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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제목 오마이: 국민연금 주식투자 더 한다고?
번호 31 분류   뉴스 조회/추천 1836  
글쓴이 사회공공연구소    
작성일 2008년 09월 07일 11시 23분 15초

 

국민연금 5조원 날리고도 주식투자 더 한다고?
'환율 방어' 외환보유고 날린 정부, 이번엔 국민연금지금 차례인가
  이승훈 (youngleft) 기자

 

 

이명박 정부 들어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방안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주식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국민연금의 손실은 커져만 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이 노후를 위해 맡겨 놓은 돈인 국민연금의 운용에 정부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흔들린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금 운용의 안정성이 다시 위협받는 악순환이 일어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 4일 유재중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7월말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주식의 평가액은 30조8704억원으로 작년말 33조892억에 비해 2조2000억원 가량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올해 투자된 3조원을 합치면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투자로 날린 돈은 5조2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7월 한달 동안 1조원의 손실을 기록, 올해 월별 최대 손실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국내 주식투자를 더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운용 실무를 맡고 있는 김선정 기금운용본부장은 4일 "원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시기에 해외주식을 사는 것은 합리적인 투자라고 보기 힘들다"며 "해외-국내 투자 비중 조정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식투자 눈덩이 손실, 그런데도 투자 늘려달라고?

 

현재 총자산의 13.5% 수준인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올해 자금운용계획 목표치인 17%까지 늘리려면 10조원을 더 투자해야하고 여기에 6.8%인 해외주식투자 목표치를 수정해 현재 수준인 4.2%를 유지한다면 2조원을 더 국내에 투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김 본부장의 기대대로 오는 19일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투자비중 조정이 결정되면 총 12조원을 국내 주식시장에 쏟아붓는 셈이 된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물론 국민들의 연금을 투자해서 손실을 낸 것은 죄송스러운 일이지만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기투자의 관점에서 평가손실을 용인해주는 분위기도 필요할 것 같다"며 "정부 내에서 여러가지 견해가 있겠지만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수익성을 잘 따져 투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의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면서 연금 운용의 안정성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무리한 증시 부양과 수익률 제고를 위해 위험이 높은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지면 기금 부실의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올 7월까지 주식투자에서 5조2000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었지만 다행히 전체투자 수익률은 1.45%를 기록했다. 이는 채권투자에서 5.14%의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이 한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은 것도 채권 비중이 70%가 넘는 안정적인 자산 운용 덕분이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금융시장 상황에서 주식투자 비중을 늘린다면 올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며, 그 이유로 국민연금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민 노후자금으로 위험한 게임 벌이면 안돼"

 

  
2일 코스피 증시가 전날보다 7.29포인트 하락한 1407.14에 거래를 마쳤다.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한 직원이 시황 관련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코스피

 

2000년부터 2008년까지 8년간의 수익률을 따져볼 경우,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 캘퍼스는 2000년대 초반 주식거품 붕괴로 손실을 본 결과 수익률이 6.52%에 그쳤다. 반면 채권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한국의 국민연금은 채권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록하면서 6.8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물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최근 3년을 비교하면 캘퍼스가 12.3%로 6.1%를 기록한 국민연금보다 2배가량 높다. 하지만 캘퍼스는 직업 연금으로서 기금운용에서 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지만 국민연금은 보편 연금으로서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연금성격에 맞다는 지적이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과 국내 자신시장의 상황을 봤을 때 지금보다 주식투자 비중을 더 높인다면 수익률 쫒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개인이 여유자금을 가지고 투자를 한다면 얼마든지 고수익·고위험의 투자를 할 수 있지만 전 국민의 노후생활 자금인 국민연금은 그런 위험한 게임을 벌일 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민연금과 가장 성격이 비슷한 미국의 국민연금(OASDI)은 법적으로 주식투자가 금지돼 있어 모두 국채에만 투자하고 있다. 일본의 공적연금(GPIF)도 채권에 70% 이상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공단의 주식투자 확대 요구가 연일 거론되고 증시 부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와 발을 맞추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관치'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환율방어로 외환보유고 축내고 이젠 주식 방어에 국민연금 날릴 셈인가"

 

지난 1일에는 홍영만 금융위원회 자본시장 정책관이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국민연금에게는 지금이 저가 매수 시기다"라며 "투자여력 10조원이 주식시장에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이고 또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박해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도 지난 7월 29일 "주식투자 비중을 지난해 말 17.5%에서 2012년 말까지 40% 가까이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박 이사장의 발언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된 투자전략을 집행만 할 뿐인 기구의 대표가 기금의 전략적 자산배분에 개입하려 한다는 월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참여정부도 정권 말기인 올해 초 주식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명분을 앞세워 국민연금의 투자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이 맡겨놓은 연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뭇매를 맞고 없던 일이 됐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기금은 항상 정치 권력이 탐을 낼 수밖에 없어서 기금 운용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기금 운용이 휘둘리는 '정치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며 "주식 시장이 좋지 않다며 정부가 국민연금의 투자시기를 앞당기거나 투자방식을 바꾸려고 한다면 그만큼 투자의 부실을 키울 위험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민간 금융전문가 7명으로 꾸리기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기존에는 기금운용위원회를 20명으로 구성하고 이중 10명은 가입자 대표로 채웠는데 위원을 7명으로 줄이고 이를 모두 민간 금융전문가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민간 금융전문가 추천에 가입자 단체의 참여 통로를 마련하긴 했지만, 가입자 단체들마다 입장이 달라 실질적으로 목소리가 반영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오건호 연구실장은 "정부의 방안은 7명의 민간 전문가들이 수익률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손실이 났을 때 펀드매니저인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며 "이렇게 된다면 기금운영전략을 결정하는데 기금을 어떻게든 주식시장에 끌어오려는 시장의 목소리만 강화시킬 뿐"이라고 우려했다.

 

김연명 교수도 "정부의 방안은 국민연금 운용에 있어 사회적 합의 구조를 없애는 것"이라며 "민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늘린다면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기업의 주식만 살 텐데 이는 국민의 돈을 대기업의 투자자금으로 대주는 것으로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8.09.05 22:23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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