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설비 30% 미국에 넘어가도 손 못써
ㆍ전력산업 민영화 불씨 살린 한·미 FT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국내 발전설비의 30%를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협상 때 한국 법령에 있는 내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지만 역진방지(래칫) 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에 그 위력이 강화된다. 지난 10년간 사실상 백지화된 한국전력 민영화가 한·미 FTA를 계기로 되살아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 관련기사 5면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28일 “이번 비준안 내용은 발전설비 용량을 기준으로 2~3개 발전 회사를 외국 투자자에게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미 FTA 부속서Ⅰ은 발전설비에 대한 외국소유지분비율의 총합이 한국 전체 발전설비의 30%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발전 자회사의 경우 “외국인이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제한 규정이 빠져 있다. 외국인은 한전 주식의 40%, 송배전 및 전력 판매사업의 지분을 50%까지 소유할 수 있지만 최대주주가 될 수는 없다.
정부는 2001년 전력산업 민영화를 위해 발전 부문을 한국수력원자력과 5개 발전 자회사(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로 분리했다. 현재 한전이 100% 이들 자회사 지분을 갖고 있다.
5곳의 발전 자회사는 현재 1곳당 10.1~11.7% 정도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어 30% 기준을 적용하면 외국인 투자자가 2~3곳을 인수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제한도 없기 때문에 통째로 인수할 수 있다. 부속서Ⅰ에 규정된 유보조치는 역진방지 조항이 적용돼 향후 문제가 발생해도 발전회사의 통매각을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이종훈 한국발전산업노조 정책실장은 “발전설비 30% 지분 한도는 전력산업 민영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전력시장이 개방되면 해외 자본이 공공부문을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전 관계자는 “한·미 FTA에 명시된 외국인 인수 제한은 언젠가 있을지 모를 민영화 작업에 대비한 규제조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홍재원·김지환 기자 jwh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