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공연구소 Public Policy Institute for People
leftmenu notice
leftmenu bottom
notice
언론보도

제목 시사인: 세금 올리고도 욕 안 먹는 방법
번호 485 분류   뉴스 조회/추천 1462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11년 02월 17일 14시 58분 28초
세금 올리고도 욕 안 먹는 방법
1월21일 한나라당 광역단체장 간담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논쟁을 ‘낙동강 전선’에 비유하며 “여기서 밀리면 부산까지 밀려간다”라고 했다. 그런데 오 시장은 이 같은 ‘색깔 시비’보다 훨씬 위력적
 
[177호] 2011년 01월 26일 (수) 20:05:20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1월21일 한나라당 광역단체장 간담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논쟁을 ‘낙동강 전선’에 비유하며 “여기서 밀리면 부산까지 밀려간다”라고 했다. 그런데 오 시장은 이 같은 ‘색깔 시비’보다 훨씬 위력적인 ‘정치적 무기’를 갖고 있었다. 바로 세금 문제다. 그는 야권의 복지정책이 실행될 경우 “30~40대 중산층이 가장 큰 세금 직격탄을 맞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하루 전날(1월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동영(민주당)·조승수(진보신당) 의원 주최로 열린 ‘복지 재원 토론회’를 다분히 의식한 이야기로 들렸다. 정동영·조승수 의원은 ‘복지는 세금이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어떻게 증세할 것인가’를 설명했다. ‘세금 폭탄’ 공세를 피해가기보다 정면돌파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날 조·정 두 의원의 설명에 따르면, 30~40대 중산층은 증세 대상이 아니다.

OECD 평균 수준 복지 도입에 100조 들어

정동영·조승수 의원은 토론회에서 ‘정치인으로서 증세 이야기하는 바보’를 자처했지만, 그들이 정말 ‘바보’일까. 혹시 두 의원은 ‘증세 주장’ 때문에 감당해야 할 정치적 비용보다 수익이 훨씬 크다고 본 것 아닐까. 이런 계산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우선 정치적 대의명분이다. 한국의 복지 수준이 세계적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라는 것은 객관적 통계로 증명된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중 20.6%를 복지에 사용하지만, 한국은 7.5%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상의 직접적 원인은 세금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소속 국가들의 평균 조세부담률(GDP 중 조세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5.8%(2008년)에 달하지만, 한국은 19.3%에 불과하다. OECD 30개국 중 26위. ‘작은 세금-작은 복지’의 전형적 사례다.

   
   
그렇다면 복지 재정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 증세를 하지 않아도 방법은 있다. 예산을 사용하는 방법, 즉 ‘재정지출 구조’를 바꾸면 된다. 1월13일 민주당이 낸 ‘보편적 복지정책 시리즈’의 ‘재정 조달 방안’이 전형적 사례다. 민주당은 증세 없이 △부자 감세 철회 △낭비성 예산 대폭 절감 △재원 배분 우선순위 조정 등으로 매년 20조원 안팎의 복지 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만으로는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어떤 전문가는 한국의 경우 OECD 평균 수준의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데만 매년 100조원 이상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행 복지 수준이 워낙 일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증세는 불가피하다.

결국 문제는 ‘어떻게 누구로부터 증세하느냐’에 달려 있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실장은 “세금 폭탄 운운하기 전에, 세금 부담자가 누구인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복지 재원 토론회’에서 제안된 증세 대상은 중산층이나 서민계층이 아니라, 부유층과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이를테면 ‘부자 증세’이다. 더욱이 이 제도에서 부자로 분류되려면 ‘그냥 먹고살 만한 사람’이 아니라 개인으로는 수십억원, 기업으로는 수조원 규모의 자산을 가진 ‘진짜 부자’여야 한다. 이것이 정·조 두 의원이 증세를 주장하면서도 자신만만할 수 있는 정치적 이유일 것이다.
1월21일 토론회에서 정동영 의원이 제안한 부유세는 부동산·증권 등 자산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수치) ‘30억원 이상의 개인’과 ‘1조원 이상의 기업’이 대상이다. 부유세를 내야 하는 개인은 전체 소득자 중 상위 0.58%, 기업은 90여 개(40만여 개 법인 중)로 추산된다. 정 의원은 부유세로 10조원 정도가 걷힐 것으로 예상한다.

