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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제목 한겨레: 촛불 1년 우린 어디에 있는가?
번호 205 분류   뉴스 조회/추천 1788  
글쓴이 사회공공연구소    
작성일 2009년 05월 06일 14시 37분 08초
‘광장 민주주의’ 실험…촛불은 미래다
촛불 1년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한겨레  
 
 
» 촛불집회 한겨레21 류우종 080529
 
지난 여름 도심의 밤거리를 밝힌 그 많던 촛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태평로와 서면로터리, 금남로의 아스팔트 위에 거대한 점묘화로 그려낸 ‘민주공화국’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은 한여름 밤의 꿈에 불과했던 것일까. 1987년 이후 최대의 ‘정치적 대중운동’으로 기록될 ‘2008년 촛불시위’ 1년을 앞두고 한겨레와 참여사회연구소가 촛불의 현재적 의미와 미래를 전망하는 공동토론회를 열었다. 2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토론회에는 지난 여름 촛불시위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3명의 시민이 패널로 참석해 촛불이 가져온 변화와 ‘촛불 이후’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촛불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전문가들의 냉정한 진단과 함께, ‘열광의 여름’의 주인공이었던 촛불시민들의 고민과 희망을 소개한다.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

경제위기 빌미로 한 정부의 탄압
거리를 끝까지 가로막진 못할 것

 

 

정태인 성공회대 교수는 최근 비판적 지식인들 사이에서 관찰되는 촛불에 대한 ‘거리두기’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2008년 촛불이 ‘중산층 운동’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정교한 이론과 정치적 방침도 갖추지 못하는 등 문제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현재의 역사가 극복할 문제이자 지금의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해소될 것이 확실한 문제들”이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지금의 경제위기와 이를 빌미로 한 정부의 탄압이 중산층 시민들의 참여를 당장은 막을 수 있겠지만, 시민들의 몸과 의식에 새겨진 광장과 축제의 기억은 언젠가 이들을 다시 거리로 불러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촛불은 그 본질상 1987년 7·8월 노동자 대투쟁과 같은 민중의 움직임과 결합할 수밖에 없는데, “87년에 6개월동안 일어난 일이 이번에는 3~4년에 걸쳐 일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전망은 한국 경제에 대한 그의 비관적 예측과 관련돼 있다. 그는 정부의 부양정책으로 최근 강남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주가가 상승하는 것과 관련해 “전 세계가 침체에 빠진 가운데 만들어진 ‘나홀로 버블’은 1년을 버티지 못한다”며 “이렇게 되면 시민들, 특히 하위 계층의 생존은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중산층이 다시 한번 정부의 투기정책에 끌려갈 경우 900조에 달하는 부동 자금이 부동산·주식으로 몰려가 일시적 상승을 주도할 수 있지만, 양극화로 인한 내수 침체와 세계경제의 금융부실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반짝 호황은 얼마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버블이 터져 삶의 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거리로 뛰쳐나오지 않을 집단은 없다”며 “1930년대 대공황기에 사회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난 것이 그 증거”라고 덧붙였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비조직성·의제 추상화 한계
‘미완의 사회운동’으로 남아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지난해 촛불시위를 과거 민주화가 방치했던 ‘인간다운 삶’의 문제를 본격 제기한 ‘미완의 사회운동’으로 규정했다. 20여년 전 ‘민주화’를 구호로 권위주의 체제를 넘어서려 했던 시민들이 쇠고기·물·의료·교육 등 ‘먹고사는’ 민생 이슈를 ‘공공성’이란 화두로 집중해 표출한 것이 2008년 촛불이라는 것이다.

그는 공공성을 이슈화하고 전국적인 열린공간을 만들어냈지만 촛불의 내적 한계도 명확했다고 진단했다. 에너지를 전략적으로 폭발시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전선이 쉽게 흐트러졌다는 것이다. 그 원인을 오 실장은 “조직되지 못한 운동의 한계”에서 찾았다. 물론 공공성이라는 의제 자체의 한계도 있었다. 포괄성과 미래지향성이란 장점에도 불구하고 추상성이라는 결정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얘기다.

