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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목 민중소리: 후진적인 '공공기관 선진화'
번호 32 분류   조회/추천 5458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09년 11월 09일 12시 43분 17초

후진적 운영으로 얼룩지고 있는 ‘공공기관 선진화’

MB정부, 금융, 언론, 교육, 의료 등 민간 활성화 경쟁 확대 단골메뉴로

박용석(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이명박(MB)정부 들어 집중적으로 추진해온 공공기관 구조개편 공세가 다가오는 11월말 의 ‘공공기관 선진화 점검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앞두고 절정에 달하고 있다. 당연히 ‘공공기관 선진화’를 둘러싼 공공부문노조와 정부간 정면 대결도 본격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대통령이 국회의 총리 대독 시정연설을 통해 ‘공공기관 선진화’가 자랑스런 성과를 거둔 것인양 발표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철도, 발전, 가스 등을 중심으로 공공부문노조의 총력 대응 투쟁이 구체화되고 있다.

박용석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

박용석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 매일노동뉴스

MB정부는 집권 초기인 2008년 공공기관장의 ‘전면 물갈이’와 공기업의 우회적 민영화를 중심으로 ‘공기업 선진화’를 추진했고, 2009년 상반기 인력감축과 임금 삭감 등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경영효율화’를 몰아쳐왔으며, 최근 2009년 하반기에는 민영화 및 통폐합의 완성, 인력감축 조기 실천, 임금체계 개악, 노사관계 선진화 등 공공부문 구조개편의 완성판이랄 수 있는 ‘공공기관 선진화’를 전 공공기관에 강요하고 있다. 다가오는 11월말의 ‘공공기관장 워크숍’은 전 공공기관에 대해 정부가 요구하는 ‘선진화 의제’인, 공기업 민영화(지분 매각, 기능 조정 등) 추진, 인력 감축, 임금체계 개악, 공공기관 노사관계 개악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면서, 공공기관을 온통 ‘선진화’의 도가니에 몰아넣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선 이미 30여개 공기업에서 ‘선진화’라는 이름 아래 경영권 매각, 지분 매각, 기능 조정, 경쟁체제 도입으로 주요 공기업 기능이 사적 영역으로 전환되는 ‘우회적 민영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어 220여명의 공공기관의 기관장이 임기 중에 사퇴를 하게 되고 그 자리에는 MB정권의 ‘충실한 측근들’이 자리 잡는가 하면 정부의 ‘선진화’ 방침 실천 부진을 근거로 4명의 기관장이 해임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한, 130여개 공공기관에서 23,000여명의 인력이 감축하는가 하면 허울`좋은 ‘일자리 확대’ 방침으로 12,000명의 ‘청년인턴’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한편, 공공기관 운영에서는 공공성 확대와는 무관하게 수익, 성과, 경쟁, 인력감축 중심의 기업경영을 전면화하는 ‘공공기관 경영효율화’가 금과옥조인양 공공기관에 강요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의 노조는 ‘공공개혁의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노사관계 선진화’를 앞세워 1987년 이래 축적된 노조활동 기반을 전면 무력화하는 최악의 노사관계 개악 공세에 직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공기관 선진화’가 말 그대로 ‘선진화’의 내용과는 전혀 무관하게 진행된다는데 있다. 이 ‘선진화’로 인해 2008년 기준 전체 자산 532조원, 예산 338조원이 소요되는 공공기관은 스스로의 존립 목적인 ‘공공성’ 내지 ‘공공적 가치’가 철저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보자.