소득에 대해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방안도 제안되었다. 가칭 ‘사회복지세’이다. 사실 한국의 소득세(개인의 소득)와 법인세(기업의 소득)는 OECD 국가 중 유달리 낮은 편이다. GDP 중 소득세의 비중이 OECD는 평균 9.4%인데, 한국은 4.4%이다. 조승수 의원에 따르면 사회복지세는 ‘400만원 이상의 소득세·상속증여세·종합부동산세 등을 내는 고소득 개인, 5억원 이상의 법인세를 내는 대기업 등에 납부 세금의 15~30%를 추가로 부과하는 체계’이다. 한국에서 소득세 400만원 이상 인구는 전체 소득자의 5%, 5억원 이상 법인세를 납부하는 기업은 5000여 개로 추산되는데 모두 20조원 정도를 징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부유세와 사회복지세 신설로 30조원 정도의 복지 재정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두 의원의 견해다. 건강보험·급식·보육 등에서 일정한 수준의 보편적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규모이다. 한편 이명박 정부가 2008년의 부자 감세 조처로 임기 동안 매년 23조~24조 원의 세수 감소를 초래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부자 증세가 정치적 설득력을 얻지 못할 이유도 없다.

자기 능력에 맞게 세금 내는 보편적 증세

부자 증세만 강조해서는 한국이 온전한 복지국가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OECD의 평균적 복지 수준에 필요한 100조원에 비해 부자 증세로 확보 가능한 재원은 30조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조승수 의원은 궁극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자신의 능력에 맞게 세금을 분담하는 보편적 증세’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편적 복지에는 보편적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 의원에게 부자 증세는 일종의 ‘마중물’에 불과하다. “부자 증세로 국민들이 지금보다 훨씬 나은 복지를 경험토록 하고, 이를 통해 증세와 복지 확대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확산시켜 보편적 증세를 가능토록 한다”라는 것이다. 이른바 ‘선(先)복지 확충, 후(後)조세 확대’ 논리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실장은 “상위 5% 계층과 1% 대기업에만 ‘내라!’고 하기보다는 모든 사람이 자기 능력대로 ‘내자!’고 하는 방식이 더 적절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내라’고만 하면 강력한 조세 저항과 이에 대한 보수 정치세력 및 언론의 지원이 불 보듯 뻔하다. 오히려 ‘내자’ 방식의 보편적 증세로 사회적 정당성을 선점하면서 보수층을 압박하자는 것이다. 더욱이 ‘복지를 갈망하고 또 이를 위해 복지 재원의 일부를 기꺼이 부담하려 하는 시민 주체’가 광범위하게 존재해야 복지국가의 유지·발전이 가능할 것도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보편적 증세는 이른바 ‘중산층에 대한 세금 직격탄’과는 성격이 다르다. 대표 사례인 ‘건강보험 하나로’ 모델을 보면 알 수 있다. 예컨대 현행 건강보험 시스템은 직장 가입자가 10원을 더 내면 기업과 국가도 10원을 갹출하도록 법제화되어 있다. 즉, 가입자가 ‘내자!’고 한 10원은 복지 재원 확충은 물론 추가 재원 10원을 더 끌어낼 수 있는 값진 돈이다. 이렇게 가입자들이 더 낸 6조2000억원(1인당 평균 1만1000원)과 국가·기업의 6조2000억원으로 모두 12조4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해서 ‘보편적 의료복지’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더욱이 하나로 모델에서 1인당 보험료 1만1000원은 평균 수치일 뿐으로, 최하위 5%는 3000원, 최상위 5%는 3만원을 더 내는 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모든 시민이 보편적으로, 다만 능력에 따라 세금(보험료)을 내고 복지 수혜는 보편적으로 받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렇게 재원 조달 규모와 복지 수준을 점차 늘려나가는 일은 매우 지난하다. 그래서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4차에 걸친 ‘복지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워 향후 20년간 단계적으로 실현해가는 방안을 제시한다. 당장 매년 100조원의 추가 복지 예산을 편성하긴 힘들겠지만, 20조~30조원 규모로 시작해서 ‘3차 기간인 10년 뒤부터는 선진국 평균 수준의 복지 혜택을, 4차 기간인 15년 뒤부터 북유럽 수준의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1월18일 라디오 연설에서 “복지국가 5개년 계획을 만들어서라도 중·장기적으로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비슷한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덧말
이름 비밀번호
도배방지
이 게시판은 도배방지 기능이 작동중입니다. 아래 보이는 문자열을 직접 입력해 주세요.
문자는 마우스로 복사할 수 없습니다.
직접 입력
쓰기 목록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