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4명째, 가족들 “억울하다” 호소 … 사회안전망 빈약해 ‘해고는 곧 죽음’
쌍용차 평택공장을 62일째 점거파업중인 노조는 ‘결사항전’을 벌이고 있다. 경찰병력 3000여명 투입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은 타이어에 불을 붙이고 옥상에서 새총으로 쇳조각을 쏘면서 저항했다. 법원 집행관은 강제퇴거 집행을 포기했고, 21일 현재까지 경찰과 노조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이들은 구조조정 반대에 왜 이토록 격렬하게 저항하는 것인가.
조합원들은 쌍용차 구조조정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일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만난 박진희(37)씨는 “회사가 잘되면 경영자 덕이고, 못되면 노동자 책임으로 돌리는 게 문제”라며 “정부도 상하이차 투자가 잘못됐다는 걸 아는데도 우리만 포기하라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남편이 정리해고 대상자인 박씨는 “월급 못 받은 지 7개월째”라며 “우리는 지금 생존권 투쟁을 벌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합원들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저항을 하고 있다. 쌍용차 파업후 사망자가 4명이다. 노조 간부 이 모(34)씨의 아내 박 모(29)씨가 20일 오후 안성시 자택에서 자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앞서 2명은 스트레스로 인한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했고, 희망퇴직을 신청했던 1명은 차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합원 가족들은 “이 자리에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자살한 조합원의 아내처럼 심각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똑같이 느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사회임금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기업이 주는 ‘시장임금’과 대비되는 ‘사회임금’은 사회안전망(4대보험과 기초생활보장제)에 노후·장애지원, 공공임대주택 등 사회로부터 받는 복지지출 수준을 뜻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사회공공연구소 오건호 박사에 따르면 한국 가계운영비 중 사회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9%에 머물러 OECD 평균 31.9%와 크게 차이난다. 이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회사에서 비자발적으로 해고됐을 경우 사실상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사회임금이 빈약해 고용유연성도 확대하기 힘들다. 사회임금이 작을수록 경제위기로 인한 생계불안 위협은 커지고, 구조조정을 둘러싼 사회적 비용도 증가한다.
정리해고 투쟁이 격렬해지는 것은 기업별 노사교섭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업별노조에선 노사갈등관계가 누적되면서 합리적 교섭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만일 노조가 일부 정리해고를 수용했다고 해도 정부나 사회적 고용서비스지원을 확보하기도 힘들다.
산별노조가 발달한 외국에선 산별노조 대표가 경영계 대표와의 교섭에서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조합원의 이익에 맞는 교섭결과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산별조직이 조합원들에게 더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실리 위주의 교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별 노사교섭에선 노사 모두 고용문제를 결정해야하는 부담을 자임하기 어렵다”며 “쌍용차의 경우 분명한 오너십이 취약한 상태에서 실질적인 교섭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평택 = 강경흠 송현경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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