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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제목 매경이코: 국민연금 자산운용 잘하고 있나
번호 152 분류   뉴스 조회/추천 2127  
글쓴이 사회공공연구소    
작성일 2009년 03월 18일 09시 10분 08초
국민연금 자산운용 잘하고 있나

 

수익율 0%, 주가 하락 불구 선방

 

 
 
 
 
지난해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이 0%를 기록했다. 88년 국민연금이 도입된 이래 최초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올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손실을 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심각하다.

국내 주식투자에서 14조원, 국외 주식투자에서 5조원 등 주식투자로만 19조원 이상을 날렸다. 대신 채권투자에서 19조원 이상 수익을 내면서 가까스로 대차대조표를 맞췄다. 금융투자와 별도로 진행되는 복지 부문 투자에서 또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은 235조9518억원이다. 2007년 말(219조6235억원)에 비해 7.4%(3조3283억원)가 증가했다. 이 기금이 바로 투자재원이 된다.

지난해 국민연금 투자손실 얼마나?
전체 수익률 0.00%
채권투자 덕분에 손실 안 나

 
 
 
 
기금의 99.8%가 금융 부문에서 운용된다. 금융 부문은 크게 채권, 주식, 대체투자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 부문 내에서의 투자 비중은 채권 81.9%(국내 채권 77.7%, 국외 채권 4.2%), 주식 14.4%(국내 주식 12%, 국외 주식 2.4%), 대체투자 3.7%다. 대체투자에는 SOC(사회간접자본), 부동산, 사모투자, 벤처, CRC(구조조정)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총 235조5208억원을 금융 부문에 투자해 얻은 수익금은 -84억원이다.

이 손실을 메워준 게 기타 부문이다. 기타 부문에서 265억원의 수익을 올리면서 총 수익금이 166억원이 됐다.

결과적으로 전체 기금의 운용수익률은 0%(시간가중수익률)다. 장부가기준수익률은 0.01%다. 국민연금 관장 기관 보건복지가족부는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어려운 여건에서도 다른 국외 연기금에 비해 큰 손실은 보지 않았다(벤치마크 대비 1.83%포인트 초과수익 달성)”며 자화자찬 분위기다.

지난해 300여개의 전 세계 주요 연금이 대부분 상당폭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것에 비하면 분명 나쁘지 않은 수치다. 그러나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많다.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국내 주식에서 14조원, 국외 주식에서 5조원 등 총 19조원 이상의 손실을 냈다. 반면 채권에서는 국내 채권에서 17조6000억원, 국외 채권에서 1조5000억원 등 19조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채권투자에서 번 돈을 고스란히 주식투자로 까먹은 셈이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주식투자 행태를 보면 이 같은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돼왔다.

지난해 7월 초 국민연금공단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주식시장에 연기금을 투입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관계자들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 상당수 관계자가 반대했지만 국민연금은 7월 10일 코스피지수 1500선이 붕괴되자 결국 1000억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사들였다.

국민연금은 또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1조9654억원어치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1~8월 누적매수액 1조4667억원보다도 더 많은 액수다. 게다가 9월은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세계 금융위기가 막 본격화된 시점. 9월에 대폭 늘린 주식투자가 지난해 기금 운용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실제 60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9월 이후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며 신규 주식투자를 전면 중단했다. 그 결과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4%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민연금공단이 9월에 대규모 주식투자를 단행한 것과 관련, 당시 ‘정부에서 주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입해줄 것을 권유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실제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8월 27일 청와대 강윤구 사회정책 수석비서관을 면담한 뒤 9월에 주식투자금액이 급증했다”며 정치적인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박해춘 이사장과 김선정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눈초리도 곱지 않다. 박 이사장이 취임할 당시 공단은 새로 기금운용본부장을 공모했지만 결국 뽑지 못했다. 재공모 결과 김선정 전 삼성화재 상무가 선임됐는데 김 전 상무는 박 이사장과 삼성화재에서 같이 일한 경력이 있다. 게다가 김 전 상무는 1차 공모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박 이사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기금운용본부장으로 내세운 것 아니냐고 바라본다. 수백조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장이 독립적으로 기금을 운용하지 못하고 박 이사장 뜻에 상당부분 따르지 않겠느냐는 추측은 결국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정부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함을 의미한다.

올해 투자전망
주식투자 목표 비중 지난해와 동일
손절매커녕 추가 매입 필요

국민연금의 올 주식투자 행로도 그리 평탄하지 않아 보인다.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한 2009년 주식투자 비중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 운용과 관련한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기금운용위원회다.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은 총 20명. 당연직 6인(보건복지가족부 장관(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지식경제부 차관, 노동부 차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위촉위원 14명이다. 위촉위원은 각각 사용자 대표 3인, 근로자 대표 3인, 지역가입자 대표 6인, 관계전문가 2인 등이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최소 분기별 1회 이상 위원회를 열고 국민연금기금의 투자 부문별 비중 등 주요 사항을 결정한다.

