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행부가 간부 성폭행 사건 등을 계기로 비정규직·서민과 함께하는 ‘사회연대노총’으로 거듭나겠다며 조직 혁신에 나섰으나, 뚜렷한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19일 <한겨레>와 만나 “최근 노동 현안들이 많아 사회연대운동에 탄력을 붙이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 5월1일 노동절을 맞아 “민주노조운동이 자신의 임무를 모두 수행하지 못했다”며, 비정규직과 정규직 등의 격차를 극복하고 서민들의 교육·주택·의료 문제 등 생활권을 강화하는 데 앞장서는 사회연대노총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사회적 논의’로 확산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5월19일 정부에 △고용안정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일자리 지키기 △전국민 실업안전망 구축 등을 촉구하며 ‘노-정 교섭’을 요구했으나, 바로 이어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 속에서 현 정부의 무관심으로 묵살됐다.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시도, 화물연대 파업 등 노동 현안들이 잇따랐지만, 현 집행부는 구체적인 사회연대운동 추진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 이병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은 “비정규직법 개악 등 현안에 치이는 것을 이해하지만, 현 노동운동의 지도부가 연대의 방향만 제시했지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리더십이나 치밀한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케이티(KT) 노조 등의 탈퇴에는 노조원들의 ‘정규직 중심주의’가 작용한 한편으로, 민주노총 집행부의 이런 ‘미흡한 대처’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전 노동연구원장)은 “민주노총은 2000년부터 몇 차례 ‘조직 혁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냉정히 했지만, 구체적으로 실현하지는 못했다”며 “민주노총이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다면, 케이티 노조 등이 쉽게 탈퇴를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이 올해 말 차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도, 임 위원장 임기가 내년 1월로 끝나는 현 집행부로선 사회연대운동을 힘있게 추진하는 데 제약 요인이다. 하반기엔 노동계 핵심 이슈인 ‘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법 조항의 시행 여부도 국회에서 기다리고 있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민주노총이 제대로 된 실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이를 지지하든 반대하든 관심이 쏠린다”며 “9월까지는 프로그램을 내놓아야 이후 선거운동 국면에서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현 집행부가 아닌 민주노총 전체가 성공시킬 수 있는 의제로 만들기 위해 그동안 의견을 수렴해 왔다”며 “사회연대운동은 9월 대의원대회 결정을 통해 하반기의 핵심 사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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