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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경향: 진짜 '외부 세력'은 누구인가
번호 52 분류   조회/추천 809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10년 12월 17일 16시 36분 21초
[경제와 세상]진짜 ‘외부 세력’은 누구인가

“국민 여러분, 300만개 일자리 창출로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겠습니다. 청년 실업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겠습니다. 나아가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해소하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2007년 대선 국면에서 내세운 공약 중 일부다. 그런데 좋은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줄고,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실업도 갈수록 태산이다. 사실, 우리의 부모 세대가 하루 10시간씩 일했다면 지금쯤 우리는 6시간 정도만 해도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또 지금의 아이들은 나중에 한나절만 일해도 충분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 이게 고 리영희 선생이 가르쳐 준 역사 발전 아닌가.

현대차 천문학적 이윤 뒤 비정규직

그러나 현실은, 한마디로 한겨울이다. “공장점거 이후 하루하루 용역깡패들이 쳐들어와 심리적 압박이 심하다. 하루 3시간 자면서 빵 하나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찬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비닐을 이불삼아 선잠을 잔다. (…) 나만의 싸움이 아니다. 내 자식 내 조카들을 위해서라도 이 O같은 비정규직이라는 명찰을 물려주지 않겠다. 패하고 두들겨 맞는 게 두렵지 않다. 하지만 내 자식이 비정규직·계약직·소모성 노동자가 되는 게 두렵다.” 울산 현대차 공장에서 점거농성 중인 한 비정규직의 결단어린 편지다.

2010년 7월22일 대법원은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며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판결을 내렸고, 11월12일 고등법원도 불법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회사는 사과와 반성을 하기는커녕 하청 회사의 폐업과 해고, 용역깡패와 폭력으로 대응했다. 법원 판결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이제 ‘집달리’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회사가 정말 어려운가? 현대차는 세계 10대 기업을 넘어 세계 5대 기업으로 진입을 서두를 정도로 한국 경제를 상징한다. ‘오바마를 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라 비난받은 한·미 FTA가 정식 발효되면 향후 10년간 국내총생산이 6% 증가할 것이라 한다. 그 속에서 이득을 취할 당사자 중 하나도 현대차다. 미국이 재협상을 고집한 이유도 현대차의 미국 내 성공에 대한 역공이 아닌가. 그 정도로 현대차는 승승장구했다. 당기순이익을 보라. 2008년 순이익은 1조4000억원, 2009년은 그 두 배인 2조9000억원, 2010년 예측은 5조3000억원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한 입찰에서 밝힌 현금성 자산도 12조원 대였다.

이런 현대자동차 안에 사내 하청업체가 무려 100여개다. 거꾸로 보면 천문학적 이윤 뒤엔 이 비정규직의 광범한 활용이 숨어있다. 만약 이들을 법원 판결대로 정규직화한다면? 적게는 1500억원, 많게는 3000억원이 든다. 순이익의 5%만 들여도 노동자와 가족의 한을 풀 수 있다.

우리는 내부도 외부도 아닌 ‘하나’

국내외 많은 경영학 논문에 따르면 노동자의 고용안정이 보장되고 조직몰입이 증가할수록 조직시민행동이나 노동효율이 오른다. 역으로, 고용불안이 커지고 심리적 계약관계가 붕괴할수록 조직의 역기능이 증가, 불만족이나 저항이 커진다. 당연한 이치다. 이를 증명하듯 울산의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1월 중순부터 공장 점거 투쟁 중이다. 12월 초엔 공장 정문 앞 정규직화 촉구대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신을 시도했다. 목숨 건 투쟁이다. 누가 노동자들을 이렇게 내모는가.

보수 언론과 회사 측은 특유의 언어로 ‘외부 세력’에 의한 ‘선동’을 말한다. 그 외부 세력이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 진보적 시민사회 세력, 노동자가족, 진보정당, 진보언론이다. 그러나 이들은 기득권의 시각에서 볼 때 ‘외부’일 뿐, 인간의 시각, 관계의 시각, 역사의 시각에서 볼 때는 엄연한 ‘내부’다. 왜냐하면 이들은 사람답게 사는 세상, 역사 발전을 위해 소통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보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참된 사람인 한, 원래 우리는 내부도 외부도 아닌 ‘하나’가 아니던가.

<강수돌 | 고려대 교수· 사회공공연구소장>


입력 : 2010-12-09 21:38:24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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