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공연구소 Public Policy Institute for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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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경향: 복지 증세, '내라'와 '내자'
번호 57 분류   조회/추천 898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11년 01월 27일 18시 36분 24초
[시론]복지 증세, ‘내라’와 ‘내자’

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야당은 보편 복지를 주창하고 한나라당은 ‘포퓰리즘’이라 맞불을 놓는다. 대한민국에서 모처럼 정책 경쟁이 벌어진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생산적 논쟁을 위해 논점을 분명히 다듬어 가자.

우선 ‘선별, 보편 복지’ 논란은 넘어서자. 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사회적으로 함께 마련하는 게 복지라면 대상은 넓을수록 바람직하다. 이제 ‘복지’ 하면 다수 국민들이 ‘복지병’을 떠올리기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누렸으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생존하기 위해 자구책을 찾아야 했던 대한민국에서 ‘함께 살자’는 공존의 가치가 부상하고 있다.

시민주도 재원확충 운동 검토를

선진국들은 1인당 국민소득 1만8000달러 단계에서 이미 복지국가를 이루었다. 이들이 자기 나라 복지를 자랑스러워하고 우리나라 국민들도 이를 부러워하는 것을 보면, 보편 복지로 인한 기회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만한 것이다. 보편 복지에 포퓰리즘으로 대응하는 것은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시대착오적 판단이다. 차기 대선에서 민심과 소통하는 멋진 경쟁을 하고 싶다면, 한나라당은 논점이 ‘선택이냐, 보편이냐’가 아니라 ‘보편 복지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보편 복지론 내부에는 재원 방안이 논점이다. 역동적, 한국형 등 어떠한 형용사를 붙이든 보편 복지는 재정을 수반한다. 고령화율을 통제해도 우리나라 복지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국가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런데 연이어 무상 시리즈를 발표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가능한 한 ‘증세 없이’ 복지를 이루겠다고 한다. ‘한국형 복지국가’를 주창하는 박근혜 의원은 지금까지 감세론의 입장을 취해 왔다.

이들이 내놓은 주요 재원방안은 비과세 감면 축소, 재정지출 개혁 등이다. 하지만 필요한 복지재정 규모를 감안하면, 이것이 증세와 양자택일할 사안은 아니다. 사실 비과세감면 대부분이 서민생활과 관련된 것이어서 실제 손볼 수 있는 항목은 주로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는 연구·개발 세액 공제 정도다(임시투자세액공제는 이미 폐지 추진 중). 종종 거론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지출도 점차 민간투자사업으로 대체되면서 재정 대비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

결국 보편 복지를 옹호한다면 재정지출 개혁과 함께 국가재정 규모를 키우는 증세를 이야기해야 한다. 복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세금을 내겠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진보정당들처럼, 국민들의 ‘조세저항’을 ‘납세 동의’로 전환하는 ‘증세 정치’에 정직하게 나서야 한다.

증세 방안은? 이것이 다음 논점이다. 재정지출에 대한 불신을 고려하면, 세입과 지출을 묶는 ‘복지증세’가 적절하다. 복지에만 사용되는 사회복지목적세, 건강보험 보장성 재원인 건강보험료 등이 좋은 예이다.

부자·대기업 책임 회피 못할 것

이 때 두 가지 길이 있다. 부자·대기업이 복지재원을 책임지라는 ‘내라!’ 방식과 시민들도 재원 마련에 나서는 ‘내자!’ 방식이 있다. 상위 5% 계층과 1% 대기업에만 부과하는 진보신당의 사회복지세가 전자라면, 모든 과세자들이 누진적으로 내는 민주노동당의 2007년 사회복지세 대선공약이 후자다.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국가가 필요 재원을 전적으로 충당하라는 주장이 ‘내라’라면, 가입자·기업·국가가 각각 지금보다 3분의 1씩 더 내자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제안은 ‘내자’다.

어떤 복지재원 방안도 이를 현실로 만드는 주체세력을 필요로 한다. 복지 논쟁의 궁극적 논점은 ‘어떻게 복지 운동 주체를 형성할 것인가’에 있다. ‘내라’는 우리사회 양극화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장점을 지닌다. 대신 ‘내자’는 복지 열망을 지닌 시민들을 재원확충 운동 주체로 적극 나서게 한다. 부자와 대기업이 복지 재정 책임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하는 더 효과적인 수단일 수도 있다. 보편 복지론자라면 이제 ‘내라’와 ‘내자’를 두고 토론해야 한다.

<오건호 |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입력 : 2011-01-18 20:54:38수정 : 2011-01-18 20: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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