오 실장은 이런 비조직성과 의제의 추상성에 더해, 운동의 가시적 성과가 부재한 데 따른 실망감의 확산과 경제위기로 인한 삶의 위축, 신뢰할만한 정치세력의 부재 등이 ‘제2의 촛불’이 등장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변수는 제2의 촛불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인데, 5월 이후에는 비정규직법 개악과 의료민영화, 9월 이후엔 2010년 예산안 처리 등이 새로운 촛불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게 오 실장의 판단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여러 의제들을 미래적 비전을 갖는 폭넓은 가치로 응집시키는 것”이라며 “그래야 정세 변화에도 촛불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고 다른 개별적 의제와도 통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공공성, 의료공공성, 연금공공성, 먹거리공공성 등 사회공공성 개념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을 넘어 대안과 실천방안을 가진 운동으로 전환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영선 참여연대 기획위원장

개혁의 주체로 나선 대중들
‘시민’없는 시민운동에 경종

 

 

“시민운동하는 입장에서 2008년 마주한 촛불시민은 곤란함 자체였다.”

박영선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진화하는 시민’에 주목했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에서 정점에 도달했던 한국 시민운동이 스스로 혁신하며 진화하는 시민들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한 채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이 볼 때 2008년 촛불은 성장한 시민들의 운동역량이 지체된 시민운동과 제도정치를 뛰어넘어 독자적인 주체로서 자기들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시민운동의 포괄적 지지자로서 운동단체에 참여를 위임하거나(1단계), 구체적 지지자로서 운동조직에 참여해 활동하는 수준(2단계)를 넘어, 생활세계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결사체를 무대로 스스로 운동을 조직하고 전개하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시민의 변화는 지난해 촛불 당시 그들이 누구와 함께 광장을 누볐는지를 따져보면 분명해진다”며 “그들이 함께 한 것은 시민단체나 정당이 아닌, 가족, 학교, 직장, 동호회의 깃발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촛불이 시민운동에 던진 메시지는 ‘개혁의 대상’이 아닌, ‘개혁의 주체’에 관심을 돌리라는 것이었다고 박 위원장은 말한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시민을 상정하지 않는 시민운동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지난해 촛불은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처럼 시민운동이 자체 에너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선 “촛불시민처럼 자발적 주체들이 시민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충전제 역할을 자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시민운동을 향해서는 “당분간 자발성과 자결권을 지닌 시민들의 수평적 파트너이자 협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시민교육을 지원하고 실질적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는 데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

갈등이 일상화된 사회 맞아
누리꾼들 활동에 시선집중

 

 

“한국의 사회운동은 ‘촛불’과 함께 ‘조직운동의 주기’에서 ‘탈조직운동의 주기’에 들어섰다.”

‘사회변동으로서의 촛불과 시민운동의 새로운 주기’를 발표한 조대엽 고려대 교수(사회학과)는 한국의 사회운동이 “1960~70년대 재야운동(1주기)과 80년대 민중운동(2주기), 90년대 시민운동(3주기)에 이은 ‘제4의 주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관점에서 시민운동은 제도적 수준의 ‘거시 민주주의’의 확보에 충실했던 지금까지의 운동방식을 벗어나 일상의 삶과 밀착된 ‘미시 민주주의’의 과제들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게 조 교수의 주문이다.

조 교수가 볼 때, 촛불집회는 계급과 이념을 넘어선 새로운 갈등 전선의 확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신갈등사회’의 도래를 드러내는 징표다. 신갈등사회는 국가의 사회통합 능력이 약화된 가운데 시민사회의 불만과 욕구는 증대되고, 이를 표출하는 소통 경로가 확대됨에 따라 사회 전반에 걸쳐 갈등이 일상화된 사회다. 여기선 계급·민족 등 산업사회적 이슈 뿐 아니라 환경·교육·주택 등 일상적 사안이나 성·문화·여가 등 정체성과 관련된 이슈들이 정치화되는데, 이런 사회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존재로 조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전자적 대중’을 꼽는다.

조 교수가 볼 때 이들은 산업사회의 원자화된 대중과 달리 통신기술과 뉴미디어로 네트워크화돼 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의 활동이 이슈·규모의 무제약성,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활동 공간의 무제약성으로 인해 시존 시민단체의 행동방식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한국의 시민운동은 여전히 1~3주기 사회운동에서 보여준 조직화된 운동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조직의 합리화와 개방화·유연화에 힘을 쓰면서 촛불에서 나타난 이념적·문화적 유연성을 수용하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사등록 : 2009-04-29 오전 08:13:29 기사수정 : 2009-04-29 오전 10: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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