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공연구소 Public Policy Institute for People
leftmenu notice
leftmenu bottom
notice
칼럼

제목 한겨레: 유린타운과 물 공공성
번호 2 분류   조회/추천 945  
글쓴이 연구소    
작성일 2009년 06월 10일 22시 00분 00초
[삶과경제] ‘유린타운’과 물 공공성 / 강수돌
삶과경제
 
 
한겨레  
 
 
» 강수돌 고려대 교수·사회공공연구소장
 
<유린타운>이란 뮤지컬이 있다. ‘유린’은 오줌을 뜻하니 ‘오줌마을’이란 뜻이다. 내용은 도시 서민들이 공중화장실을 목숨 걸고 지켜낸다는 거다. 아니, 화장실 하나 가지고 ‘목숨’ 걸 필요까지 있는가? 뮤지컬을 보면, ‘그래야 한다.’ 왜냐면 가난한 도시민들은 날마다 용변을 보느라 공중화장실을 써야 하는데, 이 화장실은 물 부족 시대를 맞아 ‘민영화’된 것이라 갈 때마다 돈을 내야 한다. 한마디로, 돈이 없는 이는 똥오줌도 제대로 못 눈다. 기막힌 일이다. 돈 없거나 돈 내기 싫어 몰래 누는 사람들은 관리자에게 붙잡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비밀 장소(유린타운)로 추방된다. 예컨대 가난한 노인 올 맨 스트롱은 돈이 없어 이른 아침에 화장실 입구에서 출입을 금지당한다. 마침 자기 아들이 보조로 일하기 때문에 ‘혈연’의 끈으로 좀 봐달라고 하지만 ‘돈’의 논리는 인정사정없다. 마침내 스트롱은 지린내 물씬 풍기는 죽음의 공간 유린타운으로 끌려가 죽는다. ‘민영화’된 화장실 운영권자, 곧 배설회사 사장은 뇌물로 정치인을 매수하고 거짓말로 대중을 조작한다. 그러나 회사 횡포와 공공성 유린을 더는 참지 못한 시민들이 들고일어나 끝내 화장실의 자유이용권을 쟁취한다.

이쯤 되면 이것이 ‘강 건너 불 구경’ 거리가 아님을 느낀다. 우리 사회도 대중적으로 생수병 물을 사 마시게 된 지 오래다. 예전엔 길 가다가 목이 마르면 아무 가게나 들어가 ‘물 한 모금’ 고맙게 얻어 마실 수 있었다. 요즘은 돈 없으면 갈증도 참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몇 달 전에 “수도·전기·가스·건강 등 4대 공공부문에 대해 민영화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 정부는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을 추진하려 한다. 프랑스의 물 기업 베올리아도 눈독을 들인다. 2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물 사유화 저지 사회공공성 쟁취 공동행동’은 명백한 수돗물 민영화 법안인 이것을 즉각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필자가 참여하는 ‘사회공공연구소’도 물 사유화를 비롯한 공공부문 민영화의 문제점에 대해 체계적 연구를 수행한다. 아르헨티나와 남아공, 필리핀의 경우 운영권을 민간에 위탁하는 바람에 상수도 체계가 망가져 주민이 돈을 못 내면 수시로 물이 끊긴다. 한편, 볼리비아 코차밤바 주민들은 물을 민영화한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초국적 자본 벡텔을 상대로 결사 투쟁을 해 승리한 바 있다. 캐나다·프랑스에서도 물 사유화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세계적 기업 네슬레·로열더치셀·베올리아·벡텔 등한텐 온 세상의 물도 1천조원짜리 돈벌이일 뿐이다.

여기서 우리는 민영화와 사유화,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대해 명확히할 필요가 있다. 관료화에 비해 민영화는 일견 진일보한 면이 있다. 그러나 민영화란 이름 아래 결국 대자본에 소유와 운영을 맡기면 공공성은 사라지고 수익성만 남는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소유권은 공공기관이 갖고 경영권만 민간에 위탁한다 해도 사태는 마찬가지다. 마침내 돈이 없으면 물도 못 마시고 오줌도 못 누고 살아야 한다. 과연 이렇게 사는 게 정말 사는 건가?

물론 “한국은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이므로 곳곳에 다목적댐을 많이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속임수로 드러나긴 했지만, 물을 ‘피’처럼 아껴야 하는 건 맞다. 또 물의 공공성을 지키면서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수익성 위주의 민영화나 사유화는 답이 아니잖아!!!

 

강수돌 고려대 교수·사회공공연구소장


  
쓰기 목록   답글