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MB, 철도파업 초강경 대응 주문 왜ㆍ‘국민 정서’ 앞세워 공공노조 파업권 공격ㆍ공기업 민영화·비판여론 물타기 포석도철도노조 파업을 정조준한 이명박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는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보는 현 정부의 시각이 압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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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8일 경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 참석,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제공 |
이 대통령은 “수십만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평생 직장을 보장받은 공기업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들고 이해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 정서를 앞세워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인 파업권을 공격하고 있다.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 할 정부가 한쪽 눈을 감고, 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지 못했다. 정부는 파업 첫날부터 불법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노조가 법률이 정하는 쟁의행위 절차에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파업 때 공공부문 사업장이 지켜야 할 필수업무를 유지하고 있다. 파업의 목적도 단체협약 및 근로조건에 관한 것으로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철도파업에 대해) 적당히 타협하고 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철도공사와 공안 당국에 사실상 강경 대응 지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는 노·사 자치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노동관계 당사자간에 노동관계에 관한 주장이 일치하지 아니할 경우에 노동관계 당사자가 이를 자주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조력함으로써 쟁의행위를 가능한 한 예방하고 노동쟁의의 신속·공정한 해결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9조(국가 등의 책무) 위반이라는 것이다.
철도파업에 대한 정부의 무리한 개입은 주요 국정과제인 ‘공공부문 노사관계선진화’ 추진의 연장선에 있다. 정부는 사용자 측 지위에서 ‘선진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9월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 소속 297개 공공기관의 단체협약 개정 현황을 월 단위로 점검해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이 단적인 예다.
최근 철도공사·가스공사·발전5개사가 잇달아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이런 기류의 반영이다. 정부는 그러나 노동계의 노·정 교섭 요구에 대해선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일절 응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공공부문 ‘노사관계선진화’ 방안에 대해서도 전체 노사관계 ‘새판짜기’의 첫 단추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성희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은 “공공부문 노사관계선진화는 공공부문 노조를 무력화시킨 뒤 이를 민간 부문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 민영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 철도노조 등에 대한 초강경 대응에는 세종시 논란, 4대강 사업 등 정부의 공공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물타기’하려는 정략적 목적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건호 공공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공기업들의 조직적인 단체협약 해지 등을 보면 정부가 공공부문 노조의 파업을 유발하려는 것 같다”며 “정부가 공공부문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노조 탓으로 몰아가기 위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제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