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떠받치기에 동원된 국민연금 |
운용액의 최소 12%는 무조건 주식 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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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기금이 추락하는 주식시장 떠받치기에 동원돼 아무리 주가 전망이 나쁘더라도 무조건 주식을 사야 하는 상황에 몰려 국민들의 노후 최후 보루인 연금재정의 건전성이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정부의 압박에 주식투자를 늘렸다가 20조원 가까운 손실을 봤음에도 올해 기금운용계획상 주식에 투자해야 할 최소 마지노선이 전체 운용금액의 12% 여서 이 비율을 맞추려면 증시 상황과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주식을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 압박에 ‘묻지마’ 투자
2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주말부터 5% 이상 보유한 종목을 공시하기 시작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국민연금도 주식 등 대량보유상황 보고(5% 보고)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
그 결과 보유종목 대부분이 취득 당시보다 주가가 하락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종목은 반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의 경우 평균 취득가격이 8780원인데 지난 주말 종가는 4540원으로 수익률이 -48.2% 였고 미래에셋증권은 -31.4%, 진성티이씨 -25.3%, 한국제지 -24.3%, 한진 -22.0%, 동화약품 -21.0%, 롯데삼강이 -20.6% 등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도 지난해 12월 26일 현재 주식투자에서 19조7550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확인해 준 바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주식에 31조9285억원을 투자, 수익률이 -41.2%인 반면 채권에서는 10.33%, 대체투자에서도 3.15%의 플러스 수익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가을 무리하게 주식투자를 늘린 데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지적이다.
작년 가을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과의 대화’ 방송에서 “국민연금기금을 전문가에게 위탁하면 10%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사실상 주식투자를 독려하는 등 정부가 유무형의 압박을 가했고 박해춘 이사장 등 경영진도 반 자발적으로 ‘묻지마’ 투자에 나선 게 사실이다.
◇올 주식투자 목표 17%, 최소 12%
사정이 이런데도 국민연금은 올해 주식투자 목표비중을 작년보다 높여 잡았다.
정부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올해 국내 주식투자 목표비중은 17%로 작년 실제 주식투자비중인 12%보다 5% 높였고 다만 연금공단이 시장상황에 따라 5%씩 줄이거나 늘릴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 실제 투자가능 비중은 12~22%다.
즉 아무리 증시 상황이 나쁘고 전망이 좋지 않아도 최소한 12%는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주가가 1100 이하로 하락할 경우 국민연금 주식자산의 시가평가액이 12% 이하로 낮아지므로 하한선 12%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주식을 추가 매입해야 하는 ‘외통수’에 걸리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 실장은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올해 들어 국민연금이 이런 상황을 의식, 주식 비중을 미리 늘려놓아 약간 여유가 생겼지만, 코스피지수 1000선이 위협받는 상황이 되면 역시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국내 기관들이 모두 빠져나가도 국민연금만 홀로 주가를 떠받쳐야 하는 형편이어서 자산 손실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주식투자 목표비중 인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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