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부터 내년 예산안 심의가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는 재정 건전성 회복과 서민 희망 예산을 내년 예산안의 기본 방향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경제 성장에 올인을 하면서 복지 지출을 줄이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사회공공연구소는 8일 이슈 페이퍼를 내고 "이명박 정부의 지출 통제 프레임에 맞서 복지 증세 프레임으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정부총수입은 올해보다 23.8조원 늘어난 314.6조원으로 잡혀 있다. 반면 정부총지출은 16.8조원 늘어난 309.6조원으로 잡혀있다. 수입은 8.2% 늘어나는데 지출은 5.7%로 늘어나는데 그치는 셈이다. 정부는 균형 재정을 달성할 때까지 지출증가율을 수입증가율보다 2~3% 포인트 낮게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사회공공연구소 오건호 소장은 "정부의 계획이 현실화되려면 지출 통제와 함께 재정 수입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결국 경제성장이 일정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면서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5%로 잡고 있지만 이는 정부를 제외한 전문기관들보다 훨씬 높아 다소 낙관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 소장은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높은 경제성장률을 설정하는 이유는 재정수입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미 부자 감세를 통해 재정수입의 한 축을 봉쇄한 이명박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경제성장률을 높여 세입의 재원을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대강 사업이나 부동산시장 활성화 등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오 소장은 "우리나라 전체 국가재정 규모는 외국에 비해 작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재정 규모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33.8%로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평균 44.8% 보다 훨씬 낮다. 이처럼 정부총지출의 규모가 작은데도 내년에는 25.3조원의 재정적자가 발생할 예정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부자감세의 효과다.
일부 언론에서 내년 복지지출이 사상 최대라는 사실을 강조하지만 이 역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 소장은 "의무지출과 주택부문 증가분만으로도 4.9조원이 늘어 내년 복지지출 증가액 5.1조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면서 "다른 복지사업에서는 물가상승분도 반영되지 않거나 일부에선 예산 동결 또는 삭감이 발생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오 소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복지지출 비중은 GDP 9%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OECD 평균 20%의 절반 수준"이라면서 "내년 복지지출 증가율 6.2%가 명목성장률 7.6%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향후 이명박 정부에서 GDP 대비 복지 비중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소장은 "이명박 정부의 복지 지출 규모는 자랑거리가 아니라 웃음거리"라고 지적했다.
사회간접자본 지출도 크게 줄어들었다. 오 소장은 "정부가 SOC 건설에 소극적으로 나가고 있다고 평가하긴 아직 이르다"면서 "국가재정을 대신하여 SOC 건설에 참여하는 민간투자사업이 존재하고, 우리나라에서 점차 SOC 건설이 재정사업 대신 민간투자사업으로 옮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ㅤㅅㅝㄹ명했다.
4대강 사업 지출 역시 논란거리다. 정부는 내년 4대강 사업 지출이 3.3조원으로 올해에 비해 0.1조원 증가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하지만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농림부 예산을 더하면 5.8조원, 한국수자원공사 지출까지 포함하면 9.6조원으로 올해 보다 16.8%가 늘어난다. 오 소장은 "강력한 재정지출 통제를 단행하면서 4대강 사업만 예외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오 소장은 "이러한 지출 통제 장벽을 돌파하기 위해 진보진영에서는 복지 재정 규모를 늘리기 위한 복지 증세 프레임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부자감세를 원상회복할 것을 요구하고 둘째, 사회복지세와 사회보험료 등 복지연계 증세 방안을 공론화하고 셋째, 국방과 토목 건설 분야에 집중된 재정지출 구조의 개혁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