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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제목 프레시안: 역대최고 복지예산? 5조 삭감 불가피
번호 297 분류   뉴스 조회/추천 1795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09년 10월 08일 14시 33분 58초

"역대 최고 복지 예산? 복지사업 5조 삭감 불가피"

[오건호 칼럼] 2010년 예산안 뜯어보니…

기사입력 2009-09-29 오후 2:08:01

 

정부가 28일 내년도 정부예산안(기금 포함)을 공개했다. 올해 본예산 284.5조 원에 비해 7.3조 원, 2.5% 증가한 금액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건전성 조기 확보에도 신경을 썼지만, 경기회복에 강한 기반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내년 재정수지를 올해 51조 원에서 32조 원으로 줄이고 경제활력 회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4대강사업, R&D 대폭 증가 등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한술 더 떠 복지 지출은 81 조원으로 총지출 증가율보다 3배 이상 높은 8.6% 증가율을 기록하고, 총지출에서 복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27.8%로 역대 최고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재정수지 개선하고, 경제활력 회복하며, 복지까지 늘리니 정말 자랑할 만한 예산안이다.

어디까지 믿어야 될까? 기획재정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와 이를 받아 적은 다수 언론이 이렇게 적고 있는데 말이다.

내년 총지출액의 진실은? 7.3조 증가가 아니라 10조 감소

▲ 내년도 예산-기금안을 발표하고 있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내년 예산규모 증가율을 따질 때 기준이 되는 금액은 무엇이어야 하나? 작년 12월 국회에서 의결된 본예산일까 아니면 올해 4월에 추가된 추경예산일까?

아무리 임시적이라도 해도 추경 역시 올해 연말까지 집행되는 지출예산이다. 내년 예산 증감을 따질 때는 당연히 최종 지출인 추경예산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에 따라 올해 실제 총지출은 301.8조 원이다. 정부가 밝힌 내년 총지출 291.8조 원은 올해보다 꼭 10조 원 작은 금액이다. 내년 총지출이 7.3조원, 2.5% 늘어난다고? 아니다. 내년에 10조 원, 3.3% 감소한다. 누구도 이 수치를 바꾸거나 부정할 수 없다. 총지출 증감의 기준은 본예산이 아니라 추경예산이다.

정부 예산자료에 실린 분야별 재정배분 비교표에서는 추경예산액이 아예 없다. 본예산만 등장하고, 본예산 대비 증감만 존재한다. 이는 공문서를 작성하는 국가공무원으로서 심각한 업무 태만이다. 의도적으로 이 수치를 누락했다면 징계도 피하지 못할 일이다. 이 정부의 윤리의식이 개탄스럽다.

수정, 추경예산이라고 무조건 삭감?

예산안 자료를 보면 총지출이 감소하는 큰 대목이 발견된다. 정부는 작년 10월 정기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한 이후 11월에 수정예산안, 올해 4월에 추경예산안을 각각 제출했다. 경제위기를 맞아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작성할 때 올해 수정, 추경예산에서 1000억 원 이상 증액된 35개 사업을 인위적으로 손보았다. 15개 사업을 종료하고, 20개 사업을 감액했다. 여기서 약 20조 원이 삭감되었다.

물론 경제위기를 맞아 한시적으로만 필요한 사업도 있다. 하지만 모두 그러한가? 35개 사업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사라졌는가? 어제 공개된 예산자료에서는 35개 사업의 구체적 내역은 없다. 각 사업별로 성과를 평가하고 필요성을 진단해야 한다. 슬그머니 수정, 추경에서 증가한 사업이라고 일률적으로 삭감할 것이 아니다.

복지 지출이 역대 최고라고?

정부는 내년 복지지출이 본예산 대비 6.4조 원 증가하고, 총지출 대비 비중은 27.8%로 역대 최고라고 한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올해 복지지출액(추경예산)은 80.4조 원이다. 올해 상반기에 서민을 위해 복지를 늘렸다며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공치사한 금액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내년 복지지출과 비교할 때는 본예산 74.6조 원을 들이댄다. 개혁성향의 언론조차 본예산 대비 6.4조 원 증가라고 보도한다. 정확히 이야기하자. 내년 복지지출은 81조 원으로 올해 80.4조 원에 비해 0.6조 원 증가한 것일 뿐이다.

복지지출 비중이 상향된 것도 분자인 복지지출은 큰 변화가 없으나 분모인 총지출이 10조 원 줄어들어 발생한 현상이다. 자꾸만 '역대 최고'를 강조하는 기획재정부 관료를 위해 다시 반복한다. "복지지출이 늘어난 게 아니라 총지출이 준 것이다."

그래도 총지출이 10조 원이나 줄어드는 마당에 복지가 6000억 원이라도 늘었으니 다행스런 일은 아닐까? 물가상승율 3%에도 미치지 못하는 0.7% 증가율이지만, 이런 평가도 있을 수 있느니 복지 내역을 좀 더 들여다보자.

내년 복지사업 사실상 5조 원 삭감 불가피

우리나라 복지지출에는 제도적 자연증가분이 있다. 사회복지가 형성기에 있는 나라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내년 국민연금 연금지급이 1.5조 원 늘어난다. 지금까지 보험료를 내다가 나이가 들어 수급자로 전환되는 사람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이들에게 연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동일한 논리로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지출도 약 0.7조 원 증가한다.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실업급여 증가분까지 합치면 제도적 증가분이 약 3조 원에 이른다.

