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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경향: 선진화 역행하는 공기업 개혁
번호 8 분류   조회/추천 948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09년 06월 10일 22시 21분 26초

[이명박 정부 1년] 공공- 선진화 역행하는 공기업 개혁 (경향 2009.2.28)


1989년 아르헨티나 카를로스 사울 메넴 정부는 취임 한 달 만에 ‘경제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잃어버린 10년’을 회복하자며 공기업 구조조정을 고강도로 추진했다. 70년간 국가경제를 지탱해온 공기업 체제를 불과 4년 만에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전’으로 해체했다. 필수서비스기업, 사회간접자본은 물론이고 국가전략산업인 석유산업과 국방산업, 심지어 언론과 의료까지 모든 공공부문을 민영화했다. 특히 전기, 가스, 물과 같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팽배한 점을 악용해 이들 공기업의 민영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했다.

 

 

‘잃어버린 10년’의 책임자였던 야당은 ‘식물정당’으로 전락하여 민영화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 정치력을 상실했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공공서비스를 누리기는커녕 소득마저 줄어든 국민들은 공기업의 민영화 정책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90년대의 아르헨티나를 강타한 ‘민영화 허리케인’은 무엇을 남겼을까. 공공서비스 요금이 인상된 것은 물론이고 요금 체계가 저소득층에게 더욱 불리하게 개편되었다. 공기업들은 소수의 국내 재벌과 손잡은 초국적 기업의 수중에 들어갔다. 정부는 ‘규제 완화’라는 미명 아래 노동관계법을 대폭 개정했다. 그리하여 다수의 공기업 노동자들과 민간기업 노동자들은 실업자로 전락한 나머지 빈민층에 대거 합류하여 사회 양극화가 극심해졌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1년간 추진한 공기업 정책은 놀랍게도 아르헨티나가 20여년 전에 한 일과 유사하다. ‘비상경제’ ‘잃어버린 10년’ 등 선전 문구의 놀라운 유사성도 그렇거니와, ‘신이 내린 직장’ 공기업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악용하는 수법도, 노동계의 균열을 활용하고 조직을 가진 노동자와 미조직 서민의 대립을 부추기려는 전략도 닮은꼴이다.

그러나 두 가지는 명백히 다르다. 첫째, 20년 전 아르헨티나 정부의 민영화 정책의 이론적 바탕이었던 ‘시장 만능주의’는 막 탄생한 ‘신흥종교’였다. 하지만 지금 그 ‘종교의 본산’ 미국에서 시장에 대한 환상이 붕괴되고 국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 아르헨티나와 달리 한국 국민들은 2008년 촛불시위를 통해 전기, 가스, 물, 의료 등의 민영화하려던 정부의 계획을 철회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차제에 공기업 개혁의 새로운 길을 보여주어야 했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 관행의 근절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짓밟고 곳곳에 정권의 심복을 심었으며, 공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시민과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기는커녕 경제 관료들의 지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고용안정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는 국립오페라단의 비정규예술노동자 41명 전원 해고로 응답했다. ‘공기업 선진화’의 미명 아래 ‘공기업 후진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도입 국가들이 20년 전에 추진한 정책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이명박 정부의 미래는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의 과거에 불과하다.

<박정훈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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