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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한겨레: 국민연금 주식에서 20조원 까먹고도..
번호 9 분류   조회/추천 1077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09년 06월 10일 22시 23분 12초
[왜냐면] 국민연금 주식에서 20조 까먹고도… / 오건호 (2009. 3. 2)
 
연금주권·안정성 가장 중요한데
연금 주식투자 확대 법안 심의
가입자 대표 배제하고
민간펀드처럼 고위험 투자몰이

 

작년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 손실액이 20조원에 육박한다. 수익률로 보면 마이너스 40%에 이른다. 공적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아는 데 천문학적인 수업료를 낸 셈이다.

 

그런데 국회 한편에선 여전히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를 늘리기 위한 법안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을 전적으로 민간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보통 연기금 민간위탁법안으로 불린다.

 

지난해 가을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과의 대화’ 방송에서 ‘국민연금기금을 전문가에게 위탁하면 10%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허세를 부렸다. 이후 국회에 제출된 법안의 핵심 내용은 국민연금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국민연금기금 운용위원회의 구성을 바꾸고, 나아가 국민연금기금의 금융투자를 전담하는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현재 기금운용위원회는 20명으로 꾸려져 있다. 이 중 과반수인 12명이 가입자 대표다. 비록 위원장과 간사를 맡고 있는 보건복지가족부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형식적이나마 가입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 이제는 가입자 대표를 모두 내몰고 7명의 민간투자자로만 위원회를 채우려 한다. 점차 국민연금기금의 중요성을 알아채고 있는 가입자의 발언권을 미리 봉쇄하고, 시장 변동성이 큰 고위험 자산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전문가를 내세워 주식투자를 확대하려는 사전포석이다.

 

국민연금기금의 민간위탁 방안은 캐나다 연기금을 모델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로만 구성하고 주식투자 비중이 과반을 넘는 캐나다 연기금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예외적인 사례다. 공적 연기금이 국민의 노후예탁금을 다루는 까닭에 미국, 네덜란드 등 적립식 연기금을 가진 나라에선 가입자의 의사결정 참여가 보장되는 게 일반적이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연금주권과 안정성이다. 가입자가 의사결정의 주인이어야 한다. 또한 공적 연기금이 일반 민간펀드와 동일한 자산시장에서 운용될 수는 없다. 지금 국민연금법에서 필요한 것은 민간위탁 도입이 아니라 ‘시장수익률을 넘는 수익’을 내도록 요구하는 수익지상주의 독소조항(102조 3항)을 삭제하는 일이다. 국민연금기금이 보육, 요양 등 사회 공공영역에 투자될 수 있도록 사회투자 조항도 신설돼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을 지킬 사람은 가입자밖에 없다. 금융시장의 이해에 포섭된 정치권한테, 기금운용공사 낙하산에 연연하는 정부 관료에게 국민연금기금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 국민연금기금을 직접 지키겠다며 거리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역 주민들이 국회를 찾아가 연금주권 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씨앗이 전국 방방곡곡 연금주권 운동으로 퍼져갔으면 좋겠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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