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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경향: 쥐식빵 사건과 무노조 경영
번호 55 분류   조회/추천 1094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11년 01월 07일 20시 46분 31초
[경제와 세상]쥐식빵 사건과 무노조 경영

크리스마스 직전에 시작된 일명 ‘쥐식빵’ 사건은 결국 경쟁업체를 운영하던 한 업주의 자작극임이 딱 1주일 만에 밝혀졌다. 당사자 ㄱ씨는 지난해 12월23일 새벽에 집에서 떨어진 PC방에서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 글을 올렸다. “쥐, 고발하면 벌금이 얼마?”란 글이었다. 쥐가 든 밤식빵 사진도 공개했다. “집에서 애가 빵을 먹으려다 토하고 굴러다니고… 위생 상태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고 비난했다. 당연히 그 식빵을 판 가게는 피해를 보았다.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속여 이득

그러나 ㄱ씨의 행동은 처음부터 이상했다. 상식으로 보자면, 진짜 식빵 속에서 쥐가 나왔다면 당장 그 가게에 직접 찾아가 항의해야지 왜 PC방에 가나? 그것도 아이가 식빵을 먹지도 않을 새벽 시간에. 또 사태가 커지자 ㄱ씨는 한 인터넷 매체에 “하늘에 맹세코 조작하지 않았다. 나와 가족은 피해자”라며 억울해했다. 진짜 아이가 먹을 식빵에서 쥐가 나왔다면 굳이 하늘에 맹세할 필요도 없다. 억울함이 아니라 분노가 하늘을 찌르기에.

장두노미(藏頭露尾)란 말도 있다. 아무리 머리를 처박고 감추려 해도 꼬리가 드러난다는. 빵을 팔던 ㄱ씨의 자백에 따르면, “장사가 더 잘 되기를 바라던 중, 길에서 죽은 쥐를 보는 순간 ‘쥐식빵’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냉장고에 쥐를 보관했다가 사람들이 퇴근한 밤, 아내의 가게에서 식빵을 조작했다. 인터넷에 까발리면 손님들이 그 가게를 피해 모두 자기네로 올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의도와 달리 흘렀다. 이 사건을 보면서 무노조 경영으로 일관하는 ‘초일류 기업’ 삼성이 생각난 것은 왜일까? 노동자가 헌법에 보장된 노조를 만들려 하면 회사가 먼저 유령 노조를 조작하는 모습이 마치 쥐식빵 사건과 비슷했기 때문이리라. 물론 두 그림은 서로 다르다. 쥐식빵은 경쟁업체 간 문제고 유령 노조는 대자본과 노동자 간 문제다. 게다가 쥐식빵은 눈에 보이지만 유령 노조는 안 보인다. 공통점은, 없는 걸 있는 것처럼 속여 이득을 취하려는 것.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말한다>에 따르면, “삼성은 관할 관청의 공무원을 매수해 놓는다. 노동자가 노조 설립 신고를 해오면 해당 공무원은 서류 검토 대신 회사에 전화를 한다. 회사는 한편으로 신고자를 추격하고 다른 편으로 유령 노조를 설립한다. 그러나 이것조차 드문 일인데, 이미 사전에 눈빛이 이상한 자를 회유, 협박, 납치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불법적 위치추적까지 한다. 한국은 진짜 ‘삼성공화국’인가?”

<골리앗 삼성재벌에 맞선 다윗의 투쟁>을 쓴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삼성반도체 한 사업장에서 100명 가까운 사람이 백혈병과 희귀암으로 죽어갔다.

이런 사안에 대해 진보 지식인이라 한다면 성명서라도 내야 하는 거 아닌가? 무슨 단체들이 많지만 삼성문제를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꿈꾸는 좋은 세상,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도대체 어떤 건가?”라고 반문한다.

해고·협박 뒤 ‘유령 노조’ 자작극

최근엔 23년간 충성을 바친 박종태 대리가 삼성 인터넷 망에 “노조 설립”을 제안한 뒤 해고를 당했다. 추운 날씨에도 회사 정문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는 박씨야말로 억울하다.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는 삼성은 머지않아 유럽의 노조, 소비자단체, 비정부기구(NGO)들로부터 거대한 반대운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사회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 26000’ 제정에 큰 역할을 한 오스트리아 빈 대학 M 노이라이터 교수의 경고다. 삼성은 이를 의식했는지 2009년에 노동건강연구소를 세웠다. 진정으로 ‘노동건강’을 생각한다면 노조 설립도 자유로워야 하고 질병 발생도 원천 봉쇄해야 한다.

제발 새해부턴 쥐식빵 사건과 같은 ‘자작극’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기업들도 독일 기업가 W 텐처럼 “노동자를 생산요소가 아니라 공동 경영자로 간주”할 때 진짜 ‘통 큰’ 경영이 될 터!

<강수돌 | 고려대 교수·사회공공연구소장>


입력 : 2011-01-06 21:13:36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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