먼저, MB정부의 '선진화‘ 정책 하에서는 공공기관이 과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회의에 빠지게 된다. 은행, 가스, 지역난방, 공항 등의 주요 국가 자산을 재벌, 외국 자본, 소수의 ’가진 자‘들을 위해 경영권과 지분을 매각하고, 민간 이양 및 참여를 제도화하고 있으며, 정권 필요에 따라 공기업이 부실 자산의 강제 인수(예, 인천공항철도의 철도공사 인수)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 국책사업의 ‘땜질 동원’(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참여)에 이용되는가 하면, 나라경제가 불황에 처했을 때 공공부문에서 거꾸로 인력감축을 선도하면서 고용대란을 부채질하는데 악용되고 있다. 국민 대다수의 보편적 이익 및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해 주요 국가 자산 및 공공서비스의 공공적 운영을 확대하고 경기 불황시 ‘최후의 고용자’로서 실업 흡수를 해야 할 공공기관의 ‘공공적 가치’는 최근 ‘선진화’ 흐름을 통해 갈수록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공공기관에 대한 기업경영 원리의 전면화, 공공기관의 전면적 물갈이 및 ‘선진화’와 연계한 기관장 평가는 공공기관의 장래에 심각한 우려를 던져준다. 기업경영 원리의 전면화는 공공기관 종사자로 하여금 공공적 목적을 외면한 채 수익과 성과 중심의 운영에 매달리게 할 수밖에 없고, 기관장 통제는 오로지 임명권자 MB 눈치만 살피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경우, 공공기관과 공공 기관장은 애당초의 공공기관 존립목적에 충실하면서 국민의 복지와 권익 증진을 위한 실질적 ‘생산성’을 높이기보다, 공공기관의 최고 운영권자인 대통령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전위부대’와 ‘꼭두각시’로 전락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로, 공공기관노조의 무력화는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점을 유발한다. MB정부는 단지 공공기관노조의 ‘노사관계 선진화’에만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공공부문노조, 즉 공무원노조나 교직원노조의 일상적 활동까지 봉쇄하려 한다. 지난 9월 민주노총을 선택한 직후부터 집중적 탄압이 가해지는 공무원노조, 노조활동의 근간이 뒤흔들리는 교직원노조(전교조)의 사례는 현 정권의 공공부문 노조 전반에 대한 개입 방향을 분명히 짐작케 한다. 심지어 기획재정부, 감사원, 노동부 등의 부처들은 공공부문의 선진화 점검과 노조활동 규제를 위한 상시적 운영체계, 법을 뛰어넘는 개입을 드러내놓고 구체화하고 있다. 공공기관노조에 강요하는 ‘노사관계 선진화’ 및 공무원노조 ․ 교직원노조 활동 압박은 적어도 MB정부 하에서는 공공부문노조의 자주적 활동을 전면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고,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하여 공공부문 내부의 민주적 운영 및 활동요소의 근간을 들어내면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공공부문 운영 흐름으로 회귀하겠다는 의사표시에 다름 아닌 것이다. 공공부문의 민주주의 후퇴는 결국 우리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 후퇴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선진화’를 앞세운 공공부문의 상황이 이렇듯 심각한 역주행으로 나타나는데도 MB정부는 마치 커다란 공적을 이룩한 양 대내외적으로 ‘선진화’를 자랑스런 국정과제로 천명하고 있고, 이에 비협조적이거나 저항하는 세력을 억누르고 있다. 결국, 이러한 흐름 등을 종합해 볼 때 ‘공공기관 선진화’는 일반적 의미의 ‘선진화’와는 전혀 무관하게, 오히려 지난 50여년의 우리나라 공공기관 역사에서 오히려 가장 후진적 운영 흐름을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다. 하물며,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도 민주적 운영 봉쇄라는 후진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공공적 가치’만은 확대 보전하려 했다는 사실을 보면, ‘선진화’가 오히려 가장 후진적 운영 흐름이라는 비판은 전혀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최근 금융, 언론, 교육, 의료 등 다른 여타 공공서비스 부문의 ‘선진화’ 정책에서도 민간 활성화, 경쟁 확대 등이 단골메뉴로 포함되면서, MB정부는 결국 ‘선진화’를 통해 나라 전체를 후진적 흐름으로 회귀시키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전체 국민들의 보편적 이해를 위해 존재하는 공공기관에서의 ‘선진화’는 해악이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의 선진화’가 단순히 공공부문노조만의 저항이 아닌 전 국민적 저항을 통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역사적 과제임을 다시한번 인식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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