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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프레시안: 국민연금 깍이고, 기초연금 그대로
번호 42 분류   조회/추천 1695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10년 04월 22일 18시 43분 31초

내 국민연금만 깎이고, 노령연금은 '그대로'

[내 부모님께 진짜 카네이션을②] "노인에게 月 20만 원 주겠다"던 MB는 지금?

기사입력 2010-04-20 오전 7:50:25

 

퇴근길 지하철에서 이색적인 문구를 보았다. 오는 5월 8일 어버이날에 어르신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제대로 드리자는 '기초노령연금 카네이션' 광고였다. 빨간 카네이션 꽃과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이 담긴 광고는, 2007년 기초노령연금법 제정과정에 참여했던 나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당시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된 배경에는 국민연금 급여율 인하를 보전하는 의미가 있었다. 2028년까지 국민연금 법정급여율을 60%에서 40%로 낮추는 대신 기초노령연금을 5%에서 10%까지 올리자는 것이었다. 가입자 입장에서 국민연금을 주고 기초노령연금을 받은 셈이다.

이 때 국민연금 급여율의 인하 방식은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었으나, 기초노령연금의 상향 방식은 2008년 1월부터 국회에 설치될 '연금개선위원회'에서 정하기로 했다. 당연히 기초노령연금법 제정 직후 급여율 상향방식을 정하는 후속조치가 이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아직까지 연금개선위원회는 설치조차 되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연금 급여율은 매년 인하되고 있는데 반해 기초노령연금 급여율은 인상되지 못한 채 아직도 5%이다. 애초 취지대로 기초노령연금이 연 0.25%포인트씩 올랐다면 지금 급여율은 5%가 아니라 5.75%여야 한다. 금액으로 월 9만원이 아니라 10만3000원이다.

카네이션 사업은 어르신들에게 이제 10만3000원을 드리자는 운동이다. 만약 현재 상태가 계속되면 내년엔 어르신들이 덜 받게 되는 금액은 1만8000원으로 늘어나고, 부족액은 해가 갈수록 커질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상향방식을 빨리 법에 명시해야 한다.

▲만약 현재 상태가 계속되면 내년엔 어르신들이 덜 받게 되는 금액은 1만8000원으로 늘어나고, 부족액은 해가 갈수록 커질 것이다. ⓒ프레시안

문제는 한나라당과 정부가 어떠한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직까지 이들은 연금개선위원회 설치에 사실상 응하지 않고 있다. 야당시절엔 30만 원의 기초연금을 드리겠다며 법안까지 제출했던 정당이, 2007년 대통령선거 때는 대한노인회 주최 토론회에서 '기초노령연금을 20만 원까지 드릴 수 있다'고 장담하던 후보가 대통령이 되자 입장을 180도 바꾸었다.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은 4대강사업에 예산을 펑펑 쓰면서도 법이 요구하는 어르신 복지는 모른 체 한다.

다행히 카네이션 사업 광고를 보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의 공적 역할을 강조해왔던 사람으로서 연금공공성운동이 지난 2년 '침체'를 벗어날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큰 나라도 없을 것이다. 내 주위엔 더 이상 연금보험료를 내지 않을 수 있다면 지금까지 낸 보험료를 모두 포기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국민연금을 제대로 살려보자는 연금운동이 자기 자리를 잡기 어려운 조건이다.

여기에는 연금운동 스스로의 책임도 있다. 지금까지 연금운동은 정부 개정안을 비판하는 '반대' 운동에 치중해 왔다. 이러한 방식이 지닌 한계는 정부가 새로 개정안을 추진하지 않으면 활동꺼리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이 그랬다. 국민연금, 기초노령연금에 풀어야할 과제가 많음에도 이명박 정부가 임기 중 연금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하자 연금운동도 할 일을 잃어 버렸다.

카네이션 사업은 연금운동이 스스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연금관련 논란에서 정부가 '갑'이고 연금운동이 '을'이었다면 이번엔 위치가 바뀌었다. 반대를 넘어 방안을 내는 운동이 지닌 강점이다. 제대로만 일이 된다면 정부가 이 요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카네이션 사업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어르신과 연금노동자가 함께 뛴다는 점이다. 지하철에서 본 광고는 보건복지부나 국민연금공단이 아니라 한국은퇴자협회와 연금공단노동조합이 만든 것이다.

지금까지 연금운동은 노동조합 혹은 사회단체의 몫이었다. 당사자가 빠진 운동이었다. 외국에선 가입자인 노동자와 수급자인 어르신이 함께 목소리를 모으고, 그래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제 어르신들이 직접 나섰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대로 된 복지를 접해보지 못했고, 연금도 자신과 무관하다고 여겼던 분들이 노후권리, 연금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사회운동 역사에서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어르신들과 연금노동자들이 지하철과 시내버스에 광고를 싣고 인터넷 서명(www.karpkr.org 혹은 www.kpsu.net)도 받고 있다. 나도 지하철역에서 서둘러 집에 돌아와 인터넷 서명을 했다. 이번 4월 국회에서 연금개선위원회를 설치해 5월 어버이날엔 9만 원이 아니라 10만3000원의 기초노령연금 카네이션을 달아 들이고 싶다.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에게, 그리고 언젠가 내가 받을 사회연대의 카네이션을 말이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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