또한 내년 복지지출 중 눈여겨 보아야할 것이 보금자리 주택 13만호 건설사업이다. 과연 서민 중에서 이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이 벌써부터 제기되는 사업이다.

어찌됐든 정부는 이 사업에 지출되는 2.6조 원을 복지지출에 포함시켰다. 아직 세부사업 내역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필자가 이해하는 한 이 사업은 대부분 융자사업이다. 만약 그렇다면 융자금을 전액 복지지출로 계산하는 것은 난센스다. 나중에 회수할 융자 총액이 아니라 융자이자 차액만큼만 복지 지출로 계산되어야 한다.

정리하면, 내년 복지 81조 원 중에는 제도적 자연증가분 약 3조 원과 융자성 非복지사업 2.6조 원 등 5.6조 원이 포함되어 있다. 복지지출 절대증가액 0.6조 원을 감안하면 다른 복지사업에서 약 5조 원이 삭감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사업이 줄었는지는 국회에 자료가 제출되면 알려질 것이다. 복지사업 약 250개 중 상당수가 이 유탄에 맞았을 것은 분명하다.

경기회복 대상에 중소기업은 제외?

이제 경기회복 기반 조성에 역점을 둔 예산안이라는 주장을 살펴보자. 정부는 4대강 사업이 34만개 일자리를 만들고 40조 원의 생산유발효과를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주제에 대해선 이 분야 전문가들의 작업으로 넘겨 두자.

정부가 내년 예산안이 미래성장잠재력을 담고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본예산 대비 내년 R&D투자 증가율 10.5%이다(12.3조 -> 13.6조 원).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도 2013년까지 평균증가율을 10.5%로 잡아 놓았다. 중기 재정지출 평균증가율 4.2%보다 2배가 넘는다.

그런데 지원대상은 대부분 누구일까? R&D예산이 많이 배정되는 나노, 환경, 우주항공 등을 개발할 여력이 있는 곳은 어디일까? 대부분 핵심 대기업들일 것이다. 그나마 잘나가는 힘센 기업에 더 영양분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내년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 지출이 14.4조 원으로 본예산 16.2조 원에 비해 1.8조 원, 추경예산 20.8조 원에 비해 무려 6.4조 원이 삭감되었다. 중기재정운용계획안에서도 평균증가율이 1.3%에 불과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경기회복 기반 조성인가?

7% 성장하지만 세수증가는 제로!

이제 수입으로 가보자. 내년 총수입은 287.8조 원으로 올해 279.8조 원에 비해 8조 원이 증가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내역을 살펴보자.

총수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성장율이다. 내년 명목 경제성장율이 6.6%이다. 만약 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예상되는 세입증가분이 약 11~12조 원에 달한다(명목 1%당 1.6~1.8조 원 증가 가정).

그런데 부자감세에 따라 발생하는 내년 추가 감세규모가 13.3조 원이다. 경제성장율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모두 까먹고도 남는 금액이다.

그러면 내년 총수입 증가분 8조 원은 어디서 생긴 것일까? 우선 이자소득 법인세 수입에서 5.2조 원이 확보된다. 원래 2011년에 걷어야 세금이지만 미리 원천징수하는 것이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세수 증가가 아니다. 여기에 공기업 민영화라는 세외수입이 있다. 기업은행 1.2조 원, 인천공항공사 0.5조 원을 기대하는 모양이다. 여기에 세금이 아닌 기금 수입 1.7조 원이 추가된다. 이것들을 모두 합하면 8조 원이 넘는다.

결국 내년 무려 6.6%의 명목성장율을 달성한다면서 실제 세금 증가는 없고 법인세를 미리 징수하는 꼼수와 세외수입으로 총수입을 늘리고 있다.

재정수지

총지출이 10조원 줄고 총수입은 8조원 늘어나니 내년에 재정적자는 올해와 비교해 약 18조 원이 줄어든다. 그래서 관리대상수지도 올해 51조 원에서 내년 32조 원으로 개선된다.

정부는 2011년부터 재정수지가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2013~14년에는 균형재정도 달성하겠다고 한다. 기대대로만 된다면 좋은 일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을 현혹했던 '747 공약'을 기억한다면, 작년 부자감세를 강행하기 위해 성장률까지 국회에 다르게 보고했던 전력을 떠올린다면, 이 정부가 내놓은 거시경제 전망치에 신뢰를 보내기가 참 어렵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두 번 GDP 5%수준의 재정적자를 맞았다. 첫 번째는 IMF 금융위기로 인한 1998년이다. 다행히 2000년부터 거의 균형재정으로 복귀했다. 재정적자 원인이 외부 요인이었기에 경기가 호전되면서 재정수지도 개선된 것이다.

이번에는 어떨까? 물론 금융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내부적 요인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임기 중 총 90조 원의 감세로 세입 지갑을 줄이고, 4대강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무력화, 과도한 민자사업 등으로 금고 관리는 허술하다. 정부는 장밋빛 경제성장률 주문을 외우고만 있지만, 내부적 요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국가재정은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오늘(29일) 국회에선 야4당, 시민사회단체, 진보적 연구소 등이 모두 모여 민생예산대회도 개최한다. 이번에는 단단히 예산전투를 벌일 각오다. 부자감세 원상 회복, 4대강 지출 백지화, 민생복지예산 증가 등 쟁점들이 참 많다. 뜨거운 예산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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