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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프레시안: 민주당의 복지재원, 계산이 틀렸다
번호 75 분류   조회/추천 819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11년 09월 26일 19시 18분 16초

"'증세 없는 33조원'?…계산이 틀렸다"

[오건호 칼럼] "민주당 복지재원방안, 부실하다"

기사입력 2011-09-06 오전 10: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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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이 차기정권 5년(2013~2017) 복지정책 청사진으로 연 33조원의 재원방안을 내놓았다. 연말에는 내부 보편복지특별위원회가 민간중심의 복지공급 인프라 개혁을 포함해 복지, 노동, 교육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복지국가 마스터플랜을 발표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이번 방안의 핵심내용은 사실상 '증세 없이' 연 33조원을 마련하고, 이 중 17조원을 3+1(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 반값등록금)에, 나머지 16조원은 향후 발표할 일자리, 주거 그리고 여러 취약계층(저소득, 노인, 장애인 등) 복지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종합적인 재원방안을 제출한 것은 반가운 일이나, 보고서를 살펴볼수록 여러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과연 연 33조원으로 보편복지 수요를 모두 충당할 수 있을까? 33조원의 재원방안은 현실성을 지닌 것일까? 필자가 보기에, 민주당 방안에서 복지지출 필요규모는 과소추계하고 재원방안은 과대추계되었다. '증세'에 대한 부담 때문에 향후 역동적으로 전개될 복지국가 논의를 '증세 없는 33조원' 틀로 한정해버렸다. 향후 생산적인 논의를 바라며 민주당의 방안에 대한 비판 의견을 적는다.

    과소추계된 복지지출

    먼저 복지지출을 항목별로 살펴보자. 민주당은 무상급식에 연평균 약 0.9조원, 무상보육에 연 2.6조원을 배정했다. 그런데 이 금액은 중앙정부 몫일 뿐, 지방정부 추가부담금은 계산에서 제외했다. 실제 무상급식이 실현되려면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동일한 0.9조원 내야하고, 무상보육의 경우 지방 매칭비율 36%인 1.4조원을 조성해야 한다. 현재 모든 지방정부들이 재정난에 허덕이고, 중앙정부가 거두는 국세의 '증세'가 없다면 지방교부금도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민주당이 집권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실현하려면, 지방정부의 추가 부담금도 중앙정부의 책임 몫으로 계산해야 한다. 무상급식에서 0.9조원, 무상보육에서 1.4조원이 적게 계산되어 있다.

    무상의료 추계도 수긍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2017년까지 연 8.6조원을 추가 지출해 입원진료비의 90% 보장, 환자 본인부담금 연간 100만원 상한제 등을 구현하겠다고 한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2017년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지출하는 추가 금액은 총 12조원이다. 건강보험공단의 중장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2017년 입원급여비가 24.7조원이므로, 현행 입원진료 보장률인 62%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입원진료비 보장률을 90%로 올리는 데만 11.3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런데 민주당의 무상의료 추가 비용 12조원에는 입원진료비 보장률 상향 외에도 본인부담 상한제, 간병 급여화, 아동청소년 치과주치의제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민주당이 내세운 12조원으로는 입원 보장성 90%를 이를 수 없다. 입원진료비 90%를 단계적으로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연평균 3조원 이상이 과소추계되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요약하면, 민주당이 3+1 복지지출로 17조원을 상정했지만, 실제 필요액은 무상급식 0.9조원, 무상보육 1.4조원, 무상의료 3조원 등을 더해 22조원이 넘는다.
     

    과대추계된 재원방안

    이제 재원방안을 살펴 보자. 민주당은 재정개혁, 복지개혁, 조세개혁을 통해 33조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첫째, 재정개혁에서 대형국채사업 재검토, 업무추진비 절감, SOC 예산 축소, 출연출사업 조정 등을 통해 연평균 12.3조원을 조성한다. 국민들이 재정지출에 대한 불신이 크고 실제 낭비 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재정개혁을 강조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민주당의 재정개혁방안은 앞으로 각 부문 지출을 5~50% 줄이겠다는 원론 수준의 계획으로만 제출되어 있다. 향후 재원 검증 논의를 통과하려면 어떠한 사업에서 무엇을 줄이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

    둘째, 복지개혁을 통해 마련되는 돈은 복지전달체계 개혁으로 0.9조원,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으로 5.5조원을 합쳐 연평균 6.4조원이다. 이 중 후자 5.5조원에는 '건강보험료율 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건강보험료율 추가 인상이 포함되어 있다. 이 보험료 인상분은 2017년에 3.2조원에 달한다. 사회보험료는 국민의 소득에 부과되는 의무금이며, 국제기구에서 광의의 조세(Tax)로 다루어진다는 점에서, 건강보험료율 인상도 엄격히 '증세'에 속한다. 필자는 건강보험료 인상을 지렛대로 무상의료를 실현하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에 참여하고 있기에 민주당의 건강보험료 인상을 지지한다. 단, 민주당도 애매하게 건강보험료 인상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혹은 건강보험료율 조정'이라고 표시하지 말고, '건강보험료 증세'임을 밝히고 적극적으로 국민과 논의하기를 바란다.

