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에게 인천공항철도는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이었다. 이미 공사비는 충분히 챙긴 뒤고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긴 하지만 정부가 당초 예측 수요의 90%가 안 될 경우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기로 협약이 돼 있기 때문이다. 2007년 개통된 40.3km 1단계 구간에는 4조995억 원 가운데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3조110억 원을 투자했고 정부 재정이 1조885억 원 들어갔다. 실제 수요가 당초 예측의 7%에 그쳐 지난 2년 동안 정부가 2796억 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인천공항철도는 30년 기한의 BTO(Build-Transfer-Operate, 건설-양도-운영) 방식으로 건설됐다. 민간에서 건설해서 정부에 이관하는 방식인데 30년 동안은 민간에서 운영하면서 원리금을 회수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애초에 수요 예측이 터무니없이 과장돼 있고 이를 기초로 최소 운영수입을 보장한다는 규정까지 들어있어 결과적으로 현대건설에게 엄청난 특혜를 안겨주도록 협약이 체결됐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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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철도 노선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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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협약 수요는 23만명인데 실제 수요는 1만7천명으로 7.3%에 그쳤다. 이는 2단계 공사가 마무리 된 뒤에도 마찬가지여서 30년 뒤인 2031년에는 협약 수요가 82만명인데 실제 수요는 27만명에 그칠 전망이다. 비율로는 32.8%, 그때도 정부가 4466억 원의 지원금을 갖다 바쳐야 한다. 정부 지원금은 국토해양부 추산에 따르면 30년 동안 연 평균 4610억 원, 모두 13조8천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사회공공연구소는 10일 발행한 이슈 페이퍼에서 "정부가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책정하고 법령까지 어겨가면서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터무니없는 특혜를 베풀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감사원은 이를 파악하고서도 별다른 책임을 묻지 않았고 오히려 책임자였던 김윤기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협약 체결 직후 인천공항철도회사 사장으로 옮겨가는 등 숱한 의혹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6년 교통개발연구원은 인천공항철도의 실질 수익률을 7.7%로 제안한 바 있는데 1998년 현대건설은 12.4%를 요구했고 이를 절충하는 과정에서 10.43%로 합의했다. 명목 수익률로는 15.95%에 이른다. 사회공공연구소 오건호 연구실장은 "2001년 3월 기준 국고채(10년) 명목금리는 7%였는데 30년 장기 투자에 따른 프리미엄을 고려한다 해도 국고채 명목금리의 2배가 넘는 수익률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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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철도 차량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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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동안 특혜 논란을 빚었던 다른 민간투자사업과 비교해도 인천공항철도의 실질 수익률은 매우 높게 책정됐다. 신공항고속도로와 문학산터널이 9.7%였고 목포신외항이 9.62%, 인천북항고철2부두가 9.0%였다. 실질 수익률이 10%가 넘는 곳은 인천공항철도가 유일하다. 운영기간 30년 모두를 보장해주는 조건도 이례적이다. 신공항고속도로의 경우 30년 가운데 20년만 보장된다. 특혜 중의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사업계획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협약을 체결한 사실도 감사원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또한 당초 철도청 지분을 5% 이하로 하기로 고시했으나 현대건설에서 추가 출자를 요구하자 9.9%로 늘려주기도 했다. 이 역시 변경 고시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 6187억 원 규모에 이르는 복선 전철화 사업 역시 당초 고시에는 없었지만 현대건설이 맡도록 추가 협약이 체결됐다.
김윤기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이 협약 체결 이틀 뒤 사임하고 공직자 윤리법 취업 제한기간이 끝난 뒤 2004년 인천공항철도회사 사장으로 부임한 것도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정부 대표였던 정종환 전 철도청 청장은 지금 국토해양부 장관이 돼 있다. 주목할 부분은 정 장관이 지난 3월30일 인천공항철도회사의 민간 지분 88.8%를 철도청이 인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대목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미 공사비와 정부 보조금으로 충분히 투자 이익을 챙겼다. 이제 와서 발을 빼려고 하는데 그 특혜 의혹의 핵심에 있는 정 장관과 김 사장이 자리만 바꿔서 여전히 실무 책임자로 남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뜩이나 산더미 같은 부채로 허덕이고 있는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까지 떠안으면 자칫 철도산업이 송두리째 붕괴한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코레일은 이미 부채가 6조7천억 원에 이르고 1년에 이자만 2800억 원 가까이 내야 한다. 만약 코레일이 인천공항철도의 지분을 인수하려면 당장 8천억 원의 현금에다 3조2천억 원의 부채를 넘겨받아야 한다. 게다가 국토해양부는 코레일에 90%가 아니라 58%의 수익률만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특혜는 민간에서 챙기고 민간이 빠져나간 다음 나머지 부실은 코레일에게 떠넘기는 셈이다.
오 실장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미 2007년 5월 정부 승인을 전제로 금융권과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2008년 4월 국토해양부에 출자자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면서 "계약 준비에 따른 시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인천공항철도가 개통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분 매매 논의를 시작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건설과정에서 기대했던 이익을 충분히 실현했기에 이후 사회적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손을 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오 실장은 "정부가 인천공항철도를 코레일에 넘기려는 건 국책 부실 사건에서 탈출하려는 민간투자자본을 방조하고 자신도 책임에서 벗어나보려는 조치로 판단된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인천공항철도 부실 사건은 영영 어둠에 묻힐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오 실장은 "정부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왜 상식을 넘은 특혜 조치를 베풀었는지, 이 과정에서 정부관료는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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