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의 99.8%가 금융 부문에서 운용된다. 금융 부문은 크게 채권, 주식, 대체투자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 부문 내에서의 투자 비중은 채권 81.9%(국내 채권 77.7%, 국외 채권 4.2%), 주식 14.4%(국내 주식 12%, 국외 주식 2.4%), 대체투자 3.7%다. 대체투자에는 SOC(사회간접자본), 부동산, 사모투자, 벤처, CRC(구조조정)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총 235조5208억원을 금융 부문에 투자해 얻은 수익금은 -84억원이다.
이 손실을 메워준 게 기타 부문이다. 기타 부문에서 265억원의 수익을 올리면서 총 수익금이 166억원이 됐다.
결과적으로 전체 기금의 운용수익률은 0%(시간가중수익률)다. 장부가기준수익률은 0.01%다. 국민연금 관장 기관 보건복지가족부는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어려운 여건에서도 다른 국외 연기금에 비해 큰 손실은 보지 않았다(벤치마크 대비 1.83%포인트 초과수익 달성)”며 자화자찬 분위기다.
지난해 300여개의 전 세계 주요 연금이 대부분 상당폭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것에 비하면 분명 나쁘지 않은 수치다. 그러나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많다.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국내 주식에서 14조원, 국외 주식에서 5조원 등 총 19조원 이상의 손실을 냈다. 반면 채권에서는 국내 채권에서 17조6000억원, 국외 채권에서 1조5000억원 등 19조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채권투자에서 번 돈을 고스란히 주식투자로 까먹은 셈이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주식투자 행태를 보면 이 같은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돼왔다.
지난해 7월 초 국민연금공단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주식시장에 연기금을 투입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관계자들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 상당수 관계자가 반대했지만 국민연금은 7월 10일 코스피지수 1500선이 붕괴되자 결국 1000억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사들였다.
국민연금은 또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1조9654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1~8월 누적매수액 1조4667억원보다도 더 많은 액수다. 게다가 9월은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세계 금융위기가 막 본격화된 시점. 9월에 대폭 늘린 주식투자가 지난해 기금 운용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실제 60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9월 이후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며 신규 주식투자를 전면 중단했다. 그 결과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4%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민연금공단이 9월에 대규모 주식투자를 단행한 것과 관련, 당시 ‘정부에서 주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입해줄 것을 권유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실제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8월 27일 청와대 강윤구 사회정책 수석비서관을 면담한 뒤 9월에 주식투자금액이 급증했다”며 정치적인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박해춘 이사장과 김선정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눈초리도 곱지 않다. 박 이사장이 취임할 당시 공단은 새로 기금운용본부장을 공모했지만 결국 뽑지 못했다. 재공모 결과 김선정 전 삼성화재 상무가 선임됐는데 김 전 상무는 박 이사장과 삼성화재에서 같이 일한 경력이 있다. 게다가 김 전 상무는 1차 공모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박 이사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기금운용본부장으로 내세운 것 아니냐고 바라본다. 수백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장이 독립적으로 기금을 운용하지 못하고 박 이사장 뜻에 상당부분 따르지 않겠느냐는 추측은 결국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정부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함을 의미한다.
올해 투자전망 주식투자 목표 비중 지난해와 동일
손절매커녕 추가 매입 필요
국민연금의 올 주식투자 행로도 그리 평탄하지 않아 보인다.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한 2009년 주식투자 비중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 운용과 관련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기금운용위원회다.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은 총 20명. 당연직 6인(보건복지가족부 장관(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지식경제부 차관, 노동부 차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위촉위원 14명이다. 위촉위원은 각각 사용자 대표 3인, 근로자 대표 3인, 지역가입자 대표 6인, 관계전문가 2인 등이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최소 분기별 1회 이상 위원회를 열고 국민연금기금의 투자 부문별 비중 등 주요 사항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