    셋째, 민주당은 소득세/법인세 감세 철회, 조세감면 축소, 탈루소득 과세 등 조세개혁을 통해 연평균 14.2조원을 마련한다. 모두 필요한 조치들이지만, 이중에서 소득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계획 철회를 통해 연평균 7.2조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셈법이다. 현재 2008년 부자감세가 단계별로 시행되고 있다. 소득세의 경우 4단계 세율 중 아래 3개 세율은 각 2%씩 인하되었고, 최고세율은 내년에 인하될 예정이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세율 인하를 다시 원상 복원한다면 새로 재원이 마련되겠지만,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계획을 철회한다고 새로운 재원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조세 감면 조치도 보다 구체적으로 방안이 제출돼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조세개혁을 이야기할 때, 모두 조세감면 축소의 필요성을 주장하는데, 논점은 대상 항목이 무엇이냐에 있다. 지난번 신용카드 소득공제 계획 철회 사례에서 보듯이, 많은 조세감면이 서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개혁 항목이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민원이 만만치 않다. 이번 민주당의 조세감면 축소방안은 항목을 밝히지 않은 체, 조세감면 비율을 2007년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원칙만 제시하고 있다. 재정지출 개혁과 마찬가지로, 조세감면 방안에서도 여전히 구체성이 부족하다.

    요약하면, 민주당이 조성하는 실제 재원은 연 33조원이 아니라 최고세율 감세철회 몫 7.2조원을 제외한 25.7조원이다. 앞에서 필자는 3+1에 사용되는 실제 복지지출액이 22.2조원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앞으로 나머지 복지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3.5조원일 뿐이다.
     

    나머지 3조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민주당은 이번에 발표한 3+1 정책에 이어 일자리와 주거를 더해 '3+3'을 만들고, 이와 함께 빈곤층,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복지지출 방안도 연말까지 제출하겠다고 말한다. 과연 남은 3조원의 돈으로 이러한 복지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까?

    간략히만 점검해 보자. 일자리 부문은 실업급여 도입, 사회서비스일자리 창출, 정규직 전환 지원, 적극적 훈련정책 지원 등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영역이다. 진보정당 자료를 보면, 노동복지에 필요한 재정규모가 10조원대에 이른다. 주거 역시 지출규모가 큰 부문이다. 연 10만호씩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한다고 해도 필요한 금액이 연 10조원이다.

    취약계층 복지의 핵심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이다. 2011년 현재 기초생활보장 지출이 7.5조원이므로, 지금보다 대상을 50% 늘린다면 추가로 필요한 금액은 최소 3조원이 넘는다.

    기초노령연금은 올해 4조원에 육박하고(지방 몫 포함), 노인 수가 늘어남에 따라 2017년에는 약 6조원원이 소요된다. 지난 6월 민주당 저출산고령화사회특별위원회는 현행 기초노령연금 급여율 5%를 2016년까지 2배인 10%로 인상하고, 지급대상도 노인의 70%에서 80%로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7년 기초노령연금 지출은 지금보다 최소 6조원 이상 늘어야 한다.

    장애인예산 모니터링 팀의 추계에 따르면, 2010년 장애인예산은 약 2.7조원이다(중앙, 지방 포함). 이는 우리나라 GDP의 약 0.2% 규모인데, OECD 국가들의 국가 장애인 예산 평균 GDP 1.2%의 1/6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장애인 복지정책을 실시하려면 지금보다 몇 배의 재정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앞으로 제기될 복지지출 필요액이 수십조에 달하는 데, 민주당이 보편복지 재원방안이라며 남겨둔 돈은 실제 3조원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구성원들이 이제 복지가 구두선이 아니라 실행되는 작업계획서로 바라보기에 재원방안을 엄격히 검증할텐데, 과연 민주당 방안이 검증대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실한 재원방안에 안주 말고 지혜로운 증세정치 펼쳐야

    왜 이렇게 되었을까? 애초에 '증세'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재원방안 논의에서 지출개혁을 먼저 다루는 것은 적절하나, 지출개혁만으로 보편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모두 마련할 수 없다는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고작 3조원의 남은 재원을 가지고 앞으로 제기될 수십조원의 보편복지 요구와 대화하기는 어렵다. 이 방안으로는 시민사회나 진보정당과 함께 내년 정치 공간에서 복지국가를 향한 연대정치를 구현하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결국 아무리 증세가 높은 장벽이더라도 보편 복지세력이라면 이를 정면으로 대면해야 한다. 논점은 증세 여부에 대한 선택이 아니라 '어떤' 증세냐에 있다. 국민들이 지닌 조세저항의 실체를 엄밀히 진단하고 이를 헤쳐 나갈 개척로를 만드는 지혜로운 증세정치에 나서야 한다.

    ▲ 무상급식에 대한 시민의 지지가 거듭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려면 증세가 필수적이다. ⓒ프레시안(자료사진)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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