 
 
 
 
지난해 12월 기금운용위원회는 2009년 국민연금기금의 투자 부문별 목표 비중을 변경했다. 지난해 5월에 원래 설정했던 목표를 경제 상황에 맞춰 변경한 것. 국내 주식 비중을 20.3%에서 17%로, 국외 주식 비중은 9.4%에서 3.6%로, 국외 채권 비중은 6%에서 4.1%로 각각 축소했다. 반면 대체투자는 3.9%에서 6%로, 국내 채권은 60.4%에서 69.3%로 비중을 각각 확대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주식시장 하락 리스크에 대비해 국내 주식 비중을 낮춘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지난해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7±5%. 이를 기반으로 연말에 12%로 맞췄다. 가능한 목표 비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선택했다. 이 수치가 올해에도 똑같이 유지된다. 국민연금 보험금은 계속 들어오는 만큼 분모는 계속 커진다.

지난해와 같은 수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주식투자를 더 해야 한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주가 변화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12%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은 약 5조원을 추가로 주식투자에 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주가 변화가 있다. 지난해 증시 폐장일이었던 12월 30일의 코스피지수는 1124.47이었다. 2월 5일 현재 코스피지수는 1063.54.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주식 자산이 전체 금융투자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였다면, 올 2월 5일 현재 기준으로는 12%가 채 안 될 것임을 추정해볼 수 있다. 올 초 국내 10대 증권사들이 밝힌 올해 코스피지수 전망 범위는 888~1476이다. 코스피지수가 800대로까지 떨어지면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한 주식 자산 비중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스토리는 국민연금공단이 최고 하한선인 12%를 맞춘다는 가정 아래 가능한 얘기다.

오 실장은 “주가가 같다고 볼 때,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한 목표 비중 17%까지 늘린다면 16조원, 허용된 상한선인 22%까지 늘린다면 약 30조원을 더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올해 상황에서 국민연금공단은 손해를 줄이기 위해 손절매를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는 셈이다.

이와 관련 공단 한 관계자는 “목표 비중은 연말까지만 맞추면 된다. 또 목표 비중이 꼭 절대적인 게 아니다. 연말에 가서 여러 가지 사정상 목표 비중 맞추기가 어려워지면 기금운용위원회가 사정을 감안해 목표 비중을 바꿀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스란 보건복지가족부 국민연금재정과장 역시 “5월 자산배분을 앞두고 목표 비중을 변경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는 중”이라고 밝힌다.

물론 이는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지난 10월에 2008년 목표 비중을 변경할 때도 국외 주식, 국외 채권 비중은 축소하고 국내 채권 비중은 확대했지만, 국내 주식 비중은 17±5%를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둔 전력이 있다.

복지 부문 투자도 마이너스
청풍리조트 9년째 영업적자
매각·시설전환 모두 힘든 상황

 
 
 
 
국민연금기금 운용은 금융 부문과 복지 부문, 기타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금융 부문은 위에서 살펴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 복지 부문 투자는 2000년에 개장한 청풍리조트 사업이 주가 된다. 지난해 기금 운용 실적에서 복지 부문 투자는 총 14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북도 제천에 위치한 청풍리조트는 2000년 문을 연 이래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내 본 적이 없다. 개장 원년인 2000년 20억원 영업손실을 입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도 12억원의 손실을 냈다. 그나마 2008년 회계연도부터 ‘공기업·준정부기관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감가상각비가 고려되지 않은 덕분이다. 지난해 청풍리조트의 감가상각비는 25억원. 이전 회계기준에 따라 이를 포함하면 무려 37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뻔했다. 2000년부터 누적된 영업손실은 198억원으로 200억원에 육박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충정회계법인에 ‘청풍리조트의 사업성과 평가’에 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지난해 12월에 작성된 보고서를 보면 결론이 참담하다. 보고서는 향후 청풍리조트 사업 추진 방향과 관련해 매각, 별도법인 전환(자회사 설립), 노인요양이나 연수원 시설로의 전환 등 3가지를 검토했으나 모두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우선 매각과 관련, 청풍리조트의 현재가치 추정액이 1000억원가량 되는데 이 돈을 주고 매입할 매수자를 찾기가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청풍리조트는 입지가 별로 좋지 않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로부터의 접근성이 좋지 않은 데다, 주변에 배후도시도 없다. 집객시설이나 편의시설 또한 부족하다. 당연히 숙박객을 오래 머물게 할 유인책이 별로 없다.

보고서는 “매각을 통해 청풍리조트에 대한 경영부담과 낮은 운영 성과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 인식을 해소할 수 있지만 매력도가 낮아 매각이 쉽지 않고, 매각처분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먼저 경쟁력을 향상시킨 후 매각을 고려하는 게 낫겠다”고 평가했다. 물론 ‘경쟁력 향상 후 매각’이란 내용 또한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두 번째 안인 별도법인 전환도 결론은 ‘X’표다. 법인 설립을 위한 비용 등을 고려해 봤을 때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시설전환도 마찬가지다. 노인요양시설로의 전환 역시 도심형 배후도시가 없어 병원 등 의료시설이 부족한 만큼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연수시설로의 전환도 용이하지 않다.이와 관련 정미경 한나라당 의원은 “그동안 청풍리조트를 ‘팔아라, 팔아라’ 해도 버티더니, 이제는 팔 수조차 없는 지경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면서 각종 회관 건립 계획을 추가로 추진하고 있다. 책임지고 비판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497호(09.03.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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