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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경향: 소말리아 '해적 비즈니스'의 뿌리
번호 59 분류   조회/추천 931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11년 02월 17일 14시 56분 45초
[경제와 세상]소말리아 ‘해적 비즈니스’의 뿌리

“우리 토착민들은 4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평화로이 잘 살아왔다. 그런데 당신네 유럽인들은 약 500년 전에 우리 토착민들에게 다가와 185t의 금과 1만6000t의 은을 강탈해갔다. 우리는 그것을 ‘우호적 차관’으로 준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500년이 지난 지금엔 그것을 돌려달라.” 과이카이푸로 쿠아테목이라는 남미의 한 토착 공동체 후손이 약 10년 전 유럽 대표들에게 행한 연설이다. 그는 과감하게 “200년치는 탕감해줄 터이니 300년치 원금과 이자만 달라”고 했다.

자립 토대 지키려 자경단 탄생

나는 데이비드 보일의 <행복한 돈 만들기>란 책에서 이 연설을 보고 정말 통쾌했다. 두 가지 의미로 ‘통 큰’ 주장이다. 세계사를 단칼에 요리했을 뿐 아니라 제국주의 세력에게 그토록 관대하다니! 이어 그는 뒤통수를 친다. “과연 당신네들은 우리에게서 그렇게 많은 부를 빌려가 경제발전을 이룩한 결과 우리에게 원금과 이자를 갚을 능력이라도 만들었는가? 당신네들의 경제체제가 합리적이라는데, 맞는 말인가?”

최근 소말리아 해적 사태가 온 사회를 강타하는 시점에 이 얘기가 생각난 건 왜일까? 그것은 해적 문제가 단순히 적대적인 ‘소탕’ 작전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다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사태의 본질은 자율 공동체 및 민주주의 파괴다. 소말리아는 북으로 아덴만, 동과 남으로 인도양이 있어 3면이 바다다. 해안선 길이만 3000㎞다. 원래 소말리아는 이집트, 그리스와 교역하며 뛰어난 문화를 꽃피운, 북아프리카 문명의 중심지다. 그 자부심과 자치력으로 대영제국에 20년간 맞설 수 있었다. 그러다 19세기 말 영국과 이탈리아 등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1960년에 독립은 이루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한 농업의 강제적 구조조정으로 자립경제가 파탄났다. 1988년 이후 이어진 내전과 무질서 상태의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90년대 초, 유럽 각국은 감시가 소홀한 소말리아 해안에 핵폐기물, 산업폐기물을 버렸고 불법 남획도 심해졌다. 참치와 새우, 가재의 씨가 마르고 바다 생태계가 망가졌다. 여태껏 어업으로 살아 온 소말리아인들은 참을 수 없었다. 자립의 토대가 파괴되니 대내적 갈등도 커졌고, 대외적으론 자경단이 탄생했다. 군벌과 사업가들이 이들을 체계적으로 조직하면서 2000년께 마침내 ‘해적 비즈니스’가 탄생한다. 오늘날 해적들도 실은 ‘의용 해안 경비대’로 출발한 셈이다.

이들이 국민의 70%로부터 지지를 받는 일이나 12개 부족장들이 그 배후라는 이야기도 이런 맥락에서다. 2006년에 자치적인 ‘이슬람연대’ 세력이 해적과의 싸움을 시작한 뒤 해적이 급감했으나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계기로 부패 정권을 지지하면서 새로 급증했다. 소말리아의 면적은 남한의 5배, 인구는 5분의 1 수준이다. 자연만 온전해도 풍요롭게 살 수 있지만 불행히도 그 평균 수명은 50세에 불과하며 1인당 GDP는 고작 600달러다. 인구의 5분의 1이 굶주림에 몰린 난민이다. 제국주의와 부패 권력에 의해 공동체와 민주주의가 파괴된 결과다.

제국주의 권력의 값비싼 교훈

스코틀랜드의 피터 레어 교수에 따르면 “소말리아 해적들은 몸값으로 연간 1억달러 정도를 챙기지만, 유럽과 태국, 한국 등이 이 지역에서 어자원을 남획해 버는 돈은 3억달러”다. 해적질도 ‘비즈니스’다. 지금까지 한국(인) 선박도 10차례 당했다.

아시아와 마찬가지로 남미나 아프리카는 구미 제국의 희생양이었다. 앞의 쿠아테목은 평화적 보상을 원했지만 소말리아 해적들은 폭력적 보상을 원한다. 둘 다 지속가능성은 없다. 지속가능성은 결국, 자율 공동체 및 자립경제의 복원, 민주주의의 회복에 있다. 남의 것을 빼앗아 잘 살려는 한, 세상에 평화는 없다. 살생은 살생을 부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해적 비즈니스의 값비싼 교훈이다.

<강수돌|고려대 교수·사회공공연구소장>


입력 : 2011-02-10 21:02:55수정 : 2011-02-10 21: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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