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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제목 경향: 사유화도 '선진화'라 부르나
번호 172 분류   뉴스 조회/추천 1968  
글쓴이 사회공공연구소    
작성일 2009년 03월 27일 09시 29분 29초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재벌의 공공서비스 사유화도 ‘선진화’라 부르나
ㆍ2부 - (8) 폭주 기관차에 올라탄 한국…새로운 우상 : 민영화


이명박 정부만 공기업 때리기 한다?
한국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을 반대하는 현수막으로 뒤덮여 있는 경기 성남시 한국토지공사 입구. <김기남기자>

아니다. 공기업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잘 대변하는 글을 보자.

“시장경제 체제의 성숙과 함께 공공사업 부문에 대한 기능 재조정의 여건이 갖춰졌음에도 공공기관은 지속적으로 비대해지고 방만해지면서 국가경제의 효율적 작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현재 예산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 33.6%를 차지하고 있는 공공부문에 대한 개혁 없이는 대한민국이 선진화 단계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 보듯이, 많은 공공기관이 경영 실적과 상관없이 고액연봉과 성과금을 보장하고, 낮은 생산성에 비례해 쌓여가는 적자를 고스란히 국민 세금으로 메워나가는 비정상적 운영으로 ‘신이 내린 직장’이란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대한민국 정책 포털>, ‘공공기관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는 이명박 정부만 이런 시선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신자유주의 논리가 이 사회에 확산된 이래 공기업 때리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을 사회악처럼 취급하는 정도가 좀더 심한 것일 뿐, 이미 한국 사회는 이런 공기업 인식을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있다.

그 결과 공기업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개혁 대상으로, 곧 대자본이 사유화해도 괜찮은 것으로 당연시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공공 서비스를 재벌이 맡아도, 그걸 개혁, 혹은 선진화라고 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다.

공기업은 방만하고 효율성이 떨어진다?

아니다. 미래경영개발원이 기획재정부에 지난해 3월 제출한 ‘공기업 재무현황 분석’ 보고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다르게 공기업들의 경영성과는 우수한 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1996~2006년 10년 동안 성장성을 보여주는 매출액 증가율을 보면 21개 국내 공기업이 11.9%였다. 글로벌 500대 기업(9.2%), 국내 500대 기업(10.1%)보다 높았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KT 등 국내 5대 기업의 0.7%보다 높았다. 매출액 순이익률은 평균 7.2%로 글로벌 500대 기업 6.1%, 국내 500대 기업 5.6%보다 높고 국내 5대 기업의 11.1%에 비해서는 다소 낮았다.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국내 21개 공기업이 104.9%로 글로벌 500대 기업(205.0%), 국내 500대 기업(140.5%)에 비해 낮았다. 반면 96년 7만8205명이던 종업원수는 2006년 5만4324명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1인당 당기순익은 2000년 800만원에서 2006년 8500만원에 달했다.

“공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30% 정도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이후 2001년까지 신규채용이 없었습니다. 저희 공사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렇지만 성과는 좋았습니다. 공기업 고용이 과다하거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일반화시킬 수는 없단 얘기죠. 인력채용은 공사가 하고 싶다고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한명 한명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공기업 운영이 방만하다고 하는 정부가 공기업을 관리·감독하고 있고 매년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공기업이 방만하다면 정부의 책임이 더 큽니다.” 한 공기업 간부의 말이다.

민영화 원칙에 일관성이 있다?

아니다. 흔히 공기업은 망하지 않기 때문에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비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민간기업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비효율적인 민간기업이라 해도 고용 규모가 크거나 국가경제에 영향을 크게 미칠 경우 재정지원을 통해 죽이지 않고 살리고 있다. 민간기업이라고 해도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바로 퇴출되지는 않는다. 신자유주의의 본토인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재무부는 자동차 빅3 중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에 대한 구제자금 지원을 지난해 말부터 단행했다. 6조원짜리 초대형 인수·합병 기업으로 관심을 모았던 대우조선해양도 외환위기 시절 정부가 국유화시켜 살려낸 기업이다.

김용구 미래경영개발연구원장은 “ ‘공기업은 방만하고 이에 따라 민영화해야 한다’는 단순논리는 국민적 카타르시스를 충족시킬지 몰라도 거대한 후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 “자본주의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최근 같은 경제 위기일수록 보편적 사회서비스는 강화돼야 하고 오히려 없던 공기업도 만들어서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효율성을 우선한다?

아니다.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포스코는 여전히 정치권과 정부의 입김에 흔들려 왔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내년 2월까지 임기가 남아있지만 ‘노무현 정부 사람’으로 찍혀 새정부 출범 때부터 사퇴압력을 받다 결국 사퇴했다. 이 회장은 경제악화 속에서도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가 겉으로 내세우는 대로 공기업을 경영실적과 효율성의 잣대로만 바라보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영화된 KT의 사장에는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낙하산으로 임명했다. 관료 출신이 KT 사장으로 임명되기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처음이다. 조폐공사 사장에는 천안에서 낙선한 전용학 전 한나라당 의원이 임명됐다. 공천에서 탈락한 안택수 전 의원은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 앉았다. 정광윤 가스공사 감사, 이이재 광해관리공단 이사장, 김주완 한국전력기술 감사는 모두 한나라당 출신이다. 토지공사 사장에는 현대건설 출신으로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도시계획국장 등을 역임한 이종상씨가 임명됐다. 주택공사 사장에는 영남 출신인 최재덕 전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2분과위원이 앉았다. 철도공사 사장 자리는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차지했다.

공기업 선진화는 사유화와 무관하다?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 ‘공기업 민영화’를 내세웠지만, 지금은 선진화로 간판을 바꿨다.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공기업 민영화의 결과로 수도·전기·가스 요금 인상 우려가 높아지자 정부는 네트워크 산업의 민영화는 없다고 천명한 뒤였다. 그러나 선진화는 민영화의 다른 이름이다.

예를 들어보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제3차 공기업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2010년부터 발전용 가스 도입, 도매 시장에 민간 참여를 허용하고 점차적으로 산업용 가스 도입 경쟁 범위를 확대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공기업을 매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닌 ‘선진화’라는 것이다. 해당 공기업 노조는 이를 민영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은 가스를 공공재로 인정해 한국가스공사가 필요한 물량을 전부 통합 구매해 왔는데, 앞으로는 민간기업들도 이 권한을 갖게 된다. 그러나 세계 가스 시장이 공급자 위주여서 수입 사업자가 많아진다면 결국 공급자가 가격 주도권을 쥐게 되고 도입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배분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 가스요금은 시장 원리가 아닌 사회적 원리에 따라 가격이 책정된다. 실제 비용을 반영하면 주택난방용을 더 비싸게 받아야 하지만 발전용과 산업용에서 얻는 수익으로 주택난방용 가격을 낮추는 ‘교차보조’로 형평성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종훈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선진화 계획에 따르면 이런 공공요금체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결국 발전용·산업용 가격은 소폭 낮아지겠지만 서민용 가스요금은 2배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결국 선진화의 실체는 가스 도입권을 민간에게 허용하는 민영화입니다. 참여할 민간기업이래봐야 SK와 GS, 포스코 정도의 재벌 대기업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조치인지 뻔하지 않습니까.” 공기업 선진화는 결국 재벌 사유화일 수밖에 없다.

물 관리 민영화해도 물값 안 오른다?

아니다. 공기업은 자본이나 시장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공익성 때문에 존재한다. 수자원개발이나 물 관리 등을 공공이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수도 요금은 1t에 577원 정도다. 이는 물산업이 완전히 민영화된 영국(1820원), 수도운영에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프랑스(1579원)보다 3배 정도 싸다. 이것이 민영화의 실상이다.

볼리비아는 98년 세계은행(IBRD)으로부터 수도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차관을 받는 대가로 사업을 민간기업에 팔기로 했다. 이후 3대 도시 중 하나인 코차밤바시의 수도서비스 부문을 99년 미국 벡텔이 구성한 컨소시엄에 넘겼다. 그러나 민영화 직후인 2000년 1월 수도요금이 35% 올랐다. 요금은 인상과 함께 제한급수가 풀리자 물 사용량은 늘었다. 일부는 소득의 3분의 1을 물값으로 써야 했다. 결국 2003년 대통령은 하야했고, 2004년 벡텔과의 계약은 취소됐다. 볼리비아뿐 아니라 수도 운영을 민영화하거나, 민간기업을 참여시킨 영국·프랑스·이탈리아·아르헨티나·우루과이·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도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물 관리를 민간에게 맡겨도 물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수자원 관리는 투자는 저조한 반면 운영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물값을 인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수도 관리를 완전히 민영화한 영국에서는 재작년부터 공공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의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다. 지난 1월15일 ‘제5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을 통해 공공기관 출자회사에 대한 대대적인 매각과 청산, 통·폐합 방침을 밝힐 정도다.

민간기업은 항상 효율적이다?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한편에서는 공기업 민영화를 주장하면서 다른 편에서는 공기업의 역할을 강화하는 모순적 행동을 하고 있다. 정부가 주공과 합치기로 한 한국토지공사와 민영화하기로 한 대한주택보증이 건설업체 살리기에 나서는 게 대표적 사례다. 토공은 정부의 10·21 건설대책에 따라 주택건설업체가 보유한 토지를 사주고 있다. 주택보증은 지방의 미분양주택을 매입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맞은 건설업체를 지원한다는 이유였다. 토지공사와 주택보증이 투입할 자금 7조원 규모는 10·21 대책으로 정부가 투입할 자금 9조2000억원의 76%에 해당한다.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 개혁 능력이 있다?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 개혁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토공 부채는 34조원 정도이고 주공 부채가 5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통합 후 2010년부터 영업이익으로도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통합공사가 발행해야 할 채권 규모는 매년 20조원 이상인데, 이는 전체 공사채 발행 규모(35조원)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공사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누가 이렇게 부실한 공기업의 채권을 사려고 하겠습니까. 통합을 하더라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이 선행되고, 통합된 조직원들이 화합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추진해야 합니다. 일단 통합부터 시키겠다는 것은 부작용이 너무 큽니다.”

참여정부 때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위해 조직된 공동연구단에 중립 인사로 참여했던 중앙대 이병훈 교수는 “당시 정부는 연구단에 노조 측 인사도 정부 측 인원과 동수로 참여시켜 배전분할에 대한 설득과 이해의 폭을 넓히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참여 주체들의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지만, 연구단의 결과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기업 민영화와 같은 사회적 합의나 중요한 사항은 일방적으로 추진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재현기자 parkjh@kyunghyang.com>

입력 : 2009-03-26 17:40:41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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