%로 낮아졌다.
인수위에서 약속한 건강보험 보장 확대 정책과제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 밖에도 임신에서 취학 전까지 의료서비스 지원, 12세 이하 필수예방접종 소요비용 국가부담 등도 정부의 일부 지원으로 인수위의 약속과 차이가 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인수위는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이 ‘가계 통신비용 부담 경감’ 대책이었다. 인수위는 “정부의 규제 개선을 통해 요금경쟁 활성화를 도모하는 한편 사업자의 자율적 요금인하 등으로 2006년 대비 2008년 연간 가계통신비는 최대 15%까지 절감(연간 2조3000억원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경실련 사회정책팀의 윤철한 부장은 “실제 이뤄진 것은 전혀 없다. 통신사에서 특정요금제를 출시한 것이 전부였다”면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통신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가입비를 없애고 기본료와 문자요금을 낮추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나온 대책이 이상한 요금제도만 만든 것이다”고 비판했다.
영세상인 보호 현실과 동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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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가 약속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이 높다. 사진은 서울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간호사들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 관계가 없다. <경향신문> |
고속도로 통행료 조정 및 출퇴근시 요금할인은 인수위의 정책과제처럼 지켜지고 있다. 고속도로 출퇴근 시간대 요금할인은 오전 5~7시, 오후 8~10시에 최장 20㎞ 구간에서 50%를 하고 있다. 오전 7~9시, 오후 6~8시에는 20% 할인된다. 그런데 요금할인 혜택과 반대되는 혼잡통행료 확대안이 발표되면서 자가용 운전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출퇴근시 요금 할인 혜택으로 인한 세수 부족을 메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혼잡통행료 제도는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서울 4대문 안과 테헤란로, 경부고속도로 반포 나들목에서 양재 나들목 구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부터는 전국 주요 도시와 고속도로 등지에도 혼잡 통행료 제도가 확대된다.
재래시장 활성화와 영세상인 보호 정책과제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당시 인수위는 “대형마트 입주시 재래시장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주변 자영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등 합리적인 규제방안 마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10월12일 지식경제부와 체인스토어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5개 기관이 공동 실시해 발표한 ‘중소유통 경영실태조사 결과’는 공정성 의혹까지 불러들였다. 이 보고서는 ‘SSM(슈퍼슈퍼마켓)이 출점할 경우 동네슈퍼보다 지역의 마트나 대형슈퍼에 미치는 피해가 크다’고 밝힌 것.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영세상인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요구하는 ‘SSM의 허가제’를 정부와 한나라당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인수위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인수위 시절부터 현재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주택정책이다. 인수위에서 약속한 정책과제는 ▲신혼부부 보금자리 주택 공급 ▲지분형 분양주택 도입 ▲주택공급 확대 및 부동산시장 안정 등이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무분별한 재개발 정책으로 주택 공급이 부족하면서 전세대란과 전세금 폭등이 발생했다. 보금자리 주택 확대 정책도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고, 보금자리 주택도 특정계층에게만 혜택을 줄지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수위에서 핵심·중점과제로 내놓은 것 가운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적용 확대 ▲저소득층의 공직 진출 지원 등은 지켜졌다. 그러나 서민생활과 밀접한 정책과제들은 변질되거나 지켜지지